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혼
환자 A는 뇌종양 제거 수술을 받은 후 두통, 발열, 코피 등의 증상을 겪다가 의식 저하가 발생하여 응급 수술을 받았습니다. 응급 수술 결과 뇌경막 감염과 뇌척수액 누출, 흡인성 폐렴 등이 확인되었고 이후 환자 A의 상태는 계속 악화되어 결국 사망에 이르렀습니다. 환자 A의 유족(배우자 B, 자녀 C, D)들은 병원 의료진의 수술상 과실, 경과 관찰상의 과실, 응급 처치 소홀, 설명 의무 위반 등을 주장하며 병원을 상대로 약 16억 4천만 원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1심에서는 일부 유족의 주장이 받아들여졌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병원 의료진에게 과실이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유족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환자 A는 2018년 11월 뇌종양 진단을 받고 2019년 2월 피고 병원에서 뇌종양 제거 수술을 받았습니다. 수술 후 두통, 발열, 코피 및 피가래 등 이상 증상이 지속되었고, 의식 저하가 발생하여 응급 수술을 받게 되었습니다. 응급 수술 시 뇌경막 감염과 뇌척수액 누출, 흡인성 폐렴이 확인되었으나, 이후에도 환자 A의 상태는 호전되지 않아 추가적인 시술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2020년 5월 사망했습니다. 환자 A의 유족들은 병원 의료진이 수술 과정, 수술 후 경과 관찰, 응급 처치 과정에서 주의 의무를 소홀히 하고 수술 전 설명 의무를 위반하여 환자 A의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주장하며, 망인의 일실수입과 위자료, 치료비, 장례비 등을 포함하여 배우자 B에게 636,240,829원, 자녀 C와 D에게 각각 385,502,502원씩, 총 16억 4천만 원이 넘는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피고 병원 의료진이 뇌종양 제거 수술 중 뇌경막 봉합 및 확인을 소홀히 하여 뇌척수액 누출과 같은 합병증을 유발했는지 여부. 둘째, 수술 후 환자에게 발생한 두통, 발열, 코피 등 이상 증상에 대해 의료진이 적절하고 신속하게 경과를 관찰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했는지 여부. 셋째, 환자의 의식 저하 및 산소포화도 급락 등 응급 상황 발생 시 의료진이 적절하고 신속한 응급 처치를 시행했는지 여부. 넷째, 의료진이 수술 전 환자에게 수술의 위험성, 합병증 가능성 및 다른 치료 방법 등에 대해 충분히 설명할 의무를 다했는지 여부. 마지막으로 이러한 의료진의 행위들이 환자 A의 사망이라는 결과와 인과관계가 있는지 여부입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사건에서 확장된 청구를 포함하여 제1심 판결을 변경하고, 망 A의 소송수계인 겸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소송총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재판부는 원고들의 주장을 다음과 같은 이유로 모두 기각했습니다.
수술상 과실 없음: 의료진은 뇌경막을 철저히 봉합한 것으로 보이며, 수술 기록에 명시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과실을 인정하기 어렵습니다. 수술 직후 영상 검사에서도 뇌척수액 누출이 확인되지 않았고, 배액관에서도 통상적인 양상이 관찰되었습니다. 뇌척수액 누출은 개두술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합병증이며, 감염 및 뇌압 상승 등 수술 외적인 요인으로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에서도 수술 행위가 직접적으로 사망에 영향을 미 미쳤을 가능성은 낮다고 보았습니다.
경과 관찰상 과실 없음: 의료진은 수술 후 환자에게 두통과 발열 증상이 나타나자 진통제와 해열제를 처방하고, 감염 여부 확인을 위한 각종 검사(흉부 X-ray, 뇌 CT, 뇌 MRI, 균 배양 검사)를 수행했습니다. 균 감염이 확인된 2019년 2월 17일부터 즉시 항생제를 투여하고 응급 수술을 진행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적시에 이행했습니다. 코피 증상에 대해서도 뇌척수액 누출 감별 검사를 시행했고, 당시 환자의 의식 상태와 증상만으로는 뇌척수액 누출을 단정하기 어려웠습니다. 뇌척수액 누출 확인 시 보존적 치료를 우선 고려하는 경우도 많아 응급 수술 전까지의 경과 관찰을 소홀히 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응급 처치상 과실 없음: 의료진은 균 감염 확인 후 항생제 투여 및 협진 의뢰 등 규범적 조치를 취했습니다. 산소포화도 급락 시 즉시 최대 농도 산소 투여, 동맥혈가스검사, 흉부 X-ray 검사, 중환자실 이송 후 앰부배깅 및 기계적 인공호흡 시행 등 적절한 응급 처치를 수행했습니다. 비록 기계적 인공호흡이 다소 지연되었더라도 환자의 산소포화도는 이후 회복되었고, 의식도 일시적으로 회복되는 등 저산소성 뇌손상이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설명 의무 위반 없음: 의료진은 수술 동의서를 통해 수술의 목적, 효과, 과정, 방법, 그리고 감염, 사망, 뇌척수액 누출 등의 일반적인 합병증 발생 가능성에 대해 충분히 설명한 것으로 인정되었습니다. 구체적인 합병증 발병률 수치를 언급하지 않았다고 하여 설명 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수 없습니다. 따라서 환자의 자기결정권 침해나 재산상 손해에 대한 책임도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이 사건은 주로 의료행위상 과실로 인한 손해배상책임과 설명의무 위반에 대한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의료행위상 과실로 인한 손해배상책임: 의료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려면 의료진의 주의 의무 위반(과실)과 그 과실로 인한 손해 발생, 그리고 둘 사이의 인과관계가 증명되어야 합니다. 의료행위는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므로 환자 측에서 과실 및 인과관계를 증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대법원 판례(대법원 2023. 8. 31. 선고 2022다219427 판결 등)는 환자 측이 의료인의 주의 의무 위반 행위를 증명하고 그 과실이 손해를 발생시킬 개연성이 있음을 증명하면 인과관계 증명책임이 완화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의료 과실의 존재 자체는 피해자가 증명해야 합니다.
의료과실 추정의 한계: 대법원 판례(대법원 2008. 3. 27. 선고 2007다76290 판결 등)는 중대한 결과가 발생했다는 사실만으로 의료 과실과 인과관계를 막연하게 추정하여 의사에게 무과실 증명책임을 지우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봅니다. 특히 의료행위로 사망한 경우, 사망이 당시 의료수준에서 최선을 다했더라도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으로 인해 2차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면, 합병증 발생 사실만으로 의료행위 과정에 과실이 있었다고 추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설명의무 위반: 의료진이 환자에게 수술 등 중요한 치료에 대해 설명 의무를 위반하여 환자가 선택의 기회를 잃고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된 경우, 환자는 그로 인한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결과로 인한 모든 손해(재산상 손해 포함)를 청구하려면 의사의 설명 의무 위반이 환자의 생명, 신체에 대한 구체적 치료 과정에서 요구되는 의사의 주의 의무 위반과 동일시할 정도의 것이어야 합니다 (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5다5867 판결 등). 즉, 설명 의무 위반의 정도가 매우 중대해야 재산상 손해까지 인정될 수 있습니다.
의료 사고의 경우 의료진의 과실과 환자에게 발생한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것이 매우 어렵습니다. 이는 의료 행위가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며 의학 지식 자체의 불완전성 때문이기도 합니다.
의료 기록의 중요성: 의료 기록은 의료진의 진료 과정과 환자 상태 변화를 파악하는 중요한 증거가 됩니다. 의료 기록에 기재된 내용, 기재 시점, 수정 이력 등이 판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진료 과정 중 의문 사항이 있다면 의료 기록을 상세히 확인하고 필요시 기록을 요청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합병증과 과실의 구분: 수술 후 발생하는 모든 좋지 않은 결과가 의료진의 과실은 아닙니다. 일부 합병증은 의료 수준에서 최선의 조치를 다했음에도 발생할 수 있는 불가피한 것으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발생한 합병증이 통상적인 범위 내에 있는지, 의료진이 합병증에 대해 적절히 대처했는지 여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됩니다.
설명 의무: 의료진은 환자에게 수술 및 치료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할 의무가 있습니다. 여기에는 치료의 목적과 효과, 방법, 그리고 발생 가능한 주요 합병증의 내용과 심각성, 대처 방법 등이 포함됩니다. 다만, 모든 통계적 확률까지 구체적인 수치로 설명해야 하는 것은 아니며, 환자가 치료 여부를 결정하는 데 필요한 핵심 정보를 제공했는지가 중요합니다.
증거 수집: 의료 과실을 주장하는 경우, 다른 전문 병원의 진료 기록 감정이나 전문가 의견 등 객관적인 증거를 충분히 확보하는 것이 승소에 유리합니다. 단지 좋지 않은 결과가 발생했다는 사실만으로 의료 과실이 추정되지는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