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류/처분/집행
원고(건물주)와 피고(임차인)가 상가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으나 피고의 요청으로 중도 해지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두 차례의 합의서를 작성하여 보증금 정산 및 손해배상에 대한 내용을 정했습니다. 그러나 피고가 원고를 형사 고소하자, 원고는 1차 합의서의 손해배상 예정 조항에 따라 피고에게 6천만 원을 청구했고, 피고는 원고의 기망 및 강요로 손해를 입었다며 8천8백만 원의 손해배상 반소를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양측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원고 A는 자신의 상가 건물 전체를 피고 B에게 임대하는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임대차 보증금은 2억 원, 월세 2,100만 원, 관리비 500만 원으로 정해졌습니다. 하지만 계약 체결 약 3개월 만인 2022년 5월 20일경 피고 B는 건물 입주가 어렵다며 임대차 계약 해지를 요청했습니다. 이에 원고와 피고는 2022년 6월 8일 1차 합의서를 작성했습니다. 이 합의서에는 임대차 계약을 합의 해지하고, 새로운 임차인을 찾을 때까지 피고가 월세 및 관리비를 부담하며, 이를 보증금에서 공제한 뒤 반환한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특히, 합의 내용을 지키지 않을 경우 손해배상금 6천만 원을 지급하기로 하는 조항(제8항)이 포함되었습니다. 이후 원고는 새로운 임차인인 주식회사 E와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고, 2022년 9월 1일 원고와 피고는 2차 합의서를 다시 작성했습니다. 2차 합의서에는 피고에게 지급할 정산금을 4천만 원으로 정하고, 이 합의서에서 정한 것 외에 더 이상 이 사건 임대차 계약과 관련하여 일체의 민형사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기로 하는 조항(제4항)이 포함되었습니다. 원고는 피고에게 2차 합의서에 따른 정산금 4천만 원을 지급했지만, 피고는 2022년 11월 9일경 원고와 공인중개사 C를 사기죄 및 강요죄로 형사 고소했습니다. 이 형사 고소 사건은 2023년 2월 7일 '혐의 없음'으로 불송치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이에 원고는 피고가 형사 고소를 함으로써 2차 합의서 제4항을 위반했고, 1차 합의서의 손해배상 예정 조항이 2차 합의서에도 적용된다고 주장하며 피고에게 6천만 원을 청구했습니다. 반면 피고는 원고와 공인중개사 C가 자신을 기망하고 강요 및 협박하여 손해를 입었다며 8천8백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반소를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1차 합의서의 손해배상 예정 조항은 해당 합의서에 명시된 1항부터 6항까지의 위반에만 적용되며, 2차 합의서의 내용은 1차 합의서와 작성 경위, 목적이 다르고 최종 합의의 성격을 가지므로 1차 합의서의 조항이 2차 합의서에 자동 적용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피고의 형사 고소가 1차 합의서의 손해배상 예정 조항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원고의 본소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또한, 피고가 주장한 원고 측의 기망, 고의적 계약 지연, 강요 및 협박 주장에 대해서는 이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새로운 임차인 물색 조건 변경 과정이나 기간이 건물의 규모를 고려할 때 고의로 지연된 것으로 보기 어렵고, 메시지 내용 등 증거에 비추어 피고가 자유로운 의사로 합의서를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습니다. 더불어 피고의 형사 고소 사건에서 '혐의 없음'으로 불송치 결정이 난 점도 판단의 근거로 들었습니다. 따라서 피고의 반소 청구 역시 기각되었습니다.
이 사건은 주로 계약의 해석과 손해배상 책임에 관한 법리가 적용됩니다.
법률행위의 해석 원칙: 계약과 같은 법률행위의 내용을 해석할 때, 단순히 사용된 단어에만 얽매이지 않고 당사자들이 표시한 행위에 어떤 객관적인 의미를 부여했는지를 명확히 밝히는 것이 중요합니다. 만약 문언의 의미가 불분명하다면, 계약이 이루어진 동기와 경위, 당사자들이 달성하려던 목적, 일반적인 거래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상식과 경험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1차 합의서와 2차 합의서가 작성된 경위, 목적, 내용이 다르다는 점을 고려하여, 1차 합의서의 손해배상 예정 조항이 2차 합의서에도 적용된다는 원고의 주장을 배척했습니다. 특히 1차 합의서 제8항은 "위 합의내용(제1 내지 6항)을 지키지 않을 시"라고 명시되어 있어, 그 적용 범위가 명확하다고 보았습니다. 2차 합의서는 최종 정산의 성격을 가지므로, 그 내용이 1차 합의서와 충돌하는 경우 2차 합의서가 우선 적용된다고 해석했습니다.
손해배상 예정: 계약 당사자 일방이 계약을 위반할 경우, 상대방에게 지급하기로 미리 약정한 손해배상액을 '손해배상 예정액'이라고 합니다. 이는 실제 손해액을 계산하기 어려운 경우를 대비하여 분쟁 해결을 용이하게 하는 목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 예정액은 약정한 위반 사항에 대해서만 적용되며, 약정 범위를 벗어나는 새로운 위반에 대해서는 별도로 판단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원고는 피고의 형사 고소가 2차 합의서의 '민형사상 이의 제기 금지' 조항을 위반한 것이고, 이에 대해 1차 합의서의 손해배상 예정 조항이 적용된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1차 합의서의 손해배상 예정 조항은 특정된 합의 위반에만 적용되므로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사기, 강요): 민법 제750조는 고의 또는 과실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합니다. 특히 형법상 사기죄나 강요죄에 해당하는 행위는 민법상 불법행위로 인정되어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를 주장하는 측이 상대방의 기망(속임) 행위, 강요나 협박이 있었고 그로 인해 손해를 입었음을 명확한 증거로 입증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는 원고 측의 기망과 강요를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피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피고가 형사 고소했던 사건에서 '혐의 없음' 결정이 난 사실도 판단의 근거가 되었습니다.
• 계약서 및 합의서 작성 시 명확한 문언 사용: 계약이나 합의서를 작성할 때는 각 조항의 적용 범위와 유효 기간, 상호 관계 등을 명확하게 기재해야 합니다. 특히 여러 차례 합의서를 작성하게 되는 경우, 나중에 작성된 합의서가 이전에 작성된 합의서의 내용을 모두 대체하는지, 아니면 일부만 보충하거나 수정하는 것인지 그 효력을 정확히 명시해야 불필요한 분쟁을 막을 수 있습니다. • 손해배상 예정 조항의 범위 확인: 손해배상 예정 조항은 어떤 위반 행위에 대해 얼마의 금액을 배상할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합니다. 포괄적인 문구보다는 각 위반 행위별로 적용 여부를 분명히 하는 것이 좋습니다. • 의사 결정의 자유 확인: 계약이나 합의 과정에서 상대방의 압박이나 강요가 있었다고 주장할 경우, 이를 입증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따라서 합의서 작성 시에는 충분한 숙고와 법률 전문가의 조언을 구하고, 자신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결정했음을 명확히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강요가 있었다면 즉시 의사표시를 취소하는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 증거 자료 확보의 중요성: 분쟁 발생 시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모든 증거(계약서, 합의서, 메시지, 통화 기록, 녹취록 등)를 철저히 보관하고 정리해야 합니다. 특히 기망이나 강요와 같은 불법행위 주장은 객관적인 증거 없이는 인정받기 매우 어렵습니다. • 형사 고소와 민사 책임의 별개: 형사 고소는 범죄 여부를 판단하는 절차이며, 형사 사건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해도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이 반드시 없는 것은 아닙니다. 반대로 형사 처벌을 받았다고 해서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이 무조건 인정되는 것도 아닙니다. 각 절차는 별개의 증명 책임과 판단 기준을 가집니다. 다만, 형사 사건의 결과가 민사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