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박/감금 · 성폭행/강제추행 · 미성년 대상 성범죄 · 양육
고등학교 수학 교사이자 기획교사가 자신의 지위와 영향력을 이용하여 학생의 성적 자유의사를 제압하고 지속적으로 성적 요구를 한 것이 '위력'에 의한 성범죄(유사강간, 추행)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유지하고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 사건입니다.
피고인 A는 ○○고등학교 수학 교사였으며, 피해 학생은 그의 제자였습니다. 피고인은 2018년경부터 피해 학생의 수학 과목 담당 교사이자 학년 기획교사, 수학동아리 지도교사로서 생활기록부 작성, 반 편성 등 학생의 학교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위에 있었습니다. 피고인은 이러한 지위를 이용하여 피해 학생에게 접근했고, 2018년 11월경부터 2019년 2월경까지 무선 이어폰 약 18만 원 상당, 문화상품권, 데이터쿠폰, 현금 등 여러 선물을 제공하며 친분을 쌓았습니다. 이후 피고인은 '생활기록부를 잘 써주겠다', '형 동생으로 잘 지내자'는 등의 말을 하면서 피해 학생에게 성적인 요구를 시작했습니다. 피해 학생은 피고인이 자신의 학교생활 및 대학입시에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생각하여 피고인의 요구를 거절하기 어려웠습니다. 특히 피고인이 요구를 거절하거나 난색을 표할 때마다 '인연을 끊자', '다른 학생을 챙기겠다'는 식으로 관계 단절을 암시하여 피해 학생의 심리적 압박감을 가중시켰습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피해 학생은 대중탕에서의 성적 접촉, 차량 내 구강성교 요구 등 유사강간 및 추행을 당했습니다. 심지어 2019년 3월 15일경에는 피고인의 요구에 따라 성적인 사진 유포 등에 대해 문제를 삼지 않겠다는 각서까지 작성해주었습니다. 그러나 2019년 3월경 피해 학생은 주변 친구들에게 피해 사실을 알렸고, 2019년 3월 29일 경찰에 피고인을 고소하게 되었습니다. 피고인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위계등간음, 위계등추행) 및 아동복지법 위반(아동에 대한 음행강요·매개·성희롱등) 혐의로 기소되어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고, 이에 불복하여 항소했지만 항소심에서도 원심 판결이 유지되었습니다.
교사가 학생의 학업 및 학교생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위를 이용하여 성적 요구를 한 것이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에서 정하는 '위력'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피해자가 관계 단절을 우려하여 즉시 거절하지 못하고 애정 표현을 한 경우에도 '위력'에 의한 성범죄가 성립하는지 여부입니다. 또한, 피해자의 구체적인 진술 신빙성 및 원심의 양형이 적절한지도 쟁점이 되었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의 유죄 판결을 유지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교사로서 생활기록부 작성, 반 편성 등 피해 학생의 학교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위를 이용하여 피해 학생의 성적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한 '위력'을 행사했다고 판단했습니다. 피해 학생이 관계 단절의 두려움 때문에 즉시 거절하지 못하고 피고인에게 애정 표현을 한 점도 위력에 의한 범행을 부정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피해 학생의 구체적이고 일관된 진술은 신빙성이 있으며, 피고인의 반박 주장만으로는 신빙성이 부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양형 부당 주장 역시 원심의 형량이 합리적인 재량 범위 내에 있다고 보아 기각했습니다.
교사가 학생에게 가지는 사회적, 교육적 지위는 그 자체로 막강한 '위력'이 될 수 있으며, 이를 이용한 성적 요구는 학생의 성적 자유의사를 제압하는 범죄로 인정됩니다. 피해 학생이 즉각적으로 거부하지 못하거나 오히려 가해자에게 동조하는 듯한 행동을 보였다 하더라도, 이는 관계 단절에 대한 두려움 등 위력에 의한 심리적 압박의 결과로 볼 수 있으므로 성범죄 성립에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법원은 피해자의 진술 신빙성을 판단할 때 전반적인 맥락과 진술의 구체성을 중요하게 여기며, 가해자의 주장만으로 신빙성을 쉽게 부정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한 판결입니다.
이 사건에 적용된 주요 법령은 다음과 같습니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 제7조 제5항 (위계 등 간음·추행): 이 조항은 아동·청소년에 대하여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간음 또는 추행을 한 자'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위력'이란 피해자의 성적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한 세력을 의미하며, 단순히 폭행이나 협박뿐만 아니라 행위자의 사회적·경제적·정치적 지위나 권세를 이용하는 것도 포함됩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이 교사로서 생활기록부 작성, 반 편성, 학년 기획 업무 등 피해 학생의 학교생활 및 대학입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위를 이용하여 심리적 압박을 가한 것이 '위력'으로 인정되었습니다.
형법 제51조 (양형 조건): 법원이 형량을 정할 때 고려해야 할 다양한 조건들(범인의 연령, 성행, 지능과 환경, 피해자에 대한 관계,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법원은 이 조항에 따라 피고인의 여러 정상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원심의 형량이 합리적이고 적정한 범위 내에 있다고 판단했으며, 항소심에서 형을 변경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다고 보았습니다.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 (항소 기각): 항소심에서 항소가 이유 없다고 인정될 경우, 원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하고 항소를 기각한다는 내용입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이 모두 기각됨에 따라 이 조항에 근거하여 항소가 기각되었습니다.
교사와 학생 사이의 관계에서 교사가 학업 성적, 생활기록부, 진로 등 학생의 미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위를 이용해 성적 요구를 하는 것은 명백한 '위력'에 의한 성범죄에 해당합니다. 설령 학생이 명시적으로 거부하지 않거나, 심지어 애정 표현을 했다 하더라도, 이는 관계 단절이나 불이익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한 것일 수 있으므로 성적 자유의사를 제압당한 것으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피해 사실을 즉시 외부에 알리지 못하는 것은 아동·청소년 피해자가 느끼는 학교생활에서의 어려움에 대한 두려움 때문일 수 있으며, 이는 충분히 수긍할 만한 상황으로 진술의 신빙성을 떨어뜨리는 근거가 될 수 없습니다. 피해를 당했다면 카카오톡 메시지, 선물 내역, 녹취, 각서 등 가해자와 주고받은 내용과 상황을 증명할 수 있는 모든 자료를 가능한 한 보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