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사
피고인 A는 자신이 설립한 전기제품 제조 회사 D의 대표이사이면서, 경영을 위임받아 피해 회사 F의 대표이사를 겸임하던 중이었습니다. 검사는 피고인 A가 F 회사 대표로서 D 회사로부터 물품을 위탁생산 받는 과정에서, F 회사의 내부 결재나 협의 절차 없이 임의로 물품 대금에 불량률을 산입하여 2013년 1월부터 2016년 10월까지 총 46회에 걸쳐 7억 3천 6백여만 원을 D 회사에 지급하게 하여 F 회사에 재산상 손해를 입혔다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 혐의로 기소하였습니다. 그러나 피고인은 D에 지급한 금액이 제품 생산원가, 불량률, D가 생산한 모델의 특성 등을 고려할 때 적정 금액이었다며 배임 혐의를 부인했습니다. 법원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F 회사에 재산상 손해를 입혔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피고인 A는 자신이 설립한 전기제품 제조 및 판매 회사인 D의 대표이사이면서 동시에, F 회사 대표 E로부터 경영을 위임받아 F 회사의 대표이사도 겸임하게 되었습니다. F 회사는 D 회사와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하여 D로부터 전기제품 부품을 납품받았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F 회사 측에서는 피고인 A가 D 회사와의 거래에서 제품 대금에 임의로 불량률을 추가하여 부당하게 높은 금액을 D 회사에 지급하게 함으로써 F 회사에 큰 재산상 손해를 입혔다고 주장하며 피고인을 배임 혐의로 고소했습니다. 이는 피고인과 F 회사의 대주주 사이에 8년 이상 지속된 민형사상 분쟁의 연장선상에 있는 사건으로, 양측의 감정적 대립이 심화된 상황에서 발생한 갈등입니다.
피고인 A가 피해 회사 F의 대표로서 D 회사에 물품 대금을 지급하면서, 피해 회사의 내부 결재 및 협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임의로 불량률을 산입한 것이 임무 위배에 해당하는지, 불량률이 산입된 물품 대금이 적정 금액을 초과하여 피해 회사에 재산상 손해를 발생시켰는지, 그리고 피해 회사에 발생했다는 7억 3천 6백여만 원의 재산상 손해액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었는지 여부가 이 사건의 주요 쟁점입니다.
피고인은 무죄.
법원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의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우선, 피해 회사에 존재한다는 내부 규정, 품질관리 매뉴얼, 공정 검증 절차 등에 관한 객관적인 증거가 제출되지 않아 피고인이 내부 절차를 위반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D 회사가 피해 회사에 납품한 제품 가격이 다른 임가공회사와 비교하여 과도하게 높았다는 점이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으며, 오히려 일부 제품은 D 회사의 가격이 더 저렴하거나 유사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피해 회사의 자체 생산원가와 비교했을 때도 D 회사의 공급 가격이 더 높다고 보기 어려웠고, 피해 회사 임원조차 D 회사가 제품을 생산하면서 단가가 절감되었다고 진술했습니다. 특히 제품의 불량률을 고려하는 것은 제조 과정에서 피할 수 없는 부분이며, 통계청의 중소제조업 평균 불량률 및 다른 임가공회사의 사례를 볼 때 D 회사가 적용한 불량률(대부분 1% 또는 5%)이 일률적으로 과도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D 모델 제품은 D 회사가 금형과 도면을 보유하고 직접 개발한 기술을 바탕으로 생산된 것으로, 단순 임가공 형태인 피해 회사 모델과는 거래상 지위와 적정 금액 산정 방식이 다르다는 점도 고려되었습니다. 결정적으로, 검사가 주장하는 7억 3천 6백여만 원의 구체적인 손해액이 세금계산서, 거래내역 등 객관적인 증거로 엄격하게 증명되지 못했으며, 손해액 산정 근거 자료도 신빙성이 낮고 일관성이 없다고 보았습니다. 피고인과 피해 회사의 대주주 간에 장기간 민형사상 분쟁이 지속되고 있어 피해 회사 측 증거의 신빙성에도 의문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하며, 최종적으로 피고인의 범죄 사실이 합리적인 의심 없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 사건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 혐의로 기소되었으며, 주요 법령 및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회사의 대표가 겸직하는 경우, 즉 한 사람이 여러 회사의 대표직을 맡아 이들 회사 간에 거래가 발생할 때는 투명한 계약 조건 설정이 매우 중요합니다. 제품의 단가 산정 시 불량률, 이윤, 제조원가 등 모든 구성 요소를 명확히 계약서에 명시하고, 내부 규정에 따른 결재 및 협의 절차를 반드시 준수해야 합니다. 특히 특수 관계 회사 간의 거래에서는 객관적인 시장 가격 또는 합리적인 원가 분석을 바탕으로 적정 가격을 산정하고, 이에 대한 상세한 증빙 자료(세금계산서, 거래내역, 원가계산서 등)를 철저히 보관해야 합니다. 단순한 임가공 형태의 거래와 기술 개발 및 금형 보유가 수반되는 위탁 생산은 가격 책정의 기준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각 거래의 성격에 맞는 가격 기준을 적용하고 그 타당성을 입증할 자료를 갖추어야 합니다. 배임죄 성립을 위해서는 재산상 손해의 발생 및 그 액수가 명확하게 증명되어야 하므로, 추상적인 손해 추정치보다는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장기간의 개인적인 분쟁이 개입된 상황에서는 주관적인 진술이나 감정적인 주장이 아닌, 명확하고 객관적인 사실관계와 증거가 법적 판단에 더욱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