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추진기관 제조 중 폭발 사고, 안전 조치 소홀 책임 사건

방산무기 제조 공장에서 추진기관(화약) 이형작업 중 폭발 사고가 발생하여 근로자 3명이 사망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안전관리 책임자들이 노후 장비 사용, 수작업 유도, 정전기 방지 미흡 등 안전 조치 의무를 소홀히 한 과실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특히 안전보건관리책임자 C에 대해서는 과거 유사 사고 발생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을 들어 중대한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피고인 C: 사고가 발생한 사업장의 안전보건관리책임자 겸 사업장장. 이번 사건의 주요 책임자입니다.
• 피고인 D, E, F, G, H: 안전 관리와 관련된 여러 직책의 책임자들입니다.
• 주식회사 I: 폭발 사고가 발생한 사업장을 운영하는 법인입니다.
• 사망 근로자 3명: 폭발 사고로 인해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피해자들입니다.

분쟁 상황

이 사건은 방산무기체계인 'O' 추진기관을 제조하는 과정에서 발생했습니다. 추진기관은 연소관 내부에 알루미늄 코어를 삽입한 후 액체 형태의 추진제(화약)를 충전하고 경화시킨 다음 코어를 제거하여 연소 공간을 만드는 복잡한 공정을 거칩니다. 사고는 경화된 추진제 속에 박힌 코어를 제거하는 '이형작업' 과정에서 발생했습니다.

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 사항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노후 장비 및 규격 불일치: 'O' 규격에 맞지 않는 노후화된 이형장비를 사용하여, 장비 하우징과 코어의 중심을 맞추기 위해 근로자들이 직접 수작업으로 위치를 조정해야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마찰이나 충격이 발생할 위험이 상존했습니다.
2. 리미트 스위치 미작동: 이형장비의 규격 불일치로 인해 하강 위치를 자동으로 제어하는 '리미트 스위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근로자들이 육안으로 위치를 확인하여 수동으로 정지시켜야 했으며, 이로 인해 추진제와의 마찰 위험이 있었습니다.
3. 정전기 방지 미흡: 연소관 보관 클러스트 랙에는 접지가 되어 있었지만, 연소관과 맞닿는 부분이 플라스틱 재질이어서 전기가 통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연소관에 직접 접지하여 정전기를 제거하는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4. 위험 경고 무시: 생산팀 근로자들은 이러한 위험 요인들을 회사 측에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하며 개선을 요구했습니다. 심지어 2018년에도 동일 사업장에서 추진제 충전 과정 중 폭발 사고가 발생하여 위험성 평가(HIRP, EJ 경영계획)에서도 이형공정의 위험이 지적되었으나, 피고인들은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핵심 쟁점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업무상과실치사: 피고인들의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과 폭발 사고 및 사망 결과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지 여부.
2. 산업안전보건법위반: 안전보건관리책임자인 피고인 C과 주식회사 I에게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에 대한 '고의'가 인정되는지 여부.
3. 양형 부당: 검사가 피고인들에게 선고된 형량이 너무 가볍다고 주장하는지에 대한 판단.
4. 직권 판단: 피고인 C에게 이전 확정된 다른 범죄와의 '경합범' 관계를 원심이 간과했는지 여부.

법원의 판단

원심 판결 중 피고인 C에 대한 부분은 파기되었습니다. 법원은 피고인 C에게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습니다. 나머지 피고인 D, E, F, G, H 및 주식회사 I의 항소와 검사의 피고인 D, E, F, G, H에 대한 항소는 모두 기각되었습니다.

피고인 C에 대한 형량이 변경된 이유는 원심이 피고인 C의 이전 확정된 다른 범죄(업무상과실치사죄 등)와 이 사건 각 죄가 형법 제37조 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다는 사실을 간과했기 때문입니다. 즉, 동시에 판결했을 경우와의 형평을 고려하여 형량을 다시 정해야 했음에도 원심이 이를 놓쳤다는 직권 판단이 있었습니다.

법원은 피고인들의 주의의무 위반과 폭발 사고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했습니다. 특히 노후화된 장비 사용, 수작업 유도, 정전기 방지 미흡 등 안전 조치 미흡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사고가 발생했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피고인 C이 이형공정의 위험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음에도 안전 조치를 취하지 않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고 보았습니다. 다른 피고인들에 대한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은 원심의 양형이 합리적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고 보아 기각했습니다.

결론

재판부는 폭발 사고로 인한 근로자 사망에 대해 안전관리 책임자들과 법인의 유죄를 확정했습니다. 특히 사업장 안전보건관리책임자에게는 과거 유사 사고 이력에도 불구하고 안전 조치를 소홀히 한 것에 대한 중한 책임을 물었습니다. 피고인 C은 이전 범죄와의 경합범 관계가 인정되어 다시 형량이 정해졌으며, 다른 피고인들과 회사의 항소는 기각되어 원심의 형량이 유지되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사건에 적용된 주요 법령과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1. 형법 제268조 (업무상과실·중과실치사상)​ 이 조항은 업무상 과실이나 중대한 과실로 인해 사람을 사망이나 상해에 이르게 한 자를 처벌합니다. 여기서 '업무상 과실'이란 업무에 종사하는 자가 보통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주의를 태만히 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인들이 위험물을 다루는 작업장에서 안전 조치를 소홀히 하여 근로자가 사망한 것에 대해 이 법률이 적용되었습니다.

2. 업무상과실치사에서의 '상당인과관계' 과실범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피고인의 주의의무 위반과 발생한 결과(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합니다. 이는 특정 원인 행위가 없었다면 특정 결과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고, 그러한 행위가 있었다면 그러한 결과가 발생하는 것이 일반적인 경험칙에 비추어 상당하다고 인정될 때 성립합니다. 법원은 이 사건에서 피고인들이 접지 미흡, 장비 불량 방치 등으로 폭발 위험을 높였고, 이러한 안전 조치 미흡이 없었다면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보아 인과관계를 인정했습니다.

3. 구 산업안전보건법 (2019. 1. 15. 법률 제1627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 제23조 (안전조치)​: 사업주가 위험성 있는 작업에 대해 필요한 안전상의 조치를 취해야 할 의무를 규정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추진제 취급 작업에서의 폭발 위험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마찰, 충격, 정전기 발생 억제 등)를 취하지 않은 것이 위반 사항입니다.
• 제24조 (보건조치)​: 사업주가 근로자의 건강장해를 예방하기 위한 보건 조치를 취해야 할 의무를 규정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작업 환경에서의 유해 요인 관리와 관련될 수 있습니다.
• 제34조의4 (안전인증대상기계등의 사용금지 등)​: 안전인증을 받지 않은 기계 등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조항입니다. 노후 장비 사용과 관련하여 적용될 수 있습니다.
• 제67조, 제67조의2, 제71조 등: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에 대한 벌칙 조항들입니다. 안전 조치 의무 위반 등으로 근로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더 가중된 처벌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4. 산업안전보건법위반에서의 '고의' 및 '미필적 고의' 사업주가 자신이 운영하는 사업장에서 안전 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상태로 위험한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방치하는 경우에 위반죄가 성립합니다. 단순히 알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것을 넘어, 발생할 가능성을 인식하면서도 용인하는 '미필적 고의' 역시 고의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인 C이 과거 사고 경험, 근로자들의 문제 제기, 위험성 평가 결과 등을 통해 이형공정의 위험성을 충분히 인식했음에도 안전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에 대해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5. 형법 제37조 (경합범)​ 경합범은 확정판결을 받지 아니한 수개의 죄 또는 금고 이상의 형에 처한 판결이 확정된 죄와 그 판결 확정 전에 범한 죄를 말합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 C은 이 사건 판결 확정 전에 다른 업무상과실치사죄 등으로 이미 확정판결을 받은 사실이 있었습니다. 법원은 이 두 사건을 '형법 제37조 후단의 경합범'으로 보아, 형법 제39조 제1항에 따라 이 사건 각 죄와 이전 확정된 죄를 동시에 판결했을 경우와의 형평을 고려하여 형을 다시 정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것이 피고인 C에 대한 원심 판결이 파기된 이유입니다.

참고 사항

유사한 산업 현장 사고를 예방하고 관리하는 데 있어 다음 사항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1. 철저한 위험성 평가 및 개선: 폭발물 등 위험 물질을 다루는 사업장에서는 정기적이고 심층적인 위험성 평가를 수행해야 합니다. 평가 결과로 도출된 위험 요인은 반드시 개선 조치로 이어져야 하며, 형식적인 평가에 그쳐서는 안 됩니다.
2. 장비 및 공정의 안전성 확보: 노후화되거나 규격에 맞지 않는 장비는 즉시 교체하거나 보완하여야 합니다. 작업 공정상 마찰, 충격, 정전기 발생 등 사고 위험이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자동화 시스템 도입, 접지 설비 강화 등 근본적인 안전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3. 근로자 의견 경청 및 반영: 작업 현장의 근로자들은 위험 요인을 가장 먼저 인식할 수 있습니다. 근로자들의 안전 관련 문제 제기는 즉시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에 반영해야 합니다. 내부 고발이나 건의 시스템을 활성화하고 익명성을 보장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4. 이전 사고 학습 및 재발 방지: 동일 사업장에서 유사한 산업재해가 발생한 경우, 그 원인을 철저히 분석하고 해당 사고의 재발을 막기 위한 보완 대책을 반드시 강구해야 합니다. 과거의 사고는 미래의 사고를 예측하는 중요한 경고음임을 명심해야 합니다.
5. 안전보건관리책임자의 역할과 책임: 사업장 안전보건관리책임자는 근로자의 안전과 건강을 총괄적으로 관리하고 위험을 방지할 의무가 있습니다. 이러한 책임자는 사업장의 위험성을 깊이 이해하고 실질적인 안전 조치를 이행해야 하며, 단순히 형식적인 보고나 결재에 그쳐서는 안 됩니다. 중대재해 발생 시 책임자에게는 막중한 법적 책임이 따릅니다.
6. 산업안전보건법 준수: 산업안전보건법은 사업주와 책임자들이 근로자의 안전과 보건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기준을 제시합니다. 이 법규를 철저히 이해하고 준수하는 것은 단순히 법적 의무를 넘어 근로자의 생명을 보호하는 가장 기본적인 행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