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도주
음주운전 사고로 다친 보행자가 가해 차량의 보험회사와 합의금을 받고 향후 일체의 민사상 소송을 제기하지 않기로 합의했습니다. 이후 피해자가 추가적인 수술을 받고 영구적인 후유장해 진단을 받자, 당시 합의가 예상할 수 없는 심각한 후유증을 포함하지 않는다며 다시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피해자의 기존 병력과 합의 시점을 고려할 때 영구장해가 합의 당시 예상 불가능한 손해였다고 보기 어렵다며 소송을 각하했습니다.
2021년 3월 27일 저녁 10시 3분경, C는 혈중알코올농도 0.146%의 만취 상태로 차량을 운전하다가 안산시 단원구의 일방통행 도로에서 보행 중이던 원고 A를 앞 범퍼로 충격하는 사고를 냈습니다.
원고는 이 사고로 요추 3-4번 및 4-5번간 디스크 탈출증과 척추관 협착증 진단을 받고, 2021년 4월 2일경 수술을 받은 뒤 같은 해 6월 18일 퇴원했습니다.
이후 2021년 8월 2일, 피고 보험회사의 의뢰를 받은 병원에서는 원고의 장해율을 맥브라이드 장해평가표에 따라 6.9%의 2년 한시장해로 평가했습니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2021년 8월 9일, 원고는 피고 보험회사로부터 법률상 손해배상액으로 1,200만원과 별도의 직불치료비 400만원을 받는 조건으로 '이 사건 사고와 관련된 모든 권리를 포기하며 어떠한 이유로든지 민사상의 소송이나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한다'는 내용의 합의(부제소합의)를 체결했습니다.
그러나 원고는 합의 이후인 2021년 9월과 12월에 요추 부위에 추가적인 수술을 받았고, 법원의 신체 감정 결과 사고 기여도 25%를 고려하여 6%의 '영구장해' 진단을 받았습니다.
이에 원고는 합의 당시 영구장해를 전혀 예상할 수 없었으므로 합의서가 영구장해를 포함한 것으로 해석할 수 없거나 효력이 없다고 주장하며, 피고 보험회사에 123,288,505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피고는 원고와의 합의에 '부제소합의'가 포함되어 있으므로 이 사건 소송은 부적법하다고 주장하며 본안전 항변을 제기했습니다.
음주운전 사고 피해자가 보험회사와 손해배상 합의를 하고 '부제소합의'(소송을 제기하지 않기로 하는 합의)를 한 경우, 이후 발생한 영구장해가 당시 예상할 수 없는 중대한 손해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입니다.
이 사건 소를 각하한다. 소송 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법원은 원고가 피고와 '부제소합의'를 포함한 합의를 했으며, 원고가 주장하는 영구장해와 같은 '후발손해'가 합의 당시 예상할 수 없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원고가 합의 당시 이미 수술적 치료를 받은 지 4개월이 지난 시점이었고, 후유장해의 부위와 병명이 초기 진단과 동일하며, 사고 전부터 해당 부위에 대한 오랜 기간의 기왕증(이전 병력)이 있었던 점 등을 근거로 합니다. 따라서 원고의 소송은 부제소합의에 위반하여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으므로 부적법하다고 보아 각하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이 사건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에 대한 '부제소합의'의 효력과 예외에 관한 법리를 다루고 있습니다.
1. 부제소합의 (소송을 제기하지 않기로 하는 합의)의 효력: 원고와 피고가 '이 사건 사고와 관련된 모든 권리를 포기하며 어떠한 이유로든지 민사상의 소송이나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한다'는 내용의 합의를 했다면, 이는 향후 사고와 관련된 추가 소송을 제기하지 않겠다는 '부제소합의'에 해당합니다. 이러한 합의는 민법상 '화해'에 해당하며(민법 제733조), 당사자들은 화해의 내용에 따라 법적 분쟁을 종결할 의무를 가집니다.
2. 부제소합의의 예외 (대법원 판례): 대법원 판례(대법원 2000. 3. 23. 선고 99다63176 판결 등)에 따르면, 합의 이후에 더 큰 손해가 발생하여 다시 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가 있습니다. 이는 다음의 세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합니다.
본 사례에서 법원은 원고의 영구장해가 합의 당시 '예상이 불가능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대법원 판례가 제시하는 예외 조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특히 원고가 사고 전부터 요추 부위에 기왕증이 있었고, 합의가 초기 수술 후 4개월 이상 지난 시점에 이루어졌다는 점이 중요하게 고려되었습니다.
교통사고 등으로 인한 손해배상 합의 시에는 신중한 판단이 매우 중요합니다.
합의 시기 및 상해 상태: 사고 발생 직후가 아닌, 충분히 치료를 받고 상해의 정도 및 향후 예후를 정확히 파악한 후에 합의를 진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본 사례의 경우 합의가 사고 발생 4개월 10일 후, 초기 수술 후 4개월이 지난 시점에 이루어져 '손해 범위를 정확히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부제소합의의 효력: 합의서에 '향후 어떠한 이유로든지 민사상의 소송이나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한다'는 등의 문구가 있다면 이는 '부제소합의'에 해당하여,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추후 동일한 사고에 대해 다시 소송을 제기하기 어렵습니다.
예상 불가능한 후발 손해: 법원은 합의 이후 발생한 손해가 '예상이 불가능한 것'인지에 대해 매우 엄격하게 판단합니다. 본 사례의 경우 후유장해의 부위와 병명이 초기 진단과 동일했고, 사고 이전부터 동일 부위에 대한 기왕증(기존 병력)이 있었으므로, 영구장해 평가가 합의 당시 예상 불가능한 후발 손해로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기왕증의 중요성: 기존 병력이 있는 경우 사고 기여도 등이 달라질 수 있고, 이로 인해 후발 손해가 '예상 불가능한 손해'로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합의 전 본인의 건강 상태 및 기존 병력에 대한 충분한 고지 및 고려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