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회사 청소 업무 근로자들의 고용 관계 인정 요구 판결

원고들(A와 B)은 피고(주식회사 C)의 제약 공장에서 청정실 청소 및 소독 업무를 수행한 근로자들입니다. 이들은 형식적으로 피고보조참가인(주식회사 E)에 고용되어 있었으나, 실질적으로는 피고의 지휘·감독 아래 피고의 업무를 수행하는 파견 근로자라고 주장하며 피고에게 직접 고용 의사표시를 요구했습니다. 1심 법원은 주된 청구인 근로자 지위 확인은 기각했으나, 예비적 청구인 고용 의사표시 청구는 인용했습니다. 이에 피고가 예비적 청구 부분에 불복하여 항소했고, 항소심 법원은 원고들이 피고의 근로자파견 관계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1심 판결 중 예비적 청구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들의 예비적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들 (A, B): 피고 주식회사 C 공장의 청정실 청소 및 소독 업무를 수행한 근로자들입니다. 피고의 지휘·감독을 받아 일했으며 파견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습니다.
• 피고 주식회사 C: 바이오 의약품을 제조하고 생산하는 제약회사입니다. 원고들이 소속된 피고보조참가인 주식회사 E와 야간 클리닝 업무에 대한 도급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 피고보조참가인 주식회사 E: 원고들을 고용한 하청업체입니다. 피고 주식회사 C와 야간 클리닝 업무에 대한 도급 계약을 맺고 해당 업무를 수행했습니다.

분쟁 상황

원고들(근로자들)은 피고(제약회사) 공장의 청정실 청소 및 소독 업무를 수행하며 형식적으로는 참가인(하청업체) 소속이었으나, 실질적으로는 피고의 지휘·감독을 받아 피고의 핵심 업무에 편입되어 일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따라 원고들은 피고와 참가인 간의 계약이 근로자파견 계약에 해당하므로 피고가 자신들에게 직접 고용 의사표시를 해야 한다고 청구했습니다. 피고는 자신과 참가인 간의 계약은 독립적인 도급 계약이며, 원고들이 참가인의 독자적인 지휘·명령 아래 일했으므로 직접 고용 의무가 없다고 맞섰습니다.

핵심 쟁점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원고들(근로자들)과 피고(제약회사) 사이의 근로 관계가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이 적용되는 '근로자파견'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독립적인 '도급 계약'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만약 근로자파견으로 인정되면 피고는 원고들을 직접 고용해야 할 의무를 지게 됩니다.

법원의 판단

항소심 법원은 1심 판결 중 피고가 원고들에게 고용 의사표시를 하라고 명령한 예비적 청구 부분을 취소했습니다. 즉, 법원은 원고들이 피고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어 피고로부터 상당한 지휘·명령을 받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원고들의 근로 관계가 파견 근로 관계가 아니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에 따라 원고들의 고용 의사표시를 요구하는 예비적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소송 총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하게 되었습니다.

결론

항소심 법원은 피고와 참가인 간의 계약이 적법한 도급 계약에 해당하며, 원고들의 근로 관계가 파견 근로 관계의 징표들을 충분히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피고에게 원고들을 직접 고용할 의무가 없다고 보아, 원고들의 고용 의사표시 청구를 최종적으로 기각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사건의 핵심은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에서 규정하는 '근로자파견' 관계를 판단하는 법리입니다. 파견법상 '근로자파견'이란 파견사업주(여기서는 주식회사 E)가 근로자(원고들)를 고용한 후 그 고용 관계를 유지하면서 사용사업주(여기서는 주식회사 C)의 지휘·명령을 받아 사용사업주를 위한 근로에 종사하게 하는 것을 말합니다.

법원은 당사자가 계약에 붙인 명칭이나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근로 관계의 실질에 따라 근로자파견 여부를 판단합니다(대법원 2015. 2. 26. 선고 2010다93707 판결 등 참조). 주요 판단 요소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사용사업주의 지휘·명령 유무: 사용사업주가 근로자의 업무 수행 자체에 관해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하는 등 상당한 지휘·명령을 하는지 여부.

   • 본 사례 적용: 법원은 피고가 작성한 SOP(표준작업지침서)는 GMP(우수 의약품 제조 및 품질 관리 기준) 준수를 위한 객관적 정보 제공이며, 야간 클리닝팀 근로자들이 SOP 범위 내에서 상당한 재량을 발휘했고, 정기 클리닝 업무에 대해서는 피고가 내용을 제대로 알지 못했던 점 등을 들어 피고의 직접적인 지휘·명령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2. 사용사업주 사업으로의 실질적 편입 여부: 근로자가 사용사업주 소속 근로자와 하나의 작업 집단으로 공동 작업을 하는 등 사용사업주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는지 여부.

   • 본 사례 적용: 야간 클리닝 업무와 피고 직원의 바이오 의약품 생산 업무는 내용과 목적이 본질적으로 다르며, 야간 클리닝은 주로 피고 직원들의 업무 시간 외에 이루어졌습니다. 사물함, 사원증 등은 GMP 준수 및 업무 편의를 위한 것으로 실질적 편입의 징표로 보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3. 원고용주의 독자적 권한 행사 여부: 원고용주(하청업체 E)가 근로자의 선발, 인원수, 교육 훈련, 작업·휴게시간, 휴가, 근무 태도 점검 등에 관한 결정 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하는지 여부.

   • 본 사례 적용: 참가인(E)은 자체 취업규칙에 따라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인사규정에 따라 직원을 채용·해고했으며, 인력 운영 계획 수립, 직무 평가, 휴무 관리, 연봉 결정 등을 독자적으로 처리했습니다. 피고 직원의 면접 참여나 교육 지시는 GMP 규정 준수를 위한 간접적인 협조로 판단했습니다.

4. 업무의 전문성·기술성 및 구별 가능성: 계약 목적이 구체적으로 범위가 한정된 업무의 이행으로 확정되고, 근로자가 맡은 업무가 사용사업주 소속 근로자의 업무와 구별되며, 해당 업무에 전문성·기술성이 있는지 여부.

   • 본 사례 적용: 야간 클리닝 업무는 GMP 기준을 따르는 특수한 세척/살균 절차가 요구되어 일반 미화와 구별되며, 참가인이 관련 전문성과 기술력을 보유했다고 인정했습니다. 피고가 참가인의 업무 제안이나 SOP 개정 의견을 반영한 점도 참가인의 전문성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보았습니다.

5. 원고용주의 독립적 기업 조직·설비 보유 여부: 원고용주가 계약 목적 달성을 위해 필요한 독립적인 기업 조직이나 설비를 갖추고 있는지 여부.

   • 본 사례 적용: 참가인(E)은 독립적인 조직 체계를 갖추고 다수의 근로자를 고용하며 피고 외 다른 회사들과도 위탁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자체적으로 장비와 비품을 관리하고 특수 카트를 개발하는 등 독립적인 기업 조직과 설비를 갖추었다고 판단했습니다. 피고 사무동에 본사가 위치하거나 일부 지분 관계 등은 독립성을 뒤집을 만한 사정이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이러한 법리에 따라 항소심은 원고들의 근로 관계가 파견 근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참고 사항

유사한 상황에서 자신의 근로 관계가 '파견'인지 '도급'인지 판단할 때는 다음 사항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 업무 지휘·명령 주체: 실제로 누가 업무의 내용, 순서, 방법에 대해 구체적이고 구속력 있는 지시를 내렸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단순한 업무 목표 제시나 결과 확인을 넘어선 직접적인 지시가 있었는지 중요합니다.
• 업무의 실질적 편입 여부: 하청 근로자의 업무가 원청 사업의 핵심적인 부분에 얼마나 깊이 연관되어 있는지, 원청 소속 근로자와 하나의 작업 집단으로 공동 작업을 하는지 등을 살펴보세요. 원청 직원의 업무와 명확히 구분되고 독립적인 경우 도급으로 볼 가능성이 높습니다.
• 인사·노무 관리 권한 주체: 하청업체가 근로자의 채용, 해고, 근로조건 결정, 근태 관리(휴가, 근무 시간 등), 징계, 평가 등 인사 및 노무 관련 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했는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됩니다. 원청이 이 과정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파견으로 볼 여지가 있습니다.
• 전문성 및 독립된 기업 조직: 하청업체가 계약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전문성·기술성을 갖추고 있는지, 독립적인 기업 조직과 설비를 갖추고 독자적인 사업 운영을 하는지도 중요하게 고려됩니다. 하청업체가 단순히 인력만 제공하는 형태라면 파견으로 볼 수 있습니다.
• 계약의 형식보다는 실질: 계약서상 명칭이 '도급'이더라도 실제 근무 형태가 파견과 유사하다면 법원은 실질을 따져 판단합니다. 반대로 '파견'이라고 명시되어 있어도 실제 도급에 가깝다면 그 실질을 따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