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타 금전문제 · 노동
부동산 개발 용역 회사인 원고 주식회사 A가 도시환경정비사업조합인 피고 B 조합과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계약을 맺고 용역을 수행했습니다. 계약에 따라 피고는 사업 진행 단계별로 용역비를 지급하기로 했으나, 피고 조합이 원고에게 귀책사유가 없는데도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하며 '관리처분계획 인가 시' 지급하기로 한 용역비를 주지 않아 분쟁이 발생했습니다. 항소심 법원은 피고의 계약 해지는 적법하나 원고에게 귀책사유가 없으므로, 원고가 이미 처리한 업무에 대한 보수를 청구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피고는 원고에게 미지급 용역비 692,373,919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원고 주식회사 A는 2016년 4월 피고 B 도시환경정비사업조합과 도시환경정비사업의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계약을 체결하고 사업 추진 계획 수립, 시공사 선정, 관리처분계획 수립 등 다양한 용역 업무를 수행했습니다. 계약에 따르면 용역비는 총 공사비의 1% 상당액인 약 34억 6천만 원으로 정해졌고, 총 6단계(계약체결, 건축심의 완료, 사업시행계획 인가, 관리처분총회 완료, 관리처분계획 인가, 착공)에 걸쳐 분할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피고는 ① 계약체결 시, ② 건축심의 완료 시, ③ 사업시행계획 인가 시, ④ 관리처분총회 완료 시에 해당하는 총 60%(약 20억 7천만 원)의 용역비를 원고에게 지급했습니다. 그러나 2020년 3월 피고 조합은 정기총회에서 원고와의 '이 사건 계약 해지의 건'을 의결하고, 같은 해 4월 8일 원고에게 계약 해지를 통보했습니다. 피고는 해지 사유를 '원고의 업무 미흡 및 해태'라고 주장하며, ⑤ 관리처분계획 인가 시 지급하기로 한 용역비 692,373,919원을 지급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원고는 피고가 미지급 용역비와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한다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피고는 원고의 업무 미흡으로 계약이 적법하게 해지되었으므로 추가 용역비를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맞섰습니다.
이 사건 계약의 법적 성격이 위임인지 도급인지 여부, 피고 조합의 계약 해지 통보가 적법한지 여부, 계약 해지 시 원고 회사가 아직 받지 못한 용역비(관리처분계획 인가 시 지급분)를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 및 그 금액의 범위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제1심 판결 중 원고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피고는 원고에게 692,373,919원과 이에 대한 2021년 2월 2일부터 2022년 12월 8일까지는 연 6%, 그 다음날부터 돈을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원고의 나머지 항소는 기각되었으며, 소송과 관련된 총 비용은 피고가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법원은 도시환경정비사업 관련 용역 계약의 성격을 민법상 '위임'으로 보았습니다. 피고 조합이 원고 회사의 귀책사유 없이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했으므로, 원고는 위임 계약의 규정에 따라 이미 처리한 사무의 비율에 해당하는 보수를 청구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관리처분계획 인가' 시점에 지급하기로 한 용역비는 원고가 그 업무를 100% 완료한 것으로 인정되어 해당 금액 전액을 피고에게 지급하도록 명했습니다.
이 사건과 관련하여 법원은 다음 법령 및 법리를 적용했습니다.
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71조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에 대한 준용 규정):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에게 업무를 위탁하거나 자문을 요청한 자와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 사이의 관계에 관하여는 민법 중 위임에 관한 규정을 준용합니다. 이 조항에 따라 법원은 원고와 피고 사이의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계약을 '위임'의 성격을 가진 것으로 보았습니다.
민법 제686조 제2항 및 제3항 (수임인의 보수청구권): 민법 제686조 제2항은 수임인이 보수를 받을 경우 위임 사무를 완료한 후에야 청구할 수 있지만, 기간으로 보수를 정한 때에는 그 기간이 경과한 후에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이 사건에서 단계별로 용역비 지급 시기를 정한 것이 '기간으로 보수를 정한 때'에 해당한다고 보아, '관리처분계획 인가 시' 지급하기로 한 용역비의 이행기가 도래한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민법 제686조 제3항은 수임인이 위임 사무를 처리하는 중에 수임인의 책임 없는 사유로 위임이 종료된 때에는 이미 처리한 사무의 비율에 따른 보수를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피고의 계약 해지에 원고의 귀책사유가 없다고 판단됨에 따라, 원고는 계약이 해지되었더라도 이미 수행한 관리처분계획 인가 관련 업무에 대한 보수를 청구할 권리가 있다고 인정되었습니다.
민법 제689조 제1항 (위임의 해지): 위임계약은 각 당사자가 언제든지 해지할 수 있습니다. 피고 조합의 계약 해지 통보가 원고의 귀책사유에 따른 것이 아니라 일방적인 의사에 의한 해지임을 인정하면서도, 이 조항에 따라 계약 해지의 효력 자체는 인정되었습니다. 다만, 일방적 해지라 하더라도 원고에게 귀책사유가 없다면 이미 처리한 사무에 대한 보수청구권은 여전히 존재합니다.
정비사업과 같은 장기간의 프로젝트에 대한 용역 계약은 업무 수행 정도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따라서 계약서에 명시된 단계별 용역비 지급 규정은 단순히 대금의 분할 지급을 넘어, 해당 단계까지의 업무가 완료된 것으로 평가하고 이에 대한 기성액을 산정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계약 당사자 일방이 상대방의 귀책사유 없이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하더라도, 이미 처리된 업무에 대해서는 민법상 위임 계약의 규정에 따라 정당한 보수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계약 해지 시 상대방의 귀책사유를 주장하려면 '업무 미흡'과 같은 추상적인 사유만으로는 부족하며,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증거를 확보해야 법원에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사업 진행 중 계약이 해지될 경우, 해지 통보 시점까지 수행된 업무의 범위와 그 가치를 명확히 입증할 수 있는 자료(용역 성과물, 회의록, 계약서, 자금 지출 내역 등)를 철저히 보관하고 정리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