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조합의 부실 대출 및 선급 보증금 지급 사건

수협 조합장인 피고인 A와 직원들(B, C, D)이 공모하여 거제시의 한 부동산중개업자 L에게 조합 규정을 위반한 방식으로 42억 원의 대출을 실행하고 나대지 및 신축 건물의 임대차 계약에 대한 선급 보증금 8억 원을 지급하여 조합에 총 약 16억 원의 손해를 입힌 업무상 배임 사건입니다. 항소심 법원은 피고인 A에게 징역 2년 6개월, 피고인 B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피고인 C, D에게는 각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며 원심 판결을 모두 파기했습니다. 이 사건은 내부 규정 위반, 허위 감정서 작성, 부적절한 담보 설정, 상급자의 지시와 하급자의 복종 문제가 핵심 쟁점이 되었습니다.

관련 당사자

• 피고인 A: 피해자 E조합의 조합장으로 대출 및 임대차 계약을 주도적으로 지시한 인물.
• 피고인 B: 피해자 E조합의 지도상무이자 상임이사 직무대행으로 조합장 A의 지시를 받아 대출 심사 과정을 진행하고 승인한 인물.
• 피고인 C: 피해자 E조합의 채권관리팀 과장으로 규정을 위반하여 담보 토지의 내부 감정서를 조작하여 작성한 인물.
• 피고인 D: 피해자 E조합의 대출 실무 담당자로 임대차 계약서 작성 실무를 담당하며 선급 보증금 지급 관련 규정을 위반한 인물.
• L: 부동산중개업자로 이 사건 대출과 임대차 계약을 통해 재산상 이득을 취득한 인물.
• 피해자 E조합: 거제시 지역 조합으로 피고인들의 업무상 배임 행위로 인해 재산상 손해를 입은 기관.
• AB: L을 피고인 A에게 소개시켜준 언론사 대표.

분쟁 상황

거제시 S 일대에 대형마트 및 지점을 신설하려던 피해자 E조합은 부동산중개업자 L이 소유한 토지를 사업 부지로 물색했습니다. L은 A조합장에게 토지를 담보로 최대한 많은 대출을 받고 신축 건물을 조합이 임차해 줄 것을 제안했습니다. 이에 A조합장은 B상무에게 L에게 42억 원의 대출이 가능하도록 내부 감정을 지시했고, B는 C과 M에게 평당 1,000만 원 선에서 감정서를 작성하게 했습니다. C은 규정을 위반하여 감정평가액을 52억 5천만 원으로 상향 조정했으며 이 대출이 외부 감정 대상임을 알면서도 상급자의 지시에 따라 42억 원 대출을 실행했습니다. 또한 조합은 L과 사업 부지에 대한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면서 58억 원의 보증금 중 8억 원을 선급으로 지급했는데 D직원은 임대차 계약 실무를 담당하며 선순위 근저당권 말소와 같은 채권 보전 조치를 충분히 하지 않아 조합에 손해 발생 위험을 초래했습니다. 결국 L은 이자와 건축 비용을 제대로 상환하지 못했고 조합은 담보 경매를 통해 대출금 전액을 회수하지 못하여 큰 재산상 손해를 입었습니다.

핵심 쟁점

조합 내부 규정을 위반하여 외부 감정 없이 내부 감정만으로 고액 대출을 실행한 행위가 업무상 배임에 해당하는지 여부, 나대지 및 신축 건물의 임대차 계약 시 선순위 채권 보전 조치를 취하지 않고 선급 보증금을 지급한 행위가 업무상 배임에 해당하는지 여부, 조합장 및 상급자의 지시가 하급자의 배임 행위의 고의를 부정할 수 있는지 여부, 배임 행위로 인한 재산상 손해액 산정의 적절성.

법원의 판단

원심판결을 모두 파기하고, 피고인 A에게 징역 2년 6개월, 피고인 B에게 징역 2년 및 집행유예 3년, 피고인 C과 D에게 각각 징역 1년 6개월 및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합니다.

결론

항소심 법원은 피고인들이 피해자 E조합의 조합장 및 임직원으로서 내부 규정을 위반하여 업무상 임무를 게을리하고 그로 인해 L에게 재산상 이득을 취득하게 하고 조합에 손해를 가할 수 있다는 점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했으므로 배임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42억 원 대출 건에서는 외부 감정 대상임에도 내부 감정을 조작하여 대출을 실행한 점, 8억 원 선급 보증금 건에서는 채권 보전 조치 없이 지급하여 손해 발생 위험을 초래한 점이 명백한 임무 위배 행위로 인정되었습니다. 법원은 경영상 판단이나 상급자의 지시를 이유로 배임죄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보았으며 피고인들의 행위로 조합에 발생한 손해액이 상당함을 지적하여 각 피고인에게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사건은 주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 제2호(업무상 배임으로 인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와 형법 제356조(업무상 배임), 제355조 제2항(배임), 제30조(공동정범)가 적용되었습니다.

• 업무상 배임죄의 성립 요건: 업무상 다른 사람의 재산을 관리하는 사람이 그 임무를 위배하여 본인에게 재산상 손해를 입히고 자기 또는 제3자가 재산상 이득을 취할 때 성립합니다. 이 사건에서 조합장 A는 L에게 최대한 많은 대출을 해주기 위해, B와 C는 A의 지시에 따라 외부 감정 대상인 토지에 대해 내부 감정 기준을 조작하여 감정서를 작성하고 42억 원의 대출을 실행했습니다. 이는 E조합의 '담보물 가격조사 업무방법'을 명백히 위반한 행위입니다. 특히 8억 원의 선급 보증금 지급 과정에서 D직원은 '고정자산관리규정' 상 선순위 임차권등기 또는 전세권설정등기 설정 의무를 다하지 않아 L이 건물을 신축하지 않거나 대출금을 변제하지 못할 경우 조합이 보증금을 회수하지 못할 위험을 초래했습니다.
• 배임의 고의: 배임죄가 성립하려면 '임무 위배의 인식'과 '그로 인해 자기 또는 제3자가 이익을 취하고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다는 인식'(배임의 고의)이 있어야 합니다. 이는 미필적인 인식으로도 충분합니다. 법원은 A, B, C, D 모두 내부 규정 위반 사실과 그로 인한 조합의 손해 발생 가능성을 인지했거나 미필적으로나마 알았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B와 C는 대출이 외부 감정 대상임을 알았음에도 상급자 A의 지시에 따라 대출을 강행했고 D는 선급 보증금 지급 전 L의 자금 조달 능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보고서를 작성했음에도 적절한 채권 보전 조치 없이 업무를 진행했습니다.
• 재산상 손해: 재산상 손해는 현실적인 손해뿐만 아니라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을 초래한 경우도 포함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피고인들이 내부 감정으로 대출을 실행함으로써 L에게 약 7억 2천만 원 상당의 재산상 이득을 취득하게 하고 조합에는 동액 상당의 손해를 가했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실제 감정가액에 기반한 대출 가능 금액과 실제 대출 금액의 차액을 기준으로 총 손해 발생 위험액이 14억 원 이상이라고 보았습니다.
• 경영 판단의 한계: 회사의 대표이사 등이 경영상 판단이나 이사회의 결의를 거쳤다는 이유만으로 배임죄의 책임을 면할 수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해당 판단이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다는 인식 하에 의도적으로 이루어진 행위인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이 사건 대출이 조합의 정책적 판단이었다는 주장을 배척했습니다. 이 외에도 형법 제37조(경합범), 제38조 제1항(경합범 가중), 제53조(작량감경), 제55조 제1항(감경), 제62조 제1항(집행유예),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 및 제6항(원심판결 파기), 제369조(인용) 등이 적용되었습니다. 수산업협동조합법 제1조(설립 목적) 및 제38조 제1항 제4호(사업 범위)는 조합의 특성과 임직원의 주의 의무를 강화하는 배경 법령으로 언급되었습니다.

참고 사항

1. 내부 규정 준수 철저: 조직의 내부 규정은 재산상 손해를 방지하기 위한 중요한 안전장치입니다. 특히 담보물 감정 방법, 대출 승인 절차, 임대차 계약 시 채권 보전 조치 등은 반드시 준수해야 합니다.
2. 객관적인 가치 평가: 담보물의 가치를 평가할 때는 주관적인 판단이나 미래 예상 가치에 의존하기보다 공신력 있는 외부 기관의 감정을 통해 객관적이고 정확한 시세에 기반해야 합니다. 특히 나대지처럼 시세 변동성이 큰 자산의 경우 더욱 신중해야 합니다.
3. 상급자의 부당 지시 거부: 상급자의 지시라도 그것이 명백히 불법적이거나 조직에 손해를 끼칠 것이 예상된다면 이를 거부할 용기가 필요합니다. 단순한 지시 이행으로는 법적 책임을 면하기 어렵습니다.
4. 채권 보전 조치 확인: 대출이나 보증금 지급 등 재산 거래 시에는 반드시 선순위 권리 확보, 담보 설정 등 채권을 회수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철저히 마련해야 합니다. 특약 사항만으로 채권 회수가 보장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5. 위험성 인지 시 중단: 대출이나 계약 진행 과정에서 채무자의 자금 조달 능력 부족, 이전 계약 미이행 등 위험 징후가 포착되면 즉시 절차를 중단하고 재검토해야 합니다.
6. 경영 판단의 한계: 경영상의 판단이라는 이유만으로 법적 책임을 면할 수 없습니다. 조직의 이익을 위한 것이었다고 주장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법규나 내부 규정을 위반하고 손해 발생의 위험을 초래했다면 배임죄가 성립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