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
피고 회사에 재직 중이던 직원이 철길 진입금지 펜스를 넘어 무단으로 철로에 진입하여 사전점검 작업을 수행하던 중 열차에 치여 사망한 사고와 관련하여, 사망한 직원의 자녀들이 피고 회사를 상대로 사용자로서의 안전배려의무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피고 회사의 과실이나 보호의무 위반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아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 사건입니다.
피고 회사(주식회사 D)의 진단사업부 부장으로 재직 중이던 망인 E은 2019년 2월 14일, 향후 발주될 밀양시의 해빙기 절개지 안전점검진단 용역에 대비하여 협력업체 직원 H과 함께 절개지 사전점검 작업을 수행하고 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망인은 위험예상지역 절개지 사진촬영을 위해 높이 약 182cm의 철길 진입금지 펜스를 넘어 철로에 무단으로 진입했습니다. 사진촬영 작업을 마친 후 돌아 나오던 중, 오후 3시 37분경 밀양시 삼랑진읍 작원관터널 인근에서 부산발 서울행 새마을호 열차에 충격당해 현장에서 사망했습니다. 이 사건 사고를 조사한 경찰은 망인의 작업이 궤도 관련 설비 보수·점검 작업과 무관하며, 사업주가 망인이 철도에 무단 침입하여 조사를 할 것을 예견하기 어려웠고, 당일 반드시 끝내야 하는 급박한 업무가 아니었다는 이유로 사업주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내지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보아 내사종결했습니다. 이에 망인의 자녀들인 원고 A와 B는 피고 회사가 사용자로서 망인에 대한 보호의무 내지 안전배려의무를 온전히 이행하지 아니하여 사고가 발생했다고 주장하며, 각 105,324,25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는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사용자가 직원의 업무상 안전을 위한 보호의무(안전배려의무)를 위반했는지 여부와, 직원이 출입이 엄격히 금지된 위험 지역에 무단으로 진입하여 발생한 사고에 대해 사용자에게 예측 가능성이나 안전조치 미이행 과실이 있었는지 여부입니다.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합니다.
법원은 망인의 사망 사고가 업무와 관련성은 있으나, 피고가 사고 발생을 예측할 수 있었거나 안전조치 미이행의 과실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사고 장소인 철도구역은 높이 182cm의 펜스와 안내문으로 출입이 엄격히 제한된 곳이었고, 망인의 업무에 철도구역 진입의 필요성이 없었으며, 피고가 구체적인 지시를 하거나 사고를 예측할 만한 사정이 없었다는 점이 중요하게 고려되었습니다. 또한, 망인이 해당 업무 분야의 전문가였으며 일반인도 출입 금지 사실을 알 수 있다는 점 등을 종합하여, 피고의 보호의무 또는 안전배려의무 위반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관련 법령은 민법 제750조 (불법행위의 내용) 입니다. 이 조항은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사용자의 안전배려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는 이 민법 제750조에 따른 불법행위 책임 또는 채무불이행 책임으로 제기될 수 있습니다. 법원은 사용자의 과실이 인정되어야 불법행위책임을 물을 수 있으며, 그 과실의 존재는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측(원고)이 입증해야 한다고 봅니다. 또한, 근로계약상 사용자는 근로자의 생명, 신체, 건강을 보호해야 하는 '보호의무' 또는 '안전배려의무'를 부담합니다. 이 의무 위반으로 인한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의 경우, 채무자인 사용자가 자신에게 과실이 없음을 입증하지 않는 한 책임을 면할 수 없지만, 채권자(근로자 측)는 구체적인 보호의무의 존재와 그 위반 사실을 주장하고 입증해야 합니다. 이 보호의무 위반을 이유로 사용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사고가 피용자의 업무와 관련성을 가지고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그 사고가 통상 발생할 수 있다고 예측되거나 예측할 수 있는 경우여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망인의 사고가 업무와 관련성은 있었으나, 출입 금지된 철도 구역에 무단 진입하여 발생한 사고가 통상적으로 예측 가능한 범위에 있었다고 보지 않았고, 따라서 피고 회사의 보호의무 위반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민법 제750조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직원은 업무 수행 시 정해진 절차와 안전 수칙을 반드시 준수해야 합니다. 특히 출입 금지 구역이나 위험이 명백한 장소에는 무단으로 진입해서는 안 됩니다. 회사는 직원이 위험한 작업을 수행할 경우 구체적인 안전 지시와 함께 작업 장소의 위험성에 대한 명확한 고지를 해야 하지만, 직원의 무단 행동이나 회사가 예측할 수 없었던 경로 선택이 사고의 주요 원인이 된 경우에는 회사의 책임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서 발생한 사고에 대한 사용자의 책임은 법적으로 쉽게 인정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새로운 작업이나 미발주된 용역에 대한 사전 조사를 할 때에는 반드시 회사의 명확한 지침을 받고 위험 지역 접근 시에는 적절한 안전 장비와 승인된 절차를 따라야 합니다. 철도 구역 등 출입이 엄격히 통제되는 곳은 일반인은 물론 관련 업무 종사자도 허가 없이 진입해서는 안 됩니다. 이는 법적 처벌은 물론 생명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이므로 각별히 유의해야 합니다. 사고 발생 시 경찰 등 수사기관의 조사 결과는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 판단에도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