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협박/감금
피고인 A는 H지회 지회장, 피고인 B는 M분회장으로 재직하던 중 신규 조합원들에게 의무적으로 적용되던 1년의 대기기간을 면제해주는 조건으로 매월 200만 원씩을 받기로 계획했습니다. 피고인들은 피해자 O로부터 총 2,080만 원, 피해자 T로부터 총 1,200만 원을 갈취한 혐의로 공소제기되었고, 피고인 A는 피해자 T에게 별도의 술값을 요구하여 430만 원을 갈취한 혐의도 추가되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피고인들에게 공갈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모두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N노총 타워크레인 H지회는 신규조합원에게 6개월에서 12개월의 가입 대기 기간을 두는 운영 방침이 있었습니다. 이 기간 동안 신규조합원은 현장에 투입되기 어려워 수입을 얻기 힘들었습니다. 2013년 10월경 건설 현장이 증가하자 H지회는 신규조합원 등이 월 200만 원을 납부하면 대기기간을 면제하고 즉시 현장에 투입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마련했습니다. 피고인들은 이 제도를 설명하며 피해자들에게 금원 납부를 요구했습니다. 피해자들은 피고인들이 대기기간 면제 명목으로 금원을 요구하며 돈을 내지 않을 경우 불이익을 줄 것처럼 행동하여 자신들이 겁을 먹고 금원을 지급하게 되었다고 주장하며 고소했고, 이에 피고인들은 공갈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피고인들이 노동조합 신규조합원에게 대기기간 면제 조건으로 금원을 요구하고 수령한 행위가 형법상 공갈죄의 구성요건인 '해악의 고지'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피해자들이 주장하는 불이익이 조합의 정당한 운영 방침에 따른 것인지 아니면 부당한 강요에 의한 것인지 여부입니다.
피고인 A와 B는 각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법원은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했습니다.
법원은 피고인들이 피해자들에게 '대기기간 동안 현장에 투입되지 않을 것인지, 월 200만 원을 내고 대기기간을 면제받을 것인지'를 선택하게 한 행위가 공갈죄의 '해악 고지'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피해자들이 현장에 투입되지 못하는 불이익은 조합의 기존 운영 방침에 따른 것이고, 월 200만 원 요구를 거절하여 발생한 새로운 불이익이나 부당한 불이익으로 볼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피고인들이 조직 생활을 어렵게 하겠다는 등 명시적인 해악을 고지했다고 보기 어렵고, 피해자들의 진술에 시간적 간격으로 인한 오류 가능성 및 일관성 부족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피고인 A의 단독 범행 혐의에 대해서도 피해자 진술의 일관성이 부족하고 그 경위를 납득하기 어렵다고 보아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판단하여 최종적으로 피고인들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공갈죄는 사람을 공갈하여 재물을 교부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경우에 성립합니다 (형법 제350조). 여기서 '공갈'이란 상대방에게 공포심을 일으킬 만한 해악을 고지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그러나 단순히 어떤 조건을 제시하고 그에 따르지 않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불이익을 설명하는 것만으로는 공갈죄가 성립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본 판례에서 법원은 피고인들이 신규조합원들에게 '대기기간을 가질지, 월 200만 원을 내고 대기기간을 면제받을지' 선택하게 한 것은, 조합 운영 방침에 따른 기존의 불이익(대기기간 동안 현장 투입 불가)을 설명한 것이지, 돈을 내지 않을 경우 조합 운영 방침을 넘어선 새로운 부당한 불이익을 줄 것처럼 해악을 고지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피고인들의 행위는 공갈죄의 핵심 요소인 '해악의 고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범죄가 되지 아니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 또한, 피고인 A의 단독 범행에 대해서는 피해자 진술의 일관성 부족 등을 이유로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 형법 제58조 제2항은 무죄 판결 시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으면 판결 요지를 공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본 판결에서도 무죄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도록 했습니다.
노동조합이나 기타 조직에서 발생하는 금전적 요구 사항에 대해서는 그 목적과 근거 규정을 명확히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가입이나 특정 혜택과 연관된 금원 납부의 경우, 해당 규정이 조합 내부적으로 공식화된 절차를 거쳐 확정되었는지, 그리고 모든 조합원에게 투명하게 공개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신에게 제시된 선택지(예: 대기기간을 가질지, 돈을 내고 면제받을지)가 실제로 공정한 선택의 기회인지, 아니면 특정 선택을 강요하는 형태인지 신중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만약 조직의 요구가 부당하다고 느껴지거나 강요에 의해 금원을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관련 증거(대화 녹취, 문자 메시지, 영수증, 송금 기록 등)를 확보하고 즉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좋습니다. 조합의 운영 방침에 의해 발생하는 불이익과 개인이 특정 요구를 거절함으로써 발생하는 새로운 불이익을 구분하여 인지해야 합니다. 전자는 조직의 정당성 문제로 귀결될 수 있으나 후자는 공갈죄 등 형사상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