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설계사의 고지 방해로 인한 보험 해지 무효 판결

원고 A는 피고 B주식회사와 보험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후 피고는 원고가 과거 진료 사실을 고지하지 않았다며 보험계약을 해지했습니다. 이에 원고는 보험설계사 C에게 해당 진료 사실을 정확히 알렸음에도 C이 임의로 청약서를 작성하고 허위 답변을 권유했기에 고지의무 위반에 대한 책임이 없으며, 피고의 해지는 무효라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보험설계사의 고지 방해 또는 부실 고지 권유가 있었던 사실을 인정하여, 피고가 이 사건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없으므로 피고의 해지가 무효임을 확인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 A: 피고 B주식회사와 사망, 상해, 질병 등을 보장하는 D 보험계약을 체결한 보험계약자입니다.
• 피고 B주식회사: 원고 A와 보험계약을 맺었으며, 원고가 고지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한 보험회사입니다.

분쟁 상황

원고 A는 2016년 5월 13일 피고 B주식회사와 사망, 상해, 질병 등을 보장하는 D 보험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계약에 앞서 2016년 4월, 원고는 급성 편도염으로 E병원에 입원하여 쇼그렌증후군 의심 진단을 받은 사실이 있었습니다. 원고는 이 진료 사실을 담당 보험설계사 C에게 구두로 고지했다고 주장했으나, C은 청약서 및 계약 전 알릴 의무사항에 해당 병력을 기재하지 않고 임의로 작성했습니다. 또한 C은 원고에게 보험회사 상담원의 해피콜 시 병력 질문에 '아니요'라고 답변하도록 권유했습니다. 이후 피고는 2017년 9월 11일 원고가 고지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 통보했습니다. 이에 원고는 피고의 해지가 무효임을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핵심 쟁점

보험계약자가 보험설계사에게 중요한 사항을 고지했음에도 설계사가 임의로 청약서에 허위 내용을 기재하고 보험회사 상담원의 질문에 허위 답변을 하도록 권유한 경우, 보험회사가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지 여부가 이 사건의 쟁점입니다.

법원의 판단

피고 B주식회사가 2017년 9월 11일 원고 A에 대하여 한 이 사건 보험계약의 해지는 무효임을 확인한다.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결론

법원은 원고 A가 보험설계사 C에게 과거 진료 사실을 정확히 고지했음에도 C이 임의로 청약서와 계약 전 알릴 의무사항을 작성하고 원고에게 보험회사 상담원의 질문에 허위 답변을 하도록 권유한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이러한 보험설계사의 행위는 보험약관 제18조 제2항 제5호에 규정된 '고지 방해 또는 부실고지 권유'에 해당하므로, 피고 보험회사는 이 사건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피고의 보험계약 해지는 효력이 없으며,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여 해지가 무효임을 확인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1. 상법 제651조 (고지의무 위반으로 인한 계약 해지)​: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가 보험계약 당시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중요한 사항을 고지하지 않거나 허위로 고지한 경우, 보험자는 그 사실을 안 날로부터 1개월 이내 또는 계약 체결일로부터 3년 이내에 계약을 해지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사항'은 보험자가 보험계약 체결 여부나 보험료, 보장 내용을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치는 객관적인 정보입니다. 본 사건에서 원고의 쇼그렌증후군 의심 진단 및 입원 경력은 중요한 고지 의무 대상이었습니다.
2. 상법 제651조의2 (서면질의의 중요성)​: 보험자가 서면으로 질문한 사항은 보험계약에서 중요한 사항으로 추정됩니다. 청약서에 질병 진단, 치료, 입원 등에 관한 질문이 포함되어 있었으므로, 이 사건 진료 사실은 중요한 고지 사항으로 인정되었습니다.
3. 이 사건 보험약관 제18조 제2항 제5호 (보험회사의 해지 제한 사유)​: 보험계약에 있어 보험설계사 등이 계약자나 피보험자가 고지의무를 이행하는 것을 방해했거나 부실한 고지를 하도록 권유한 경우에는 보험회사가 계약을 해지할 수 없도록 규정되어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보험설계사 C이 원고가 정확한 고지를 하지 못하도록 방해하고 허위 답변을 권유한 사실을 인정하여, 피고 보험회사의 해지권 행사가 제한된다고 판단했습니다.
4. 민법 제103조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하는 내용을 목적으로 하는 법률행위는 무효입니다.
5. 민법 제110조 (사기,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 사기나 강박에 의해 이루어진 의사표시는 취소할 수 있습니다. 피고 보험회사는 원고가 보험금 부정 취득을 목적으로 계약을 체결했으므로 민법 제103조에 따라 계약이 무효이거나 민법 제110조에 따라 취소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원고가 보험설계사의 권유를 믿고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보일 뿐 적극적으로 피고를 기망했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하여 피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참고 사항

1. 보험 계약 시 건강 상태나 과거 병력과 같은 중요한 사실은 반드시 보험회사에 직접, 서면으로 고지해야 합니다. 보험설계사에게 구두로만 알리는 것만으로는 고지의무를 완전히 이행한 것으로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2. 보험 청약서나 계약 전 알릴 의무사항 등 중요한 서류는 본인이 직접 작성하고, 그 내용이 사실과 일치하는지 꼼꼼히 확인해야 합니다. 서류를 타인에게 위임하여 작성하게 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습니다.
3. 보험회사 상담원과의 전화 통화(해피콜) 시 질문 내용에 대해 정확하고 사실대로 답변해야 합니다. 보험설계사의 지시에 따라 허위 답변을 할 경우, 추후 보험금 청구 시 분쟁 발생의 원인이 되거나 보험 계약 자체가 무효 또는 해지될 수 있습니다.
4. 만약 보험설계사가 고지 의무 이행을 방해하거나 사실과 다른 부실한 고지를 하도록 권유한다면, 이러한 정황이나 관련 증거(메시지, 녹취록 등)를 확보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는 보험회사의 계약 해지 주장에 대항할 수 있는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5. 보험 계약 체결 후 짧은 기간 내에 과거 병력과 관련된 사유로 보험금을 청구하게 되면, 보험회사는 고지의무 위반 여부를 면밀히 조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계약 전 고지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