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사
피고인 A는 재개발 조합장으로서 부가가치세 절감 명목의 용역계약을 체결하고 5억 5천만 원을 지급하여 조합에 손해를 끼쳤다는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피고인은 업무상 배임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계약 체결 경위, 내용, 대금 지급 시기 등의 비합리성을 들어 배임의 고의를 인정하고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습니다.
피고인은 C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의 조합장으로서 2013년 10월경 I와 E로부터 아파트 일반분양 시 건물의 가액 비율을 낮추면 부가가치세를 절감할 수 있다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피고인은 대의원회의 결의를 거쳐 M 세무회계사무소와 부가가치세 절세 용역계약을 체결하고, 절감액의 30%에 해당하는 5억 5천만 원의 용역대금을 이 사건 용역계약 체결일로부터 약 20일 만에 모두 지급했습니다. 그러나 당시 피고인의 조합장 해임이 예고된 상황이었고, 부가가치세 절감 효과가 불확실했으며, I는 세무사 자격증이 없었습니다. 또한, 이 용역계약은 총회 결의 사항이었음에도 대의원회에서만 논의되었고, 계약 내용 자체도 부실했습니다. 검찰은 이러한 행위가 조합에 손해를 끼친 업무상배임에 해당한다고 보아 기소했고, 피고인은 배임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하며 항소했습니다.
재개발 조합장이 부가가치세 절감을 명목으로 세무 전문가와 용역계약을 체결하고 거액의 용역대금을 지급한 행위가 업무상배임죄의 고의를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특히, 부가가치세 절감 효과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계약을 체결하고 지급 시기 이전에 대금을 전액 지급한 행위의 정당성이 문제되었습니다.
원심판결(징역 3년)을 파기하고 피고인에게 징역 2년 6개월과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습니다.
법원은 피고인이 조합장 해임이 예고된 상황에서 불분명한 절세 효과를 내세워 총회 결의 없이 고액의 용역계약을 체결하고 예정된 시기보다 빨리 대금을 전액 지급한 점, 계약 당사자 및 내용의 부실함 등을 종합하여 업무상배임의 고의를 인정했습니다. 다만, 피해 회복 노력(4억 4천만 원 공탁), 동종 전과 없음, 건강 상태 및 가족 부양 등의 유리한 정상을 참작하여 원심보다 감형된 집행유예를 선고했습니다.
업무상배임죄 (형법 제356조, 제355조 제2항,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 업무상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득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재산상의 손해를 가할 때 성립하는 범죄입니다. 본 사건에서 피고인이 조합장으로서 조합의 재산을 관리하는 임무를 위배하여 불확실한 부가세 절감 용역계약을 체결하고 거액의 대금을 지급한 행위가 이에 해당한다고 판단되었습니다. 배임죄의 고의는 본인에게 재산상 손해를 가하고 자기 또는 제3자에게 재산상 이득을 주려는 의사를 의미하며, 이러한 의사는 간접 사실을 통해 입증될 수 있습니다. 부가가치세법 (구 부가가치세법 제29조 제9항, 구 부가가치세법 시행령 제48조의2 제4항): 이 사건의 쟁점인 '부가가치세 절감' 가능성 판단의 근거 법령입니다. 재화 또는 용역의 공급에 대한 부가가치세는 원칙적으로 공급가액에 세율을 적용하여 계산되나, 토지와 건물을 함께 공급하는 경우처럼 과세대상과 비과세대상 또는 면세 대상이 함께 공급되는 경우 그 가액의 구분이 불분명할 때에는 일정한 비율로 안분하여 계산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미 공급가액이 구분되어 신고된 경우에는 해당 규정의 적용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법원은 피고인이 이를 쉽게 알 수 있었음에도 전문가에게 문의하지 않아 부가세 절감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임을 인지하지 못했거나 무시했다고 보았습니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24조 제3항): 재개발 조합의 중요한 계약 체결에 관한 규정으로, 정비 사업비의 사용, 예산으로 정한 사항 외에 조합원의 부담이 될 계약은 총회의 결의를 거쳐 결정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5억 5천만 원의 용역대금 계약은 예산으로 정한 사항 외에 조합원의 부담이 되는 계약으로 총회 결의가 필수적이었으나, 피고인이 이를 지키지 않고 대의원회 결의만으로 계약을 추진하고 대금을 지급한 것이 임무 위배 행위로 판단되었습니다. 경합범 처리 (형법 제37조 후단, 제39조 제1항): 이미 확정된 다른 범죄(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 교사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 배임죄)와 이 사건 범죄가 경합범 관계에 있을 때, 형법 제39조 제1항에 따라 동시에 판결할 경우와의 형평을 고려하여 형량을 정하는 원칙입니다. 작량감경 및 집행유예 (형법 제53조, 제55조 제1항, 제62조 제1항): 법관이 범행의 정상(情狀)을 참작하여 형을 감경할 수 있는 '작량감경'과, 특정 형량(3년 이하의 징역 또는 금고)에 대해 일정 기간 동안 형의 집행을 유예할 수 있는 '집행유예'에 관한 규정입니다. 본 사건에서는 피고인의 피해 회복 노력, 건강 상태 등을 고려하여 형이 감경되고 집행유예가 선고되었습니다.
전문가의 자격 확인: 세무, 법률 등 전문적 판단이 필요한 사안에 대해 계약을 체결할 때는 상대방이 해당 분야의 정식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자격이 용역 수행에 충분한지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법령 및 절차 준수: 조합이나 단체의 대표자는 관련 법령(예: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부가가치세법 등)과 내부 규정(정관 등)이 정한 절차(이사회, 대의원회, 총회 결의 등)를 철저히 지켜야 합니다. 특히 예산 외의 비용 지출이나 조합원에게 부담이 되는 계약은 반드시 총회에서 사전 결의를 받아야 합니다. 계약의 명확성 및 적정성: 용역계약 체결 시에는 계약 당사자, 용역 범위, 대금 산정 기준, 지급 시기, 책임 소재 및 손해배상 조항 등을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합니다. 특히 고액의 용역대금의 경우, 그 적정성을 면밀히 검토하고 유사 업체의 견적을 비교하는 등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성과 기반 지급 원칙: 부가가치세 절감과 같이 성과에 따라 대가가 달라지는 계약의 경우, 실제 절감 효과가 확인된 후에 용역대금을 지급하는 원칙을 지켜야 합니다. 예상 절감액만을 근거로 미리 대금을 지급하는 것은 단체에 손해를 입힐 위험이 있습니다. 의사결정의 투명성: 중요한 의사결정 과정에서 의문이 제기되거나 반대 의견이 있을 경우, 이를 적극적으로 해소하고 충분한 근거를 제시하여 투명하게 진행해야 합니다. 독단적인 결정은 추후 법적 분쟁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