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침해/특허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원고회사가 경쟁업체인 피고회사와 전 직원을 상대로 자사의 양돈 생산·경영 시스템 프로그램 'F'과 'F 특화보고서'에 대한 저작권 및 영업비밀을 침해하고 부정경쟁행위를 저질렀다며 손해배상 및 침해금지를 청구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피고 프로그램이 원고 프로그램에 대한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볼 수 없고 원고 프로그램 및 특화보고서가 영업비밀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며 성과 도용으로 볼 증거도 부족하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소프트웨어 개발 및 판매업을 하는 원고회사(주식회사 A)는 자사의 양돈 생산·경영 시스템 프로그램 'F'과 'F 특화보고서'에 대한 권리가 침해되었다고 주장하며 경쟁사인 피고회사(주식회사 B)와 피고회사의 대표, 그리고 원고회사의 전 직원 C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피고 C는 원고회사에서 'F' 프로그램 관리·운영 업무를 담당하다가 피고회사로 이직한 인물입니다. 원고회사는 피고들이 자사의 'F'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I'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영업행위를 했다고 주장했으나, 이미 검찰 단계에서 저작권법 위반 혐의에 대해 '혐의없음' 처분(증거불충분)이 내려진 바 있습니다. 그럼에도 원고회사는 피고들이 자사의 저작권, 영업비밀, 그리고 상당한 투자와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를 침해했다고 주장하며 피고들의 영업행위 금지 및 5천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며 민사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원고의 양돈 생산·경영 시스템 프로그램 'F'과 'F 특화보고서'에 대한 저작권 침해 여부. 둘째, 위 프로그램과 특화보고서가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비밀에 해당하는지 여부 및 피고들의 영업비밀 침해 여부. 셋째, 피고들의 행위가 부정경쟁방지법상 '성과 도용'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모든 청구를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피고 프로그램이 원고 프로그램의 저작권을 침해했다는 주장에 대해 두 프로그램 간 실질적 유사성이나 의거관계가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원고 프로그램과 특화보고서가 영업비밀로 보호될 만한 '비밀관리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으며 특화보고서의 경우 '비공지성'도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아 영업비밀 침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원고 프로그램이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어렵고 피고들의 행위가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 질서에 반한다고 볼 증거도 없어 성과 도용 주장 역시 기각했습니다. 이에 따라 원고의 청구는 모두 이유 없다고 판단되었습니다.
이 사건과 관련된 주요 법령과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저작권법 제2조 제16호 (컴퓨터프로그램저작물의 정의): 특정한 결과를 얻기 위하여 컴퓨터 등 정보처리능력을 가진 장치 안에서 직접 또는 간접으로 사용되는 일련의 지시·명령으로 표현된 창작물을 컴퓨터프로그램저작물로 정의합니다. 이 사건에서 'F' 프로그램의 저작물성은 인정되었지만 침해 여부는 별도로 판단되었습니다.
저작권 침해 판단 법리 (대법원 2021. 6. 30. 선고 2019다268061 판결 등): 저작권 침해가 인정되려면 침해자의 저작물이 저작권자의 저작물에 '의거하여' 작성되었고 두 저작물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이 있어야 합니다. 특히 컴퓨터 프로그램의 경우 창작적 표현형식에 해당하는 것만을 가지고 대비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이러한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편집저작물의 창작성 요건 (대법원 2003. 11. 28. 선고 2001다9359 판결): 편집물이 저작물로서 보호받으려면 소재의 수집·분류·선택 및 배열에 '최소한도의 창작성'이 있어야 합니다. 누가 하더라도 같거나 비슷할 수밖에 없는 것은 창작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F 특화보고서'는 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판단되었습니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2호 (영업비밀의 정의): 공연히 알려져 있지 않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며 비밀로 관리된 생산방법, 판매방법, 그 밖의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를 영업비밀로 정의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원고 프로그램과 특화보고서 모두 '비밀관리성' 및 '비공지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보았습니다.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카목 (성과도용 부정경쟁행위): 타인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 등을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부정경쟁행위로 규정합니다. 이 판결에서는 원고 프로그램이 이 법조항에서 보호하는 '성과'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비슷한 문제 상황에서 이 판결을 참고할 때 다음 사항들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저작권 침해 판단 기준: 컴퓨터 프로그램의 저작권 침해가 인정되려면 기존 프로그램에 '의거하여' 제작되었고, 두 프로그램 사이에 '창작적인 표현 형식'에 해당하는 부분에서 '실질적인 유사성'이 입증되어야 합니다. 기능적 유사성만으로는 저작권 침해로 보기 어렵습니다.
영업비밀 보호 요건: 영업비밀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해당 정보가 '공연히 알려져 있지 않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며', '합리적인 노력에 의해 비밀로 관리된' 세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합니다. 특히 '비밀관리성'은 중요하며, 비밀유지계약서 작성, 접근 권한 제한, 비밀 표기 등 구체적인 관리 노력을 입증할 수 있어야 합니다.
성과 도용 인정 기준: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를 무단으로 사용한 부정경쟁행위가 인정되려면 해당 성과물이 갖는 명성, 경제적 가치, 경쟁력 등이 구체적으로 입증되어야 하며, 피고의 행위가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 질서에 반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음이 증명되어야 합니다.
전 직원 이직과 침해 행위: 직원이 경쟁사로 이직했다는 사실만으로 이전 회사의 저작권이나 영업비밀을 침해했다고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이직한 직원이 실제로 정보를 반출했는지, 그리고 그 정보를 이용해 새로운 제품 개발에 기여했는지 등 구체적인 행위와 이를 뒷받침할 객관적인 증거가 필요합니다.
객관적인 증거의 중요성: 소송에서는 주장을 뒷받침할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증거가 필수적입니다. 이 사건에서도 한국저작권위원회의 감정 결과나 디지털 포렌식 결과가 중요한 판단 자료로 활용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