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
대구 소재 택시회사인 피고 AB 주식회사는 '정액사납금제' 방식으로 택시운전근로자들에게 임금을 지급해왔습니다. 이 방식은 운전수입금 중 고정된 '사납금'을 회사에 납부하고, 나머지는 운전수당으로 운전기사가 가지며, 회사로부터는 고정급을 받는 형태입니다. 2009년 최저임금법 개정으로 택시 운전근로자의 최저임금 산정 시 '생산고에 따른 임금'(사납금 외 초과 운송수입금)은 제외되고 오직 고정급만으로 최저임금을 맞춰야 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피고 회사는 2013년부터 2019년까지 노동조합과의 단체협약을 통해 소정근로시간(합의된 근무 시간)을 실제 근무 형태의 변경 없이 점차 단축하였습니다. 이는 형식적으로 시간당 고정급을 높여 최저임금법 위반을 회피하려는 의도로 보였습니다. 이에 택시 운전근로자 및 퇴직 운전근로자 27명(원고들)은 이러한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최저임금법의 강행규정을 잠탈하기 위한 무효인 탈법행위라고 주장하며, 종전의 소정근로시간(1일 6시간 40분)을 기준으로 산정된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임금 차액을 회사에 청구하였습니다. 법원은 원고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무효라고 판단하고, 피고 회사가 원고들에게 최저임금 미달액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이 분쟁은 2007년 최저임금법 개정으로 인해 택시 운전근로자의 최저임금 산정 방식이 변경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개정된 법률은 '생산고에 따른 임금'(예: 사납금을 제외한 초과 운송수입금)을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임금 범위에서 제외하도록 규정했습니다. 이는 운전근로자들이 받는 고정급이 최저임금 수준 이상이 되도록 보장하려는 목적이었습니다. 피고 회사는 이 법률이 2009년 대구 지역에 시행된 이후, 고정급 인상에 대한 부담을 느꼈습니다. 이에 2013년부터 2019년까지 회사와 노동조합은 단체협약을 통해 택시 운전근로자들의 1일 소정근로시간을 종전의 6시간 40분에서 최대 2.8603시간까지 순차적으로 단축했습니다. 그러나 실제 운전근로자들의 근무 형태나 운행 시간은 변경되지 않았습니다. 원고들은 이러한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실제로는 최저임금 산정의 기준이 되는 시간당 고정급의 외형상 액수를 높여 최저임금 미달을 회피하려는 편법적인 시도였으며, 이는 최저임금법을 잠탈하는 행위로 무효라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피고 회사는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운전근로자 측의 요구에 따라 초과 운송수입금을 늘려 실질 임금을 향상시키기 위한 목적이었으며, 원고들의 청구는 신의칙에 위배된다고 반박했습니다. 또한 회사의 재정적 어려움도 주장하며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법원은 원고들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이 판결은 택시 운전근로자의 임금체계에서 최저임금법의 강행규정 준수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명확히 보여줍니다. 사용자와 노동조합 간의 합의라 할지라도, 법으로 정한 최저임금 기준을 잠탈하려는 시도는 무효가 될 수 있음을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특히, 소정근로시간을 형식적으로 단축하는 편법은 통용될 수 없으며, 미달 임금에 대한 사용자(회사)의 지급 의무가 강하게 인정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나아가 회사의 경영상 어려움이나 노사 합의의 자율성만으로는 최저임금법이라는 강행규정의 효력을 무력화할 수 없다는 법리를 재확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