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강제추행 · 기타 형사사건
이 사건은 피고인 A가 술에 취한 피해자 D의 모텔 객실에 침입하고 준강간을 시도한 혐의로 기소된 사건입니다. 원심에서는 준강간 불능미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하면서도 객실 침입 혐의(방실침입죄)에 대해서는 유죄로 인정하여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그러나 피고인만 항소하여 진행된 항소심에서는 피고인이 객실에 침입할 의도(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원심 판결 중 방실침입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준강간 불능미수 부분은 검사가 항소하지 않아 항소심의 심판 대상에서 제외되었습니다.
2019년 3월 16일 새벽 피고인 A와 그의 일행 B는 서울 용산구의 한 주점에서 피해자 D와 그녀의 일행 E를 만나 함께 술을 마셨습니다. 이후 피해자 D가 술에 취해 힘들어하자 모두 함께 모텔로 이동했고, E가 객실 하나를 결제하여 피해자 D는 그곳에서 잠들었습니다. 피고인, B, E는 다른 객실을 추가로 결제하고 술을 더 마시다가, 피고인이 E로부터 피해자 D의 객실 카드키를 받아 그 객실로 들어갔습니다. 이 행위로 인해 피고인은 피해자의 방실에 침입하고 준강간을 시도했다는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피고인이 피해자가 투숙한 모텔 객실에 침입할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와 피해자 일행 E로부터 카드키를 받은 행위가 객실 출입에 대한 정당한 허락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였습니다. 또한 술에 취한 상태에서의 대화나 행동이 의사 합치로 인정될 수 있는지 역시 중요한 판단 요소였습니다.
항소심 법원은 원심 판결(벌금 300만 원, 방실침입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는 피고인이 방실침입의 고의를 가지고 객실에 침입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입니다. 원심에서 무죄로 판단된 준강간 불능미수 부분은 검사가 항소하지 않아 항소심에서 다시 판단되지 않았습니다.
항소심 법원은 피고인이 피해자 일행과 객실비를 반반씩 부담하여 객실 두 개를 빌리자는 대화를 나누었고, 피해자 일행 E가 피고인에게 객실 카드키를 적극적으로 건네주면서 피해자와 함께 머무르라고 권유한 정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습니다. 이를 통해 피고인이 피해자 및 E가 피고인과 피해자가 같은 객실을 이용하는 것에 대해 사전에 합의했다고 생각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피고인에게 방실침입의 고의가 있었다는 점이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하여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 사건과 관련된 주요 법률 및 법리적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형법 제319조(주거침입): 사람의 주거, 관리하는 건조물, 선박이나 항공기 또는 점유하는 방실에 침입한 자를 처벌하는 조항입니다. 모텔 객실은 '점유하는 방실'에 해당하며, 이 죄가 성립하려면 '침입의 고의'가 있어야 합니다. 즉, 피고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타인의 공간에 들어간다는 인식을 가지고 침입해야 합니다. 본 사건에서는 피고인에게 침입의 고의가 있었다는 점이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고 보아 무죄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형사소송법 제325조(무죄의 판결): 피고사건이 범죄로 되지 아니하거나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는 판결로써 무죄를 선고해야 한다는 조항입니다. 항소심 법원은 피고인이 방실침입의 고의를 가졌다는 범죄사실의 증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이 조항에 따라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상소불가분의 원칙: 항소심의 심판범위와 관련된 원칙으로, 판결의 일부에 대해서만 항소했더라도 상소심은 항소하지 않은 부분까지도 심판범위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의 '준강간 불능미수' 부분처럼 원심에서 이미 무죄로 판단되어 당사자 간의 공격·방어 대상에서 벗어난 부분은 사실상 심판대상에서 이탈된 것으로 보아 항소심에서 다시 판단하지 않는다는 예외가 적용되었습니다.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 '사실상의 평온상태': 주거침입죄는 주거의 사실상의 평온을 보호법익으로 합니다. 즉, 침입 행위로 인해 주거가 평온한 상태를 유지하지 못하게 되었는지 여부가 중요합니다. 원심은 피해자가 잠에서 깨 피고인의 침입에 두려움을 느낀 점을 들어 평온상태가 깨졌다고 보았으나, 항소심은 피고인의 침입 고의를 부정하며 객실 출입 허락의 가능성을 언급하여 이 부분에 대한 판단 역시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비슷한 상황에 처하게 될 경우, 몇 가지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첫째, 술에 취한 사람과의 대화는 오해의 소지가 크므로, 숙박 또는 공간 공유에 대한 합의는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상대방이 의사결정 능력이 저하된 상태로 보인다면 더욱 신중해야 합니다. 둘째, 타인의 객실이나 개인 공간에 출입할 때는 반드시 그 공간을 점유하고 있는 당사자로부터 명확한 승낙을 받아야 합니다. 공동 점유자 중 한 명의 승낙만으로는 모든 점유자의 의사를 대변한다고 보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셋째, 카드키와 같은 출입 수단을 건네받았다고 해서 모든 상황에서 출입 권한이 있다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상대방의 행동이나 언어가 불분명할 경우, 재차 확인하여 오해의 소지를 없애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