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
이 사건은 택시 회사에서 근무하다 퇴직한 운전기사들이 회사를 상대로 미지급된 최저임금과 퇴직금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운전기사들은 회사가 최저임금 기준을 맞추기 위해 실제 근무 형태는 변함없이 소정근로시간(정해진 근무시간)만 형식적으로 단축하는 합의를 한 것은 무효라고 주장했습니다. 1심 법원은 운전기사들의 손을 들어주었으나 항소심 법원은 이러한 합의가 최저임금법 적용을 회피하기 위한 탈법 행위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회사의 손을 들어주어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운전기사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원고인 택시 운전기사들은 피고 회사에서 소위 '정액사납금제' 형태로 임금을 지급받았습니다. 이는 택시 운행으로 벌어들인 수입 전액을 회사에 납부하고, 회사로부터 고정급과 기준 운송수입금을 초과하는 부분의 60%를 성과급으로 받는 방식입니다. 사납금을 채우지 못하면 미달액이 고정급에서 공제되었습니다.
피고 회사는 2006년부터 2014년까지는 1일 6시간 40분의 소정근로시간을 유지하다가 2015년, 2016년, 2017년에는 1일 6시간으로, 2018년에는 1일 5시간으로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했습니다. 이에 따라 고정급여도 변동되었으나, 같은 기간 최저임금 상승률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었습니다.
2009년 7월 1일부터는 최저임금법 제6조 제5항, 즉 '택시 운전근로자의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임금의 범위에서 생산고에 따른 임금(성과급 등)을 제외한다'는 특례조항이 시행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택시 운전근로자의 최저임금 충족 여부는 주로 고정급에 의해 결정되게 되었습니다.
원고들은 2017년 이후 임금협정을 통해 이루어진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실제 근무 형태 변화 없이 최저임금 미달을 회피하기 위한 것이었으므로 무효이고, 이에 따라 미지급된 최저임금과 퇴직금 및 야간근로수당 등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택시 회사가 운전기사 노동조합과 합의하여 실제 근무 형태나 운행 시간의 변경 없이 소정근로시간만 단축한 것이, 최저임금법상 택시 운전근로자 특례 조항의 적용을 회피하여 최저임금 미달을 면하려 한 탈법 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즉, 이러한 합의가 유효한지 아니면 무효인지가 중요하게 다뤄졌습니다.
항소심 법원(서울고등법원)은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들(택시 운전기사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이는 택시 회사와 운전기사 노동조합 간의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유효하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항소심 법원은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최저임금법상 특례조항의 적용을 잠탈할 목적으로 이루어진 탈법 행위라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법원은 택시 운송업의 특성, 서울시의 중앙임금협정 개입, 모바일 호출 서비스 도입과 같은 영업 환경 변화, 운송수입 증가 등의 여러 사정을 고려할 때,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단순히 형식적으로만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이 합의를 무효로 볼 경우 회사 운영에 현저한 악영향을 미쳐 현재 근로자들의 이익에도 반하는 불합리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되었습니다. 따라서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가 없다고 판단되었습니다.
이 사건과 관련하여 다음 법률 및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7호, 제50조 제1항 및 제2항: 이 조항들은 '소정근로시간'을 근로자와 사용자 간에 합의한 근로시간으로 규정하고,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1주 40시간, 1일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도록 기준근로시간을 정하고 있습니다. 이 범위 내에서 노사는 자유롭게 근로시간을 합의할 수 있으나, 그 합의가 단순히 형식에 불과하거나 강행법규를 잠탈할 의도가 있다면 효력을 부정할 수 있습니다.
최저임금법 제6조 제5항 (이 사건 특례조항): 2009년 7월 1일부터 시행된 이 특례조항은 일반택시 운전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임금의 범위에서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합니다. 이는 택시 운전근로자의 고정급이 최저임금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는 의미를 가집니다.
대법원 2019. 4. 18. 선고 2016다2451 전원합의체 판결: 이 판례는 정액사납금제하에서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한 고정급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것을 회피할 의도로, 실제 근무 형태나 운행 시간의 변경 없이 소정근로시간만을 단축하기로 합의한 경우, 이러한 합의는 최저임금법상 특례조항 등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 행위로서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이 사건은 이 대법원 판례의 취지를 바탕으로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의 유효성을 판단했습니다.
입증책임의 원칙: 법률행위의 무효를 주장하는 당사자에게는 그 무효 사유에 대한 입증책임이 있습니다. 따라서 원고들은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무효라는 점을 증명해야 했습니다.
고용주와 근로자(또는 노동조합)가 근로시간이나 임금 체계를 변경하는 합의를 할 때에는 그 합의의 실질적인 목적과 내용이 중요합니다. 특히 최저임금 관련 법규의 적용을 받는 경우, 합의가 법의 취지를 잠탈하려는 목적이 아니었음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근로계약의 중요 요소인 소정근로시간 변경 합의는 단순히 형식적인 변경을 넘어 실제 근무 형태나 업무량, 영업 환경 변화 등을 반영해야 합니다. 법원은 이러한 합의가 유효한지 판단할 때, 해당 업종의 특수성, 업계 전반의 관행, 정부나 지자체의 행정 지도, 신기술 도입 등 다양한 외부적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합니다.
만약 특정 합의가 강행법규를 위반하거나 법의 적용을 회피하려는 탈법 행위라고 주장하려면, 그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충분한 증거와 논리적인 근거를 제시해야 합니다. 단순히 합의 결과가 근로자에게 불리하다는 점만으로는 합의의 효력을 부정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