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사회적 이슈가 되었으며, 이를 계기로 13년간 시행된 유통산업발전법 내 대형마트 규제 전면 폐지 주장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 법이 오히려 기존 대형마트의 영업활동을 제한하면서 쿠팡 같은 신생 온라인 유통업체가 독보적인 위치에 오를 수 있도록 하는 역설적 결과를 낳았다고 평가합니다. 특히 코로나19라는 특수 상황과 쿠팡의 충분한 자본력을 배경으로 온라인 시장에서의 독점적 지위가 고착화되었습니다. 이는 낡은 규제가 전통시장 활성화라는 법 취지와는 달리, 식자재 마트 같은 변칙적 기업만 성장하도록 만드는 생태계 왜곡 문제를 심화시켰다는 지적이 이어집니다.
유효경쟁(Effective Competition)이란 한 기업이 시장 가격이나 거래 조건을 독점적으로 좌지우지하지 못하도록 충분한 경쟁 압력이 작동하는 시장 상태를 의미합니다. 공정거래법상 독과점 판단 시 가장 중요한 경제학적 개념으로, 해당 경쟁 상태가 유지되어야 소비자 이익과 시장 생태계가 보호받을 수 있습니다. 현재 국내 유통시장에서 쿠팡의 경쟁 압력 부재는 멤버십 비용 인상, 납품업체에 대한 불합리한 갑질과 시장가격 왜곡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합니다.
'아마존 저격수'로 알려진 리나 칸 미국 연방거래위원회 전 위원장은 거대 플랫폼이 낮은 가격 정책으로 시장을 장악한 상황에 대한 경고를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합니다. 그녀는 당장 눈앞의 최저가가 소비자에게 득이 되는 것처럼 보이나, 독점 이후 발생할 수 있는 공급망 왜곡과 소비자 후생 저하라는 위험을 놓치기 쉽다고 지적합니다. 또한 국내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들도 독점적 플랫폼이 창출하는 단기 저가 정책이 장기적으로 시장 생태계 파괴로 이어질 수 있음을 강조해왔습니다.
업계 관계자의 증언에 따르면 쿠팡은 스스로 직매입 상품을 최저가로 낮추고 입점 셀러에게는 광고비 부담을 지우는 방식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이는 대리점 소상공인 등 중소 유통업체들이 가격 경쟁에서 밀려나 소비자 접점에서 점점 멀어지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결국 대기업부터 소상공인, 농어촌 생산자까지 모두가 쿠팡과의 거래를 포기할 수 없는 구조에 놓여 피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설명입니다.
전문가들과 업계는 대형마트에 대한 영업시간 및 온라인 배송 금지, 심야배송 제한 등 낡은 규제를 전면 폐지해 전국 점포망을 도심형 물류 거점인 피킹앤패킹(Picking & Packing) 센터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렇게 되면 24시간 가동 가능한 물류기지가 생겨 쿠팡이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익일배송 시장에 강력한 경쟁자가 등장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더 나아가 온라인과 오프라인 유통 채널 구분보다는 실제 제공되는 서비스와 상품을 기준으로 통합된 경쟁 환경을 조성하는 '통합 유통 경쟁 룰' 마련이 필요합니다. 동일 상품과 유사 서비스 제공 시 특정 유통 채널에만 특혜가 돌아가는 기형적 구조를 해소하여 공정한 경쟁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입니다.
이번 쿠팡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 독점 논란은 유통법 등 기존 법제가 기술 발전과 시장 변화에 부응하지 못해 발생한 문제의 단면입니다. 법적 규제를 현실에 맞게 재설계하고, 유효경쟁이 작동하는 시장 환경을 만드는 것이 필요합니다. 동시에 거대 플랫폼이 시장을 과점하는 것을 억제하기 위한 지속적 감시와 적절한 제재도 핵심적인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소비자 권익 보호와 공정한 경제 질서를 확립하기 위한 법률적·정책적 고민이 깊어지는 시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