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절도/재물손괴
유흥주점 접대원인 피고인이 손님 소유의 2천만 원 상당 롤렉스 시계를 절취했다는 혐의로 기소되었으나 항소심에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부족하고 이를 뒷받침할 객관적인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판단되어 무죄가 선고된 사건입니다.
2020년 2월 24일 새벽 3시 30분경 유흥주점 접대원인 피고인 A는 손님인 피해자 C의 벤츠 승용차 조수석에 앉아 있었습니다. 피해자는 피고인이 자신의 오른손목에 차고 있던 시가 2,000만 원 상당의 롤렉스 시계를 차보겠다고 한 후 피고인 손목에 착용한 다음 피해자의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그대로 가지고 가 절취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피고인은 주점 안에서 시계를 차봤다가 피해자가 계산할 때 돌려주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후 피해자가 자신의 차에 타라고 해서 탔는데 피해자의 음주운전과 갑자기 바다로 가자는 요구에 겁이 나서 차에서 내려달라고 했지만 피해자가 내려주지 않아 어쩔 수 없이 도로 중간에서 내리게 되었다며 절도 사실을 부인했습니다.
피해자의 진술이 절도 혐의를 입증할 만큼 신빙성이 있는지 그리고 피해자의 진술 외에 범죄사실을 인정할 만한 객관적인 증거가 충분한지가 핵심 쟁점이었습니다.
원심판결(유죄)을 파기하고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되지 않고 객관적인 증거(블랙박스 영상, 통화 기록 등)와 배치되는 부분이 많아 신빙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피해자가 사건 당시 술에 취해 상황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의 절도 혐의를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형사재판의 핵심 원칙 중 하나는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의 증명'입니다. 이는 검사가 제출하는 증거들이 피고인이 유죄라는 사실에 대해 어떠한 합리적인 의심도 남기지 않을 만큼 확실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대법원은 '검사의 증명이 그만한 확신을 가지게 하는 정도에 이르지 못한 경우에는 설령 피고인의 주장이나 변명이 모순되거나 석연치 않은 면이 있어 유죄의 의심이 가는 등의 사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22도2236 판결 등). 이 사건의 경우 피해자의 진술만으로는 피고인의 절도 혐의를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되어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여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형법 제58조 제2항 단서에 따라 무죄 판결의 요지는 공시되지 않았습니다.
형사재판에서 유죄를 인정하려면 법관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엄격한 증거가 필요합니다. 특히 피고인이 계속 혐의를 부인하고 피해자의 진술 외에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면 피해자 진술의 합리성과 타당성 그리고 객관적인 정황과 경험칙에 비추어 충분히 신빙성이 있어야만 합니다. 사건 당시 술에 취한 상태에서의 진술은 기억의 오류 가능성이 있어 신빙성을 판단할 때 더욱 신중하게 다뤄질 수 있습니다. 블랙박스나 CCTV 영상, 통화 기록 등 객관적인 자료가 진술과 일치하는지 여부가 매우 중요합니다. 사건 발생 후 당사자 간의 대화 내용(전화 통화, 문자 메시지 등)은 당시 상황에 대한 중요한 간접 증거가 될 수 있으므로 잘 보관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