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폭행/강제추행
직장 상사인 피고인 A가 회식 중 술에 취한 피해자 B를 여자화장실에서 유사강간했다는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법원은 사건 당시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다거나 피고인에게 이를 인식하고 이용하려는 고의가 있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판결 요지를 공시했습니다.
2021년 3월 10일 저녁, 피고인 A(직장 상사)와 피해자 B(수습직원)를 포함한 회사 직원들이 회의실에서 회식을 하며 술을 마셨습니다. 피해자 B가 여자화장실에 간 후 피고인 A도 뒤따라 들어갔고, 이 시간 동안 여자화장실 안에서 두 사람이 함께 있었습니다. 피해자의 남자친구 G은 피해자와 연락이 되지 않아 회사로 찾아왔다가 여자화장실 용변칸에서 피고인과 피해자가 함께 있는 것을 발견하고 동영상을 촬영했습니다. 동영상에는 피해자가 G을 피해 용변칸 문을 닫으려고 하거나 흐트러진 옷을 정리하며 '그만해', '하지마'라고 말하는 모습이 담겨 있었습니다. 이후 112 신고로 경찰이 출동했고, 피해자는 경찰관의 성폭력 피해 여부 질문에 '그런 건 아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피해자가 당시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였는지와 피고인이 그러한 상태를 인식하고 이용하려는 준유사강간의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었습니다.
피고인 A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해자가 사건 당시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다는 점과 피고인에게 그러한 상태를 인식하고 이용하려는 준유사강간의 고의가 있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형사재판에서 유죄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공소사실이 진실하다는 확신을 가질 만큼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의 증명이 필요하며, 그러한 증거가 없다면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 무죄를 선고해야 합니다(대법원 2008도5389 판결). 형법 제299조가 정한 준강간죄(준유사강간죄도 동일하게 적용)에서 '심신상실'은 정신기능의 장애로 인해 성적 행위에 대한 정상적인 판단능력이 없는 상태를 의미하고, '항거불능'은 심신상실 이외의 원인으로 심리적 또는 물리적으로 반항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상태를 말합니다(대법원 2021도9781 판결). 피해자가 술 등에 의해 완전히 의식을 잃지는 않았더라도 정상적인 판단능력과 대응·조절능력을 행사할 수 없는 상태였다면 여기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또한, 준강간의 고의는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음을 인식하고 이를 이용하여 간음한다는 구성요건적 결과 발생의 가능성을 인식하고 그러한 위험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를 의미합니다(대법원 2018도16002 전원합의체 판결). 이 사건에서는 피해자가 사건 직후 비틀거림 없이 스스로 걷고 대화하는 등 상당한 판단력을 유지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있는 점, 목격자들이 피고인과 피해자 모두 인사불성 상태는 아니었다고 진술한 점, 피해자가 경찰에게 성폭력 피해 사실을 부인한 점 등을 종합하여 검사의 증명이 부족하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성범죄 사건에서는 피해자의 진술 외에도 객관적인 증거와 목격자의 진술이 매우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피해자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는 단순히 술에 취했다는 사실만으로 단정되지 않으며, 당시 상황, 피해자의 언행, 목격자의 진술, CCTV 영상 등 여러 정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됩니다. 특히 술에 취해 당시 상황을 기억하지 못하는 '블랙아웃' 증상이 있었다고 해도, 그 당시에 판단 능력과 대응 능력이 완전히 상실되었다고 볼 수 없는 증거가 있다면 준강간 또는 준유사강간죄의 성립을 부정하는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유사한 문제 상황에서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사건 발생 직후의 모든 언행과 목격자의 증언, 영상 기록 등 가능한 모든 증거를 신중하게 확보하고 보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