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험
우정사업본부 소속 집배원인 망인이 업무 중 교통사고를 당한 후, 직장의 출근 종용과 공상 신청을 하지 않는 분위기로 인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유서를 남기고 자살한 사건입니다. 유족들은 피고인 대한민국(우정사업본부)을 상대로 보험계약에 따른 재해사망보험금 등 총 1억 5천만 원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망인의 사망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의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망인 D은 우정사업본부 소속 집배원으로 근무하던 중 2017년 8월 10일 오토바이 교통사고로 부상을 입었습니다. 사고 이후 약 23일간 입원 치료를 받았으나 퇴원 당시에도 다리를 절뚝거리는 등 통증이 있었습니다. 망인은 몸이 아픈 상황을 직장에서 몰라준다고 친구에게 하소연했으며, 우체국의 ‘집배안전 무사고 유지일수 달성 독려’ 분위기와 업무상 재해를 보고하지 않는 관행 때문에 교통사고에 대해 공상 신청을 하지 않았습니다. 2017년 9월 5일, 망인은 자택 안방에서 “두렵다. 이 아픈 몸 이끌고 출근하라네. 사람 취급 안하네. 가족들 미안해”라는 유서를 남기고 번개탄 2개를 피워 사망했습니다. 망인의 유족들은 피고인 대한민국을 상대로 망인의 사망이 업무 스트레스로 인한 자유로운 의사결정 불가 상태에서의 자살이므로 ‘재해’에 해당하여 재해사망보험금 등 총 1억 5천만 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피고는 망인의 자살은 고의적인 행위이므로 보험약관상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인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맞섰습니다.
피보험자인 망인의 자살이 보험약관상 ‘재해’(우발적인 외래의 사고)에 해당하는지 여부, 특히 망인이 극심한 업무 스트레스로 인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살했는지 여부가 주요 쟁점입니다.
법원은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망인이 유서를 남기고 번개탄을 피워 사망했으며, 수면제 알약을 준비하는 등 스스로 목숨을 끊기 위한 상당한 준비를 한 것으로 보이는 점, 망인의 아들이 수사기관에서 업무 압박과 스트레스로 사망을 선택했다고 진술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습니다. 이러한 정황상 망인의 사망이 ‘심신상실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신을 해친 경우’로서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따라서 원고들의 재해사망보험금 청구는 이유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생명보험이나 상해보험에서 피보험자의 자살은 일반적으로 보험금 지급 사유에서 제외됩니다. 다만, 피보험자가 정신질환 등으로 인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살한 경우에는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로 인정되어 보험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 사망의 원인이 피보험자의 고의가 아닌 외부적 요인에 의한 것임을 보험금 청구자가 입증해야 합니다. 판례는 자살 당시의 정신 상태, 유서 내용, 자살 방법 및 준비 정도, 주변 사람들의 진술 등 다양한 증거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자유로운 의사결정 가능성 여부를 판단합니다. 업무상 스트레스나 직장 내 압박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는 ‘자유로운 의사결정 불가 상태’가 바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며, 의학적인 진단이나 객관적인 정황 증거가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사망 전 정신과 진료 기록, 우울증 등 정신질환 여부, 극단적 선택에 이르게 된 구체적인 경위 등이 입증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