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
학교법인 L이 심각한 재정 위기를 겪자 교육부 장관이 이 법인의 전·현직 임원들에 대해 임원 취임 승인을 취소했습니다. 이에 임원들은 처분의 절차적·실체적 위법성을 주장하며 취소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장기간 재직하며 재정 악화에 대한 책임이 큰 일부 임원(A, B, C)에 대한 처분은 적법하다고 보았으나, 재직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고 책임 정도가 덜한 임원(D, E, F, G, H)에 대한 처분은 재량권 일탈·남용으로 위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학교법인 L은 2007년경부터 자회사(AA 주식회사)에 대한 과도한 자금 대여, 수익성이 떨어지는 유료 노인복지주택 사업 인수 등으로 인해 재정 상황이 심각하게 악화되었습니다. 2019년 5월 31일 기준 약 2,066억 원에 달하는 부채를 안고 있었고, 787억 원에 이르는 증여세 및 법인세 문제도 있었습니다. 교육부는 L 이사장에게 재정 위기를 해결할 현실적이고 근본적인 자구책 마련을 요구했으나, L이 제출한 자구책은 수익용 기본재산 확보 방안이 불분명하고 채권 회수 계획도 불확실하여 미흡하다고 판단되었습니다. 이에 교육부 장관은 2020년 2월 4일 L의 전·현직 임원들에 대한 임원 취임 승인을 취소하는 처분을 내렸습니다.
교육부 장관의 학교법인 임원 취임 승인 취소 처분이 절차적으로나 실체적으로 위법한지 여부와, 특히 학교법인 임원들의 재정 관리 및 감독 의무 위반의 정도 및 교육부의 시정 요구 불이행 여부가 주요 쟁점이었습니다. 또한 해당 처분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인지도 판단의 대상이었습니다.
원심판결 중 원고 C에 대한 피고 패소 부분이 취소되고, 원고 C의 청구는 기각되었습니다. 원고 A, B의 항소와 피고의 원고 D, E, F, G, H에 대한 항소는 모두 기각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원고 A, B, C에 대한 임원 취임 승인 취소 처분은 적법하다고 보았으나, 원고 D, E, F, G, H에 대한 임원 취임 승인 취소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었습니다.
법원은 학교법인 L의 임원들이 재직 기간 동안 재정 상황 악화를 방치하고 실효성 있는 자구책을 마련하지 못하여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보았습니다. 특히 장기간 재직하며 재정 부실에 대한 책임이 큰 임원 A, B, C에 대한 취임 승인 취소는 적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반면, 재직 기간이 짧고 책임의 정도가 비교적 덜한 임원 D, E, F, G, H에 대해서는 임원 취임 승인 취소 처분이 비례의 원칙을 위반한 재량권 일탈·남용으로서 위법하다고 보아 이들에 대한 처분을 취소했습니다. 이는 임원의 책임 소재를 재직 기간과 실제 업무 관여도에 따라 달리 판단한 결과입니다.
본 판례에서는 여러 법령과 법리들이 중요하게 다루어졌습니다.
구 사립학교법 제20조의2 제1항 및 제2항: 이 조항은 학교법인 임원이 법령을 위반하거나 학교 운영에 중대한 장애를 야기하여 관할청의 시정 요구에 응하지 아니한 경우 임원 취임 승인을 취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시정요구에 응하지 아니한 경우'는 시정요구를 거부한 경우뿐만 아니라 시정 조치가 미흡한 경우도 포함된다고 해석됩니다.
민법 제61조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 및 구 사립학교법 제27조: 학교법인의 이사 및 감사는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를 가지고 그 직무를 수행해야 합니다. 이는 법인의 재산을 관리하고 사무를 처리함에 있어 통상적으로 요구되는 주의를 기울여야 함을 의미합니다.
구 사립학교법 제16조 및 제19조 제4항: 학교법인의 이사회는 재산의 취득·처분·관리 및 수익사업 등 중요한 사항을 심의·의결해야 하며, 감사는 법인의 재산 상황, 회계, 이사회 운영 등을 감사하고 부정 발견 시 보고할 의무가 있습니다. 이러한 직무상 감시·감독 의무는 법인의 건전한 운영을 위해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행정 절차법상 원칙: 행정처분 시 사전통지, 의견진술 기회 보장, 처분 이유 제시, 불복 방법 안내 등 적법한 행정절차를 준수해야 합니다. 이러한 절차적 요건 위반은 처분의 위법 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재량권 일탈·남용: 행정청의 재량행위(임원 취임 승인 취소 등)가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재량의 범위를 넘어섰거나 공익 목적 달성에 필요한 정도를 벗어나 개인에게 과도한 불이익을 초래하는 경우 '재량권 일탈·남용'으로 위법하다고 판단될 수 있습니다. 법원은 공익상의 필요와 개인이 입는 불이익을 비교·형량하여 이를 판단하며, 특히 임원 취임 승인 취소는 사립학교 자율성 보장을 고려하여 최후의 수단으로 신중하게 사용되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학교법인 임원들은 법인의 재산 관리 및 운영에 대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해야 합니다. 특히 재정 상황이 악화될 경우, 단순히 이사회 안건에 대한 토의 기록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책임을 면하기 어렵습니다. 중요한 사안에 대한 이사회의 실질적인 논의와 결정 과정, 그리고 그에 따른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이행 노력이 회의록 등에 명확히 기록되어야 합니다. 또한, 행정청의 시정 요구가 있을 때는 단순히 서류를 제출하는 것을 넘어, 요구사항을 실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현실적이고 근본적인' 자구책을 마련하고 이행해야 합니다. 임원들의 재직 기간과 재정 문제에 대한 실제 관여 정도, 그리고 직무상 감시·감독 의무의 이행 여부는 처분의 적법성과 재량권 일탈·남용 여부를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재직 기간이 짧더라도 감시·감독 의무를 소홀히 한 책임은 인정될 수 있으나, 그 정도에 따라 처분의 위법성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