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타 금전문제
원고인 주식회사 A는 피고인 주식회사 B가 제작하는 10부작 드라마 'C'에 투자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총 3차례의 제작비 중 1차와 2차에 걸쳐 50억 원을 지급했습니다. 그러나 3차 제작비 87억 원의 지급 기한이 도래했음에도 지급하지 못했고, 이에 피고 B는 계약서상 조항에 따라 계약을 해제하고 이미 지급받은 50억 원의 제작비 반환을 거부했습니다. 원고 A는 피고 B의 계약 해제가 부당하며 50억 원의 몰취는 과도한 손해배상액 예정이므로 반환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원고 A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피고 주식회사 B는 웹툰을 원작으로 한 10부작 드라마 'C'의 제작을 기획하고 진행했습니다. 원고 주식회사 A는 2022년 12월 22일 피고 B와 드라마 제작 투자계약을 체결하고, 2022년 12월 23일 1차 제작비 33억 원과 2023년 1월 13일 2차 제작비 22억 원을 포함하여 총 55억 원(부가세 포함)을 지급했습니다. 원고 A는 같은 날 D 주식회사와 투자자 간 양도합의를 통해 피고 B와의 투자계약상 모든 권리와 의무를 D가 추후 설립할 E에 양도하기로 하고, D로부터 137억 원을 받기로 합의했습니다. 이후 D는 E를 설립했으나, D 또는 E는 원고 A에게 137억 원을 지급하지 않았고, 원고 A 역시 2023년 2월 28일까지 피고 B에게 3차 제작비 87억 원(부가세 별도)을 지급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피고 B는 2023년 9월 26일 원고 A에게 3차 제작비를 지급할 것을 최고하고 기한 내 미지급 시 계약이 해지되며 기지급 제작비 반환 의무가 없음을 통보했습니다. 원고 A는 3차 제작비 지급 의무가 D 또는 E에 있다고 주장하며 피고 B의 해지 통보에 반박하고, 피고 B가 드라마 라이선스 유통권을 제3자에게 판매한 것이 계약 위반이라며 2023년 11월 30일 계약 해제를 통보하고 이미 지급한 50억 원의 반환을 요구했습니다. 피고 B는 원고 A의 채무불이행으로 계약이 이미 적법하게 해지되었으므로 50억 원을 반환할 의무가 없다고 맞섰습니다.
원고 A가 피고 B에게 3차 제작비를 지급할 의무가 있는지, 피고 B의 계약 해제가 적법한지, 만약 적법하다면 계약서상 '제작비 반환 의무 없이' 몰취할 수 있다는 조항이 부당하게 과다한 손해배상액 예정에 해당하여 감액될 수 있는지 여부가 주요 쟁점이었습니다.
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이 사건 투자계약서 문언상 원고 A가 피고 B에게 3차 제작비를 지급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원고 A와 D/E 사이의 합의는 피고 B에 대한 원고 A의 의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별개의 합의로 보았습니다. 원고 A의 3차 제작비 지급 의무는 피고 B의 최종 편집본 제출 의무보다 선이행되어야 할 의무이므로, 피고 B가 편집본을 제출하지 않았다고 하여 원고 A의 제작비 미지급에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원고 A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한 피고 B의 계약 해제는 적법하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이 사건 투자계약은 계속적 계약이 아니므로 '해지'가 아닌 '해제'의 대상이 된다고 보았습니다. 계약서상 '제작비 반환 의무 없이'라는 조항은 민법상 손해배상액 예정으로 추정되며, 법원은 투자계약의 특수성, 투자금액의 규모, 원고의 투자 경험, 피고의 실제 손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이미 지급된 50억 원을 몰취하도록 한 것이 부당하게 과다한 손해배상 예정액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처분문서의 해석 원칙 (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3다20915 판결 등 참조) 계약서와 같은 '처분문서'는 그 진정성립이 인정되면 법원은 당사자의 내심의 의사와 관계없이 서면에 기재된 내용에 따라 객관적인 의미를 해석해야 합니다. 문언의 의미가 명확하다면 반증이 없는 한 기재된 내용대로 의사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인정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원고는 피고에게 3차 제작비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계약서 문언이 명확하므로, 원고와 D/E 간의 합의는 피고에 대한 원고의 의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계약의 해제와 해지 (대법원 2015. 5. 29. 선고 2012다87751 판결 참조) '계약의 해지'는 임대차, 고용, 위임 등과 같이 일정 기간 계속적인 채권 관계를 발생시키는 계약에 한하여 인정되며 장래에 대하여 계약의 효력을 소멸시키는 것입니다. 반면 '계약의 해제'는 계속적 계약이 아닌 경우에 해당하며, 계약이 처음부터 없었던 상태로 소급하여 계약의 효력을 소멸시킵니다. 이 사건 투자계약은 드라마 제작이라는 단일 목적을 위한 '투자계약'으로 보아 계속적 계약이 아니므로 '해지'가 아닌 '해제'의 대상이 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선이행 의무와 동시이행 관계 계약상 의무들 간에 이행 시기가 정해져 있다면 그에 따라 선이행 의무가 결정됩니다. 일반적으로는 선이행 의무자가 자신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상대방은 동시이행 항변권을 행사할 수 없지만, 상대방의 채무 이행이 불확실해지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발생하면 선이행 의무라도 동시이행 관계로 전환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원고의 3차 제작비 지급 의무는 피고의 최종 편집본 제출 의무보다 선이행되어야 할 의무였고, 피고가 편집본을 제출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는 원고의 제작비 미지급에 정당한 사유가 있거나 동시이행 관계로 전환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민법 제398조 (배상액의 예정)
복잡한 계약 관계에서는 모든 당사자 간의 의무와 권리를 명확하게 문서화하고 상호 동의를 얻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제3자에게 권리나 의무가 양도되는 경우, 원계약의 모든 당사자가 이에 동의했음을 분명히 해 두어야 합니다. 계약서에 명시된 지급 의무와 이행 시기는 철저히 준수해야 합니다. 어떠한 사유로든 지급이 어려울 경우 즉시 상대방에게 통지하고 서면으로 협의하는 절차를 거치는 것이 분쟁을 예방하는 길입니다. '해제' 조항은 계약이 처음부터 없었던 상태로 돌아가게 하는 것이고, '해지' 조항은 계약의 효력을 장래에 향하여 소멸시키는 것입니다. 투자계약과 같이 단일한 프로젝트 완수를 목적으로 하는 계약은 보통 '해제'의 대상이 되므로, 이에 따른 원상회복과 손해배상의 범위를 정확히 이해해야 합니다. 계약서에 포함된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액의 예정' 조항은 법적으로 유효하게 인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법원은 특별히 과도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만 예정된 손해배상액을 감액하므로, 계약 체결 시 신중하게 검토하고 협상해야 합니다. 이 사건처럼 투자금이 드라마 제작이라는 고유한 목적에 투입되는 경우, 투자금의 몰취가 제작 지연이나 중단으로 인한 손해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인정되면 그 몰취액이 과도하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지기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