
행정
회사의 수도관 정밀안전진단 결과에 대해 국토교통부장관이 '미흡' 평가를 내리자, 해당 회사들이 평가 취소를 요구하며 소송을 제기했으나 1심과 2심 모두 패소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안전진단 지침이 법적 구속력이 있는 법규명령이 아니며, 내진성능평가의 중요성 및 사전평가자의 영향이 불합리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주식회사 A와 주식회사 B는 C 도송수관로에 대한 정밀안전진단을 수행한 안전진단전문기관입니다. 그런데 국토교통부장관이 이들이 제출한 정밀안전진단 실시 결과에 대해 2023년 1월 9일 '미흡'이라는 평가 결과를 통보했습니다. '미흡' 평가는 단순히 지적사항을 보완해야 할 의무를 부여하는 것이지만, 영업정지나 과태료 처분으로 이어질 수 있는 '불량' 또는 '매우 불량' 평가보다 낮은 등급임에도 불구하고, 원고 회사들은 이 평가가 부당하다고 여겨 그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원고들은 안전진단 지침의 법적 구속력을 주장하고, 평가 과정의 공정성 문제를 제기하며, 내진성능 평가 기준에 대한 해석의 차이를 들어 자신들의 주장을 펼쳤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세 가지였습니다. 첫째, 시설물 안전진단 관련 지침(시설물의 안전 및 유지관리 실시 등에 관한 지침)이 법적 구속력을 가지는 법규명령인지 아니면 단순한 행정규칙에 불과한지 여부였습니다. 둘째, 정밀안전진단 결과에 대한 '미흡' 평가가 사전평가자의 자의적인 판단이나 부당한 영향으로 인해 이루어졌는지 여부였습니다. 셋째, 상수도 시설의 내진성능 평가 시 '붕괴방지수준'을 만족하면 '기능수행수준'도 만족하는 것으로 간주할 수 있는지 여부였습니다.
법원은 원고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이는 국토교통부장관이 내린 '미흡' 평가가 정당하며, 원고들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1심 판결을 유지한 것입니다. 이에 따라 항소와 관련된 모든 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판결은 정밀안전진단 관련 지침의 법적 성격과 평가의 재량권 범위, 그리고 내진성능평가의 기준에 대한 중요한 법적 판단을 제시했습니다. 특히 안전진단 지침이 내부 사무처리 준칙에 불과하며, 내진성능평가 미흡이 전체 진단 결과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함으로써, 안전진단 전문기관들의 보다 철저한 업무 수행을 요구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 사건은 「시설물 안전 및 유지관리에 관한 특별법」(시설물안전법)과 그 시행령, 그리고 관련 고시 및 행정규칙의 해석이 주요 쟁점이 되었습니다.
「시설물안전법」 제18조(정밀안전점검 및 정밀안전진단의 실시결과에 대한 평가): 국토교통부장관에게 정밀안전점검 또는 정밀안전진단의 실시결과에 대한 평가 권한을 부여하고, 평가의 대상, 방법, 절차 등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본 조항에 따라 피고(국토교통부장관)는 평가를 수행하며, 그 결과에 따라 보완 조치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시설물안전법 시행령」 제14조(정밀안전점검 및 정밀안전진단의 실시결과에 대한 평가): 평가에 포함되어야 하는 사항으로 '구조물 전체에 대한 조사·분석·평가의 방법과 그 결과의 적정성', '보수·보강방법의 적정성' 등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특히 제3항에서는 실시결과가 부실할 경우 '매우 불량, 불량, 미흡'으로 구분하여 평가하며, 그 판단 기준은 국토교통부장관이 고시하도록 위임하고 있습니다.
「시설물안전법 시행령」 제14조의2 제1항, 제25조 및 「시설물안전법」 제31조 제1항 제5호, 제67조 제2항 제3호: '미흡' 평가를 받은 경우 지적내용에 대한 보완을 완료하고 그 결과를 제출할 의무가 부여되며, '불량' 또는 '매우 불량' 평가를 받은 경우에는 영업정지나 과태료 처분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는 '미흡' 평가가 단순히 보완만을 예정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행정규칙과 법규명령의 구별 법리: 상급행정기관이 하급행정기관에 발하는 업무지침이나 법령 해석 기준은 일반적으로 행정조직 내부에서만 효력을 가집니다. 다만, 법령이 구체적인 사항을 정할 권한을 위임하여 행정규칙 형식으로 정하고 있다면, 그 행정규칙은 해당 법령과 결합하여 대외적인 구속력을 가진 법규명령으로서 효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대법원 1995. 5. 23. 선고 94도2502 판결 등). 이 사건에서는 '시설물의 안전 및 유지관리 실시 등에 관한 지침'이 이러한 법규명령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시설물안전법」 제2조 제8호(내진성능평가의 정의), 「지진·화산재해대책법」 제14조 제1항(내진설계기준), 「수도법」 제3조 제17호(수도시설의 정의): 이들 법령은 내진성능평가의 개념과 그 기준 마련의 근거를 제시합니다. 특히 지진·화산재해대책법에 따라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이 내진설계기준을 정하도록 위임되어 있으며, 이에 따라 국토교통부고시 'KDS 17 10 00 내진설계 일반'과 환경부고시 'KDS 57 17 00 상수도 내진설계'가 법적 구속력을 가지는 내진성능평가 기준이 됩니다.
내진성능평가 기준: 환경부고시 'KDS 57 17 00 상수도 내진설계' 제4.3항은 상수도 시설의 내진 성능목표를 '기능수행'과 '붕괴방지수준'으로 명시하고 있으나, '붕괴방지수준을 만족하는 경우 기능수행수준도 만족하는 것으로 간주한다'는 내용은 규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기존 시설물(상수도) 내진성능 평가요령'과 같은 참고자료의 내용만으로는 기능수행수준 검토 누락을 정당화할 수 없습니다.
안전진단 지침의 법적 성격 이해: 시설물의 안전 및 유지관리에 관한 지침과 같은 행정규칙은 일반적으로 행정조직 내부에서만 효력을 가질 뿐, 대외적인 법적 구속력을 갖는 법규명령으로 인정받기 어렵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다만, 법령의 위임을 받아 구체적인 사항을 정하는 경우에는 법규명령의 효력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내진성능평가의 중요성 인식: 정밀안전진단에서 내진성능평가는 주요 과업 중 하나이며, 평가 점수 산정 시 중요하게 고려되는 요소입니다. 설령 내진성능평가 항목의 용역비 비중이 전체에서 작더라도 그 중요성이 축소될 수는 없으므로, 해당 평가에 대해 철저히 수행해야 합니다. 평가 과정의 예측 가능성: 평가기관이 사전에 평가 기준이나 주의사항을 공문 등으로 알린 경우, 이는 단순한 주의 환기를 넘어 안전진단 전문기관들이 해당 평가 내용을 예측할 수 있었다고 판단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사전 고지 내용을 면밀히 확인하고 업무에 반영해야 합니다. 전문적인 정성적 평가 존중: 행정청의 전문적인 정성적 평가 결과는 법원이 그 당부를 심사하기 어렵고, 판단의 기초가 된 사실인정에 중대한 오류가 있거나 객관적으로 불합리하다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존중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구체적인 지적사항 자체의 당부보다 평가 등급의 부당함을 주장하는 것만으로는 평가 취소를 이끌어내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참고 자료와 법적 기준의 구분: 특정 분야의 실무자를 위한 '평가요령' 등은 참고 도서일 뿐, 법적 구속력을 가지는 규범이 아닙니다. 내진설계기준 등 법령에 따라 마련된 공식적인 고시나 기준만이 법적 구속력을 가지므로, 업무 수행 시에는 반드시 법적 구속력이 있는 기준을 우선적으로 따라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