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타 금전문제 · 노동
원고인 재건축정비사업 전문관리업체 주식회사 A는 피고인 공동시행사 주식회사 D건설과 두 개의 재건축정비사업(J단지 및 K단지 가로주택 정비사업)에 필요한 용역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원고는 계약에 따라 건축심의 인가 업무를 수행하여 각 조합이 건축심의 의결을 받았으나, 피고는 조합과의 공동시행계약이 해지되어 사업비를 받지 못하게 되자, 원고에게 용역비 지급을 미뤘습니다. 피고는 용역비 지급 조건이 '주택도시보증공사 또는 시공자로부터 사업비 대여 시'로 정해져 있었으므로 해당 조건이 성취되지 않아 용역비 지급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이 조건이 정지조건이 아닌 불확정기한으로 보아, 피고가 사업비를 받지 못하는 것이 확정되었을 때 용역비 지급 기한이 도래했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법원은 피고가 원고에게 용역비 3,960만 원과 이에 대한 지연이자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재건축정비사업 전문관리업체인 원고가 공동시행사인 피고에게 재건축 사업에 필요한 건축심의 인가 업무 용역을 제공했습니다. 원고는 약속된 용역을 이행하여 건축심의가 의결되었지만, 피고는 사업을 진행하던 두 조합으로부터 공동시행계약이 해지되면서 사업을 계속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피고는 조합으로부터 공동시행계약에 따른 사업비를 받지 못하게 되자, 원고에게 용역비 계약에서 '사업비 대여 시 지급'이라는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으므로 용역비를 지급할 수 없다고 주장하며 지급을 거부했습니다. 이에 원고는 피고가 용역 대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재건축정비사업 용역 계약에서 '사업비를 대여하여 재원이 있을 시' 용역비를 지급한다는 조항이 용역비 지급의 '정지조건'인지 또는 '불확정 기한'인지를 판단하는 것이 주요 쟁점이었습니다. 또한, 별소로 소송이 진행 중인 대여금 채권을 상계 항변으로 주장할 수 있는지 여부도 쟁점이었습니다.
피고는 원고에게 3,960만 원 및 이에 대해 2023년 11월 16일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해야 합니다.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하며, 위 지급 명령은 가집행할 수 있습니다.
법원은 용역비 지급 조건인 '주택도시보증공사 혹은 시공자로부터 사업비를 대여하여 재원이 있을 시 지급한다'는 조항을 '정지조건'이 아닌 '불확정기한'으로 해석했습니다. 즉, 피고가 재원을 마련하지 못해 언제까지나 용역비를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아니라, 합리적인 기간이 지났음에도 재원 마련이 불가능하게 된 경우 용역비 지급 의무의 변제기가 도래한다고 보았습니다. 특히, 피고와 조합 사이의 공동시행계약이 해지되어 사업비 대여가 불가능해진 시점에 용역비 지급 기한이 도래했다고 판단했습니다. 피고가 제기한 예비적 상계 항변에 대해서는, 피고가 이미 별소로 대여금 청구 소송을 진행 중이므로, 상계 항변을 받아들이면 심리가 중복되고 판결이 모순될 우려가 있어 중복 제소 금지 규정을 유추 적용하여 각하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여 피고는 원고에게 미지급 용역대금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이 사건 판결은 민법상 조건과 기한에 대한 중요한 법리를 다루고 있습니다.
1. 조건과 기한의 구별: 민법 제147조(조건성취의 효력)와 제152조(기한도래의 효력) 등 관련 법리에서는 법률행위의 부관이 '정지조건'인지 '불확정기한'인지에 따라 그 효력이 달라집니다. 정지조건은 조건이 성취되어야만 법률행위의 효력이 비로소 발생하지만, 불확정기한은 기한이 도래하면 법률행위의 효력이 발생하며, 기한이 도래하지 않더라도 그 사실이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확정되면 이행기가 도래한 것으로 봅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주택도시보증공사 혹은 시공자로부터 사업비를 대여하여 재원이 있을 시 용역비를 지급한다'는 조항을 정지조건이 아닌 불확정기한으로 보았습니다. 즉, 피고가 사업비를 대여하여 재원을 마련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된 시점(조합이 공동시행계약을 해지하고 피고가 소송을 제기하여 해지가 다투어지게 된 무렵)에 용역비 지급의 '불확정기한'이 도래한 것으로 판단하여 피고의 지급 의무가 발생했다고 본 것입니다. 이는 용역업무가 이미 이행되었음에도 피고의 재원 마련이라는 불확실한 사정으로 인해 채권자가 언제까지나 용역비를 받지 못하는 불합리한 상황을 방지하고자 하는 취지입니다.
2. 중복 제소 금지 원칙: 민사소송법상 동일한 소송물에 대해 중복하여 소를 제기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금지됩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는 별소로 대여금 청구 소송을 진행하면서 동시에 그 대여금 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는 상계 항변을 제출했습니다. 법원은 이러한 행위가 실질적으로 심리가 중복되어 소송 경제에 반하고, 판결이 모순·저촉될 우려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중복 제소 금지 원칙을 유추 적용하여 피고의 상계 항변을 각하했습니다. 이는 소송 절차의 효율성과 판결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중요한 원칙입니다.
계약에서 대금 지급 조건으로 '사업비 대여 시'와 같이 불확실한 사실의 발생을 명시할 경우, 해당 조항이 단순히 지급 시기를 정한 것인지 아니면 조건이 충족되어야만 채무가 발생하는 '정지조건'인지를 계약서에 명확히 기재해야 합니다. 특히, 용역 제공과 같이 한쪽 당사자가 이미 자신의 의무를 이행한 상황이라면, 대금 지급 지연은 중요한 분쟁의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재원 마련과 같은 불확실한 사정을 지급 조건으로 할 때는 예상되는 최장 기간이나 대체 지급 방식 등을 함께 고려하는 것이 좋습니다. 사업 진행에 차질이 생겨 대금 지급이 어려워질 경우, 관련 당사자들에게 즉시 상황을 공유하고 지급 계획을 재조정하거나 채무 이행 보증 방법을 논의하는 등 적극적인 자세로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동일한 채권을 가지고 별도로 소송을 제기한 상태에서 해당 채권을 다시 상계 항변으로 주장할 경우, 중복 소송으로 보아 항변이 각하될 수 있으므로 소송 전략을 신중하게 세워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