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금 · 행정
주식회사 A는 2011년 8월부터 2013년 3월까지 중국산 의류, 가방, 신발 등을 홍콩을 경유하여 수입했습니다. 이 회사는 '아시아·태평양 무역협정'에 따라 협정세율을 적용하여 수입신고를 하고 관세와 부가가치세를 납부했습니다. 그러나 서울세관장은 '아시아·태평양 무역협정 원산지 확인 기준 등에 관한 규칙' 제8조 제3항 제1호에 명시된 '수출참가국에서 발행된 통과 선하증권'이 제출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협정세율 적용을 부인하고 관세와 부가가치세를 다시 계산하여 부과했습니다. 주식회사 A는 이에 불복하여 심판청구를 제기했으나 가산세 부분만 취소되었고, 나머지 관세 등 부과 처분은 유지되었습니다. 원심법원(서울고등법원)은 '통과 선하증권'이 협정세율 적용을 위한 필수 서류이며, 관련 규칙이 법규적 효력이 있다고 보아 서울세관장의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주식회사 A는 중국에서 생산된 의류, 가방, 신발 등을 홍콩을 경유하여 국내로 수입하면서 '아시아·태평양 무역협정'에 따른 낮은 관세율(협정세율)을 적용받고자 했습니다. 그러나 서울세관장은 수입 물품이 제3국인 홍콩을 경유했음에도 불구하고, 협정세율 적용에 필수적이라고 규정된 '수출참가국에서 발행된 통과 선하증권'이 제출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주식회사 A에게 기존에 납부한 관세와 부가가치세 외에 추가로 세금을 부과했습니다. 주식회사 A는 세관의 처분이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으나, 1심과 2심 법원은 해당 서류의 제출이 필수적이라는 세관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이에 주식회사 A는 대법원에 상고했습니다.
수입 물품에 대한 '아시아·태평양 무역협정 원산지 확인 기준 등에 관한 규칙' 제8조 제3항 제1호의 '수출참가국에서 발행된 통과 선하증권'이 제출되지 않은 경우, 아태무역협정에 따른 협정세율 적용이 일률적으로 배제되는지 여부입니다.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합니다.
대법원은 '아시아·태평양 무역협정 원산지 확인 기준 등에 관한 규칙' 제8조 제3항이 직접 운송 규정의 원활한 실시와 집행을 위해 관세당국에 제출할 증명서류 중 신빙성이 높은 대표적인 서류들을 정한 것이며, 이는 대체할 수 있는 다른 신빙성 있는 자료로도 증명이 가능하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수출참가국에서 발행된 통과 선하증권'을 발급받기 어려운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같은 항 제4호에 따라 다른 신빙성 있는 증명서류를 제출하여 직접운송 요건 충족을 증명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단지 통과 선하증권이 제출되지 않았다는 형식적인 이유만으로 협정세율 적용을 부인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대법원은 원심이 이러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보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이 사건은 '아시아·태평양 무역협정'(아태무역협정)과 이를 국내법 체계에 수용한 '아시아·태평양 무역협정 원산지 확인 기준 등에 관한 규칙'(이 사건 규칙)의 해석에 관한 것입니다.
아태무역협정: 이 협정의 부속서 Ⅱ(원산지 규정) 제1조는 다른 참가국으로부터 일방 참가국의 영역으로 직접 운송된 상품에 특혜 관세를 적용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제5조(직접운송)는 상품이 비참가국을 경유하더라도 지리적 또는 운송상의 이유로 정당화되고, 경유국에서 교역이나 소비되지 않았으며, 하역, 재선적 등 정상 상태 유지 외의 다른 작업이 없었다면 직접 운송으로 간주한다고 명시합니다.
이 사건 운영절차: 아태무역협정의 이행을 위해 마련된 '아태무역협정에 의한 물품의 원산지 증명 및 검증운영절차' 제9조는 직접 운송을 증명하기 위해 수입참가국의 세관 당국에 제출되어야 하는 서류들로 '수출참가국에서 발행된 통과 선하증권', '수출참가국의 발행당국이 발행한 원산지증명서', '상업 송품장 원본', '직접운송 요건 준수를 증명하는 서류'의 네 가지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 규칙: 구 관세법(2014. 1. 1. 법률 제1215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29조 제3항에 근거하여 제정된 이 규칙 제8조 제3항은 제3국을 경유하여 운송된 물품에 대해 직접 운송으로 간주되기 위해서는 앞서 언급된 네 가지 서류를 '모두 제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의 법리: 대법원은 이 사건 규칙 제8조 제3항이 아태무역협정의 직접운송 규정을 원활히 실시하고 집행하기 위하여 일반적으로 신빙성이 높은 대표적인 증빙서류들을 예시적으로 정한 것이라고 해석했습니다. 따라서 '수출참가국에서 발행된 통과 선하증권'과 같은 특정 서류를 발급받기 어려운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제4호에 규정된 '제2항을 준수하였음을 증명하는 보충 서류' 등 다른 신빙성 있는 자료를 제출하여 직접운송 요건이 충족되었음을 증명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는 서류의 형식적인 제출 여부보다는 물품이 실제로 직접 운송되었다는 실체적 진실을 입증하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하는 법리입니다.
만약 수입 물품이 제3국을 경유하여 들어오는 경우, 단순히 '통과 선하증권'과 같은 특정 서류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협정세율 적용이 거부될 수 있다는 오해를 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해당 서류를 제출하기 어려운 타당한 사유가 있었음을 설명하고, 그 대신 물품이 경유국에서 거래되거나 소비되지 않았으며, 하역, 재선적, 물품의 정상 상태 유지를 위한 작업 외에 다른 어떠한 작업도 행해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다른 신빙성 있는 자료들을 충분히 준비하고 제출해야 합니다. 관련 법규의 문언상 '모든 서류를 제출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더라도, 그 규정의 취지와 목적이 '직접 운송'이라는 실체적 요건을 확인하기 위함이라는 점을 이해하고, 실질적으로 직접 운송이 이루어졌음을 입증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