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해 · 행정 · 공무방해/뇌물 · 기타 형사사건
이 사건은 1974년 유신정권에 반대하여 시위를 벌인 학생 A, B, C, D에게 비상보통군법회의와 비상고등군법회의가 대통령긴급조치위반, 내란음모, 공무집행방해, 상해 등의 혐의로 징역 7년에서 12년을 선고했던 사건에 대한 재심 판결입니다. 피고인들은 2008년 재심을 청구했고, 재심 법원은 대통령긴급조치 관련 혐의에 대해서는 법령의 개폐로 형이 폐지되었으므로 면소(면소를 선고한다)를, 내란음모 및 공무집행방해, 상해 혐의에 대해서는 증거가 없거나 경찰의 위법한 체포에 대한 정당방위로 보아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는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기 강압적으로 조작된 사건에 대한 사법부의 재평가이자 인권 회복의 의미를 가집니다.
1974년 4월 3일, 당시 G대학교 문리대 학생이던 피고인들은 교정에서 유신정권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유인물을 배포했습니다. 이들은 사복 경찰관들에 의해 법적 절차 없이 거칠게 체포되었고, 중앙정보부 분실에서 혹독한 고문을 당해 F단체 구성원으로서 내란을 음모했다는 등의 허위 자백을 강요당했습니다. 그 결과, 비상보통군법회의와 비상고등군법회의에서 대통령긴급조치위반, 내란음모, 공무집행방해, 상해 등의 혐의로 유죄 판결과 중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수십 년이 지난 후 피고인들은 2008년 재심을 청구하여 과거의 잘못된 판결을 바로잡으려 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유신정권 시기 선포된 대통령긴급조치의 법적 효력이 해제된 후에도 그 위반 혐의로 처벌할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둘째, 강요와 고문에 의해 작성된 피의자 신문조서의 증거능력과 피고인들의 내란음모 혐의가 실제로 존재했는지 여부입니다. 셋째, 경찰관의 현행범 체포 절차가 적법하지 않았을 경우, 이에 저항하는 피고인들의 행위가 공무집행방해나 상해죄를 구성하는지, 혹은 정당방위로 인정될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재심 법원은 원심판결 중 피고인들에 대한 부분을 모두 파기했습니다. 피고인 A, D에 대한 공무집행방해, 상해, 내란음모 혐의와 피고인 C에 대한 내란음모 혐의는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피고인 A, B, C, D에 대한 대통령긴급조치위반 혐의는 법령의 개폐로 형이 폐지된 경우에 해당하여 면소를 선고했습니다.
재심 법원은 과거 군법회의의 판결이 법률 오해 및 사실 오인, 그리고 증거의 임의성 부족(고문으로 인한 허위 자백)에 기반하고 있음을 명백히 밝혔습니다. 대통령긴급조치위반 혐의는 해당 법령이 해제되면서 형벌 근거가 사라져 면소 판단을 받았습니다. 내란음모 혐의는 피고인들이 국헌문란 목적의 폭동을 모의했다는 증거가 없으며 수사기관의 강압에 의한 허위 자백이 있었음을 인정하여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공무집행방해 및 상해 혐의는 경찰의 체포 과정이 법적 절차를 지키지 않아 위법했고 이에 대한 피고인들의 저항은 불법적인 신체 침해에 대한 정당방위로 판단되어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이 판결은 과거 권위주의 시절의 잘못된 사법 판단을 바로잡고 피고인들의 명예를 회복시킨 중요한 사례입니다.
이 사건 판결은 다음과 같은 법률과 법리를 중요한 근거로 삼았습니다.
형사소송법 제326조 제4호 (면소 판결): 이 조항은 '범죄 후 법령의 개폐로 형이 폐지된 때'에는 면소 판결을 선고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법원은 대통령긴급조치 제1호와 제4호가 1974년 8월 23일 해제되고 그 근거법인 유신헌법 제53조가 1980년 10월 27일 폐지됨으로써, 피고인들의 대통령긴급조치위반 혐의에 대한 형벌의 근거가 사라졌다고 판단하여 면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형법 제87조 (내란죄) 및 제91조 (국헌문란의 목적): 내란죄는 '국토를 참절하거나 국헌을 문란할 목적으로 폭동한 자'를 처벌하며, '국헌을 문란할 목적'은 헌법 또는 법률의 기능을 소멸시키거나 국가기관을 강압으로 전복시키는 것을 의미합니다. 법원은 피고인들의 시위는 인정되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다수인이 조직적으로 폭행·협박을 수단으로 '폭동'할 것을 모의했다는 증거가 없다고 보았습니다. 특히, 피고인들이 중앙정보부에서 혹독한 고문을 당하여 허위 자백을 했으며, F단체 사건 자체가 학생운동 탄압을 위해 왜곡된 사건임을 과거사 진실규명 위원회가 규명했음을 중요한 근거로 삼아 내란음모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형법 제136조 (공무집행방해죄) 및 적법한 공무집행의 원칙: 공무집행방해죄는 공무원의 직무집행이 '적법한 경우'에 한하여 성립합니다. 법원은 당시 시행되던 구 형사소송법 제72조에 따라 사법경찰관이 현행범을 체포할 때는 범죄사실의 요지, 구속의 이유, 변호인 선임권 등을 고지해야 함에도 경찰관들이 이러한 적법절차를 준수하지 않고 피고인들을 연행한 것은 불법적인 공무집행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정당방위 (위법성 조각 사유): 법원은 경찰관의 체포 행위가 적법하지 않아 불법적인 공무집행을 벗어난 것으로 본다면, 피고인들이 그 체포를 면하려고 반항하는 과정에서 경찰관에게 상해를 가한 것은 '불법체포로 인한 신체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에서 벗어나기 위한 행위'로서 정당방위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공무집행방해 및 상해 혐의에 대해서도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유사한 문제 상황에 처했을 때 다음 사항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적법한 절차 준수의 중요성: 수사기관의 체포 행위는 반드시 법률이 정한 절차(예를 들어 범죄사실의 요지, 구속 이유, 변호인 선임권 고지 등)를 준수해야 합니다. 만약 이러한 절차를 지키지 않은 불법적인 체포라면, 이에 저항하는 행위는 정당방위로 인정되어 위법성이 없어질 수 있습니다.
강압에 의한 진술의 증거능력: 고문이나 협박 등 강압적인 방법으로 얻어낸 진술은 임의성이 없어 법정에서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억울한 상황에서 강요된 진술을 했더라도 재심 등을 통해 그 진실을 밝힐 기회가 있습니다.
법령 변경의 영향: 범죄 행위 후에 관련 법령이 폐지되거나 변경되어 형벌의 근거가 없어지는 경우에는 해당 혐의에 대해 면소 판결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는 과거의 법 적용이 현재 시점에서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음을 의미합니다.
역사적 사실과 진실 규명: 과거 권위주의 정권 하에서 발생한 사건의 경우, 수사기관의 조작이나 왜곡이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사건의 배경이 되는 역사적 맥락과 진실 규명 활동(예: 과거사 진실위원회 조사 결과)은 재심에서 중요한 증거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국헌문란'의 엄격한 해석: '국헌문란'이라는 표현은 헌법 또는 법률에 정한 정치적 기본조직 제도 자체를 파괴하거나 변혁하는 것을 의미하며 단순히 정권 교체를 시도하는 것과는 구별됩니다. 학생 시위와 같은 저항 행위가 언제나 내란죄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