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해 · 절도/재물손괴
미국 국적의 학생 B는 국내에 입원한 어머니를 만나기 위해 한국에 입국했습니다. KTX에서 목적지를 지나쳐 E역에 내린 후, 술집에서 과음하고 나와 만취 상태에서 두 명의 택시기사를 폭행하고 그들의 택시를 무단으로 운전했습니다. 이후 택시가 멈추자 현장을 벗어나기 위해 자전거 한 대를 훔쳐 사용했습니다. 이 사건으로 B는 상해, 자동차불법사용, 절도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피고인 B는 어머니가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을 듣고 한국에 급히 입국했습니다. KTX에서 잠들어 목적지 D역을 지나쳐 E역에 내린 후, 숙소를 잡고 인근 주점에서 혼자 술을 과음했습니다. 새벽 5시경 주점 밖으로 나온 피고인은 외국인들과 시비가 붙었다는 망상에 빠져 자신을 쫓는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공포감에 사로잡혀 현장을 벗어나고자 택시를 찾던 중, 영업을 거부하는 70대 택시기사 H를 폭행하고 택시를 약 363m 운전했습니다. 이후 택시가 멈추자 다시 74세 택시기사 I의 택시를 가로막고 그를 폭행하여 중상을 입힌 뒤 택시를 약 614m 운전했습니다. 이 택시마저 벽에 부딪혀 멈추자, 피고인은 현장에서 벗어나기 위해 인근 철도물류센터에서 시정되지 않은 자전거를 훔쳐 타고 도주했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피고인 B가 택시 운전기사들을 폭행하고 택시를 사용한 행위가 재물을 빼앗을 의도(강취 고의 또는 불법영득의사)를 가진 '강도상해'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단순한 '상해'와 '자동차불법사용'에 해당하는지였습니다. 피고인은 만취 상태에서 외국인 폭력배에게 쫓기고 있다는 망상에 빠져 현장을 벗어나기 위해 범행했다고 주장하며 강도 고의를 부인했습니다.
법원은 피고인 B의 행위에 대해 '강도상해'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이는 피고인이 택시를 영구적으로 소유하거나 가치를 빼앗으려는 의도(불법영득의사)가 있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대신, '상해', '자동차불법사용', '절도'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여 피고인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 B가 술에 만취하여 현실 판단 능력이 저하된 상태에서 범행했으나, 스스로 만취 상태를 자초했으며, 70대 고령의 택시 운전기사들에게 중대한 상해를 입히고 택시를 불법 사용하여 공공의 위험을 초래한 점을 들어 죄질이 무겁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피해자 I에 대한 피해 회복이 완전히 이루어지지 않았고, 피해자 측이 엄벌을 탄원하는 점도 고려되었습니다. 다만, 피고인이 대부분의 범죄 사실을 인정하고, 피해자 H 및 K와는 합의하여 처벌 불원 의사를 받았으며, 국내에서 처벌받은 전력이 없는 점 등은 유리한 양형 요소로 참작되었습니다. 피해자 I를 위한 형사공탁금 3천만 원이 있었으나, 피해자 측이 수령을 거부하고 엄벌을 원하는 상황이어서 양형에 긍정적으로 고려되지 않았습니다.
• 상해 (형법 제257조 제1항): 사람의 신체를 상해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합니다. 피고인 B는 두 명의 택시기사에게 중상을 입혀 이 조항이 적용되었습니다. • 자동차불법사용 (형법 제331조의2): 권리자의 동의 없이 자동차, 선박, 항공기 또는 원동기장치자전거를 일시 사용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합니다. 피고인 B가 두 대의 택시를 운전기사의 동의 없이 사용한 행위에 이 조항이 적용되었습니다. • 절도 (형법 제329조): 타인의 재물을 절취한 자는 6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합니다. 피고인 B가 자전거를 훔친 행위에 이 조항이 적용되었습니다. • 강도상해죄와 불법영득의사: 강도상해죄는 강도죄(폭행·협박으로 타인의 재물을 강취하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는 범죄)가 성립한 상태에서 상해를 가했을 때 성립합니다. 여기서 '강취'는 '불법영득의사', 즉 다른 사람의 물건을 자신의 소유물처럼 영구적으로 이용·처분하려는 의사가 있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피고인이 만취 상태에서 현장을 벗어나기 위해 택시를 일시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보았고, 택시 자체를 영구적으로 소유하거나 가치를 빼앗으려는 의도가 없었다고 판단하여 '강도상해'는 무죄로 보았습니다.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 무죄를 선고해야 하지만, 상해와 자동차불법사용죄가 유죄로 인정되었으므로 별도의 무죄 선고는 하지 않았습니다. • 경합범 가중 (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 제1항 제2호, 제50조): 여러 개의 죄가 동시에 발생했을 때, 가장 중한 죄의 형을 기준으로 다른 죄의 형을 더하여 처벌하는 원칙입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해자 H에 대한 상해죄를 기준으로 다른 죄들을 더하여 형량을 정했습니다.
• 음주 상태에서의 범행: 술에 만취하여 저지른 범죄라도, 스스로 술을 마셔 만취 상태를 자초했다면 심신미약으로 인한 감형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음주로 인한 판단력 저하가 범죄의 책임을 완전히 면제해주지는 않습니다. • 범죄 의도(고의)의 중요성: 강도죄와 같이 재물을 빼앗을 목적으로 폭행하는 범죄(강도상해)는 단순히 사람을 다치게 하거나 물건을 일시적으로 사용하는 범죄(상해, 자동차불법사용)와 다르게 처벌됩니다. 범행 당시 재물에 대한 영구적인 불법영득의사가 있었는지가 중요하며, 이는 증거를 통해 명확히 입증되어야 합니다. • 피해자와의 합의 노력: 피해자와의 합의는 양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특히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밝히는 경우, 형량이 낮아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합의 시도에도 불구하고 피해자가 합의금을 수령하지 않고 엄벌을 탄원한다면, 이는 양형에 유리하게 작용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고령의 피해자: 고령의 피해자에게 상해를 입힌 경우, 그 죄질이 더욱 나쁘게 평가될 수 있으며 이는 양형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 공중의 위험 발생: 만취 상태에서 차량을 불법적으로 운행하여 공공의 안전을 위협한 경우, 이 역시 양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