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험
망자가 자살로 사망했으나 유족들이 망자가 심신상실 상태에서 자살했다고 주장하며 보험금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망자의 자살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보험금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망자 F은 두 보험사와 사망 시 법정상속인에게 보험금을 지급하는 내용의 보험계약을 체결했습니다. F은 직업 전환 후 업무 변화, 야간 근무, 근골격계 질환으로 인한 반복적인 수술, 회사와의 갈등 등으로 심한 스트레스를 겪다가 2019년 6월 4일 새벽 자신의 차량 안에서 착화탄을 피워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사망했습니다. 그의 배우자와 자녀들은 F이 심신상실 상태에서 자살에 이른 것이므로 보험 약관상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하며 피고 D 주식회사에 재해사망보험금 중 70,000,000원, 피고 E 주식회사에 상해사망보험금 30,000,000원 및 각 돈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청구했습니다. 반면 보험사들은 F의 사망이 고의적인 자살이므로 약관에 따라 보험금 지급 면책사유에 해당한다고 맞섰습니다.
피보험자가 자살한 경우 보험금 지급 면책의 예외 조항인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의 사망'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입니다.
법원은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소송 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망자 F이 자살 당시 정신질환 등으로 인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 있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비록 망자가 고용 불안, 업무 스트레스 등으로 심리적 어려움을 겪었고 근로복지공단에서 업무상 사유로 인한 사망으로 인정받았으나 이는 보험금 지급 면책의 예외 요건인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와는 다르다고 보았습니다. 망자가 스스로 자살 장소, 도구, 방법을 의도적으로 선택하고 실행한 것으로 보여 고의적인 자살로 판단했습니다.
상법 제659조 제1항 및 제732조의2는 보험 사고가 보험계약자 피보험자 또는 보험수익자의 고의로 인해 발생한 경우 보험사는 보험금을 지급할 책임이 없다고 규정합니다. 이는 보험계약의 신의성실 원칙에 위배되며 부당한 목적의 보험 활용을 막기 위함입니다. 자살도 기본적으로 이 조항에 따라 보험금 지급이 면책되는 사유에 해당합니다. 그러나 보험 약관에서는 피보험자가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신을 해친 경우'에는 면책 예외로 보아 보험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합니다.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인지를 판단할 때 법원은 자살자의 나이 성격 신체 및 정신적 심리 상태 정신질환 발병 시기와 진행 정도 자살 직전의 구체적인 상태 주변 환경 자살 당시의 행태 자살 행위의 시기와 장소 자살 동기 경위 방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피보험자가 스스로 생명을 끊는다는 것을 의식하고 의도적으로 행동했는지 여부를 판단합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2항 및 동법 시행령 제36조는 근로복지공단에서 자해행위에 따른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는 기준입니다. '정상적인 인식능력 등이 뚜렷하게 낮아진 상태에서 한 행위'로 발생한 경우를 업무상 재해로 보는데 이 사건에서는 법원이 이 기준이 보험금 지급 판단 기준인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와는 문언상 차이가 있고 같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사망보험금 지급과 관련하여 '자살'은 원칙적으로 면책사유이지만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의 사망'은 예외적으로 보험금이 지급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는 자살자의 나이, 성격, 신체적 정신적 상황, 질병의 발병 시기 및 정도, 자살 직전의 구체적 상태, 주변 환경, 자살 당시의 행태, 자살 행위의 시기와 장소, 자살 동기, 경위, 방법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됩니다. 단순히 스트레스가 심했다거나 우울증 증상을 보였다는 사실만으로는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로 인정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정신과 진료 기록이나 전문가의 객관적인 진단 등 구체적인 증거가 중요합니다. 근로복지공단에서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았다고 하더라도 이는 보험 약관상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와는 판단 기준이 다를 수 있으므로 보험금 지급 여부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을 수 있습니다. 자살 직전의 행동 즉 자살 장소를 찾아가거나 도구를 준비하고 실행에 옮긴 과정이 의도적으로 보인다면 자유로운 의사 결정이 가능했다고 판단될 가능성이 높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