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류/처분/집행
원고인 일본 회사는 피고인 한국 제조사와 합작하여 그레이팅 제조 사업에 투자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원고는 피고 주식회사 B에 2억 엔을 지급했고, 또 다른 합작회사 H에 1억 3천만 엔을 대여했는데, 피고 B가 이 대여금을 보증했습니다. 사업이 예상대로 진행되지 않아 무산되자, 원고는 피고 B에게 지급했던 2억 엔과 H에 대여했던 1억 3천만 엔(피고 B가 보증했으므로)의 반환을 요구했습니다. 또한 피고 B의 대표이사 C와 사내이사 D이 임원으로서 고의나 중대한 과실로 임무를 해태하여 손해를 끼쳤다며 손해배상도 청구했습니다. 법원은 원고가 피고 B에 지급한 2억 엔은 변제기가 도래한 대여금으로, H에 대여한 1억 3천만 엔은 피고 B가 보증 책임을 져야 하는 것으로 판단하여, 피고 B는 원고에게 총 3억 3천만 엔 및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그러나 피고 C, D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는, 그들의 행위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임무를 해태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기각되었습니다.
원고 A 가부시키가이샤는 피고 주식회사 B, 그리고 공동으로 설립한 H 주식회사와 함께 그레이팅의 원자재인 압연재를 생산하고 이를 활용하여 그레이팅을 제조 및 공급하는 사업(이 사건 사업)을 추진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원고는 H에 압연설비 생산설비 비용 지원 목적으로 2018년 7월과 2019년 2월에 걸쳐 총 5억 엔을 대여했습니다. 이후 피고 B의 요청에 따라 2019년 9월 18일 피고 B에 H의 압연설비 지원 용도로 2억 엔을 지급했으며, 이는 '거래보증금(선불금)' 성격으로도 기재되었습니다. 또한 원고는 2020년 5월 22일 H에 1억 3천만 엔을 추가로 대여했고, 피고 B는 이 대여금에 대한 보증 각서를 작성했습니다. H은 압연설비 마련 및 공장 설립 과정에서 자금난에 시달렸고, 중소기업시설자금대출을 받았음에도 추가적인 자금이 필요했습니다. H은 원고에게 대여금의 출자전환 및 추가 자금 지원을 지속적으로 요청했으나, 원고는 기존 협약상 그러한 의무가 없다고 판단하여 이를 거절했습니다. 결과적으로 H의 압연재 생산설비 구축 및 생산 가동이 계획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이 사건 사업은 2020년 12월 21일 무산되었습니다. 원고는 피고 B에게 2억 엔의 대여금 반환을 요구했고, H에 대여한 1억 3천만 엔에 대한 보증 책임을 피고 B에게 물었습니다. 피고 B는 2억 엔이 원고의 귀책사유로 몰취되었다고 주장했으며, 1억 3천만 엔에 대한 보증책임은 압연설비 비용으로 사용되지 않은 경우에 한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와 더불어 원고는 피고 B의 대표이사 C와 사내이사 D이 임무를 해태하여 원고에게 손해를 끼쳤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원고가 피고 B에 지급한 2억 엔의 법적 성격(대여금, 선불금, 위약금 몰취 여부) 및 반환 의무 발생 시점이 쟁점이었습니다. 또한 피고 B가 합작회사 H의 원고에 대한 1억 3천만 엔 대여금에 대해 보증 채무를 부담하는지 여부와 그 이행기 도래 여부가 문제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피고 B의 대표이사 및 사내이사인 C와 D이 회사 임원으로서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임무를 해태하여 원고에게 손해를 끼쳤는지 여부도 주요 쟁점이었습니다.
법원은 원고가 피고 B에 지급한 2억 엔을 대여금으로 보아 반환을 명하고, H에 대여한 1억 3천만 엔에 대해서는 피고 B가 보증인으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이는 계약서의 문언과 사업 추진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해석한 결과입니다. 그러나 피고 B의 이사들(C, D)에게는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임무 해태가 입증되지 않아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고 보았습니다. 이는 사업 실패의 결과만으로 이사들에게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경영판단의 원칙을 따른 것으로 해석됩니다.
법원은 이 사건 판결에서 다음과 같은 법령과 법리를 적용했습니다.
계약 해석의 원칙 (대법원 2021년 5월 27일 선고 2017다230963 판결 등): 계약 내용을 명확하게 확정하기 위해 문언의 내용, 약정이 이루어진 동기와 경위, 달성하려는 목적,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2억 엔 지급 계약이 금전소비대차 약정, 선불금 지급 약정, 위약금 몰취 약정을 모두 포함한다고 해석했으며, 각 약정의 효력 발생 시기를 다르게 보았습니다.
조건과 기한의 구별 및 불확정기한의 도래 (대법원 2020년 12월 24일 선고 2019다293098 판결 등): 특정 사실의 발생 여부에 따라 채무 이행 의무가 달라진다면 '조건'으로, 발생 시기가 불확실할 뿐 반드시 발생하는 사실이라면 '불확정기한'으로 봅니다. 이미 부담하고 있는 채무의 변제에 관하여 일정한 사실이 부관으로 붙여진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것은 변제기를 유예한 것으로서 그 사실이 발생한 때 또는 발생하지 아니하는 것이 확정된 때에 기한이 도래합니다. 또한 사실의 실현이 주로 채무자의 성의나 노력에 좌우되고 채권자가 영향을 줄 수 없는 경우, 합리적인 기간 내에 사실이 발생하지 않아도 이행기한이 도래한 것으로 봅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2억 엔 대여금의 반환 시기가 이 사건 사업의 진행을 통한 이익 발생 또는 중고 압연설비 매각을 통한 변제 재원 마련이 '불확정기한'으로 해석했으며, 사업이 무산된 2020년 12월 21일에 변제기가 도래했다고 판단했습니다.
보증채무의 부종성 (민법 제429조 제1항): 보증채무는 주채무에 종속되어 주채무가 이자, 위약금, 손해배상 기타 주채무에 부속한 채무를 포함하며, 주채무의 내용이 변경되면 보증채무도 이에 따라 영향을 받습니다. H의 1억 3천만 엔 대여금 반환 시기가 연장된 것은 피고 B가 원고에 대하여 부담하는 보증채무에도 효력이 미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사의 제3자에 대한 책임 (상법 제401조 제1항): 이사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임무를 게을리하여 회사 또는 제3자에게 손해를 입힌 때에는 그 이사는 회사에 대하여 연대하여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습니다. '임무 해태'는 단순히 결과를 가지고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주관적 요건을 포함하며, 경영상 판단에 대한 재량을 인정하는 '경영판단의 원칙'이 적용됩니다. 본 사건에서 법원은 피고 C, D의 행위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임무 해태라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사업 실패 과정에서 발생한 자금 운용 및 사업 계획 변경이 통상적인 위험 범위 내에 있고, 이사들의 행위에 고의·중과실이 있었다는 증명이 부족하다고 보았습니다.
사업 투자 시에는 계약서의 내용을 최대한 명확하게 작성해야 합니다. 돈을 지급하는 것이 대여금인지, 투자금인지, 또는 특정 조건부 선불금이나 보증금인지 등 그 법적 성격과 반환 조건, 시기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합니다. 특히 '거래보증금(선불금)'과 같이 여러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용어는 피하고, 각 약정의 효력 발생 조건과 시기를 명확히 분리하여 규정해야 추후 분쟁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보증 계약을 체결할 때는 주채무의 내용과 보증 책임의 범위를 정확히 확인해야 합니다. 주채무의 조건이 변경될 경우 보증 채무에 미치는 영향도 고려하여 계약 조건을 명확히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업 추진 중 예상치 못한 비용 발생이나 사업 지연이 있을 경우, 계약 당사자 간의 추가 자금 지원 또는 출자전환 의무 여부를 기존 계약에 근거하여 신중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불필요한 의무까지 부담하지 않도록 계약 내용을 명확히 하고, 변경이 필요할 경우 반드시 서면으로 재합의해야 합니다. 회사의 이사에게 경영상 책임을 묻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단순한 사업 실패나 채무 불이행만으로는 이사에게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이사 개인에게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명확한 임무 해태 및 고의·중과실의 증명이 필요하며, 이는 '경영판단의 원칙'에 따라 이사의 재량권을 폭넓게 인정하기 때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