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타 금전문제 · 노동
원고 A는 피고 주식회사 B의 직원 D와 선별기 개조 및 완성품 제작 계약을 체결하고 물품을 인도한 후 용역대금 12,556,500원 및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청구하였습니다. 원고는 D에게 계약 체결에 대한 유권대리권이 있거나, 없더라도 표현대리가 성립한다고 주장했습니다. 1심은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으나, 2심 법원은 D가 피고를 대리할 권한이 없었으며 표현대리가 성립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하여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이로써 소송 총비용은 원고가 부담하게 되었습니다.
원고 A는 2020년 3월 15일경 피고 주식회사 B의 기술이사 직함을 사용하던 D와 선별기 개조 및 완성품 제작 계약을 체결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계약에 따라 원고는 2020년 8월경 피고에게 치폐선별기 내지 그 부품(이 사건 물품) 등을 인도하였고, 이에 대한 용역대금 12,556,500원과 지연손해금을 피고에게 청구했습니다. 하지만 피고는 D가 계약을 체결할 권한이 없었다고 주장하며 대금 지급을 거부했고, 피고의 대표이사는 2020년 8월 말경 원고에게 인도된 물품을 회수해 갈 것을 요청했습니다. 원고는 D에게 피고를 대리하여 계약을 체결할 포괄적 권한이 있었거나, 적어도 피고가 D에게 부여한 기본대리권을 넘어선 표현대리가 성립하여 피고에게 대금 지급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피고의 근로자 D가 피고를 대리하여 원고와 선별기 개조 및 완성품 제작 계약을 체결할 유권대리권이 있었는지 여부. 설령 D에게 유권대리권이 없었더라도, 민법 제126조의 권한을 넘은 표현대리가 성립하여 피고가 계약상 책임을 져야 하는지 여부.
제1심판결은 취소되었으며, 원고의 청구는 기각되었습니다. 소송 총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결정되었습니다.
법원은 피고의 근로자 D에게 원고와 계약을 체결할 유권대리권이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D가 피고의 기술이사 직함을 사용하고 일부 업무를 담당했더라도, 원고가 피고의 등기부등본을 확인하지 않았고, 피고 대표이사에게 계약 관련 발주나 대리권 유무를 확인하지 않은 점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할 때 표현대리가 성립한다고 볼 정당한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원고의 피고에 대한 용역대금 지급 청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민법 제126조 (권한을 넘은 표현대리)에 따르면, 대리인이 그 권한 외의 법률행위를 한 경우에 제삼자가 그 권한이 있다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본인은 그 행위에 대하여 책임이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권한을 넘은 표현대리가 성립하려면 자칭 대리인이 본인을 위한다는 의사를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표시하거나 대리의사를 가지고 권한 외의 행위를 하는 경우에 상대방이 자칭 대리인에게 대리권이 있다고 믿고, 그렇게 믿는 데 '정당한 이유'가 인정되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여기서 '정당한 이유'는 대리행위가 이루어질 때 존재하는 모든 사정을 객관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합니다. 법원은 D가 피고의 기술이사 직함을 사용했더라도, 원고가 피고의 법인 등기부등본을 확인하지 않아 D가 이사가 아님을 쉽게 알 수 있었던 점, 계약 관련 견적서나 발주서 등을 피고에게 직접 요청하거나 보내지 않은 점, 피고 대표이사에게 D의 대리권 유무나 계약 체결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점, 이전 거래에서 피고가 발주서 없는 제작 계약에 이의를 제기하며 추후 공식 서류를 요구했던 전례가 있었음에도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은 점 등을 종합하여 원고에게 D에게 계약 체결 권한이 있다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없었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유권대리의 경우 대리권 존재에 대한 증명책임은 대리권 존재를 주장하는 자에게 있는데,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D에게 계약을 체결할 대리권이 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보았습니다.
계약 체결 시에는 상대방의 대리권 유무를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상대방이 회사의 직함을 사용하더라도 법인 등기부등본을 통해 이사 등 공식적인 직위 여부를 확인하고, 해당 직함이 실제로 계약 체결 권한을 의미하는지 회사의 공식적인 절차(대표이사 승인, 발주서 등)를 통해 다시 한번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메일이나 유선 통화 등으로 견적서 송부나 발주서 요청 등 공식적인 기록을 남기는 것이 추후 분쟁 발생 시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회사와 공식적인 첫 거래를 하는 경우나 중요한 계약을 체결할 때는 반드시 회사 대표이사 등 최종 의사결정권자와 직접 소통하여 계약 내용 및 대리권 유무를 확인하는 것이 안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