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택시 운수 회사가 최저임금법 개정 이후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한 고정급만으로 최저임금을 맞춰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자, 실제 근무 형태나 운행 시간은 그대로 유지한 채 노사 합의를 통해 소정근로시간을 형식적으로 단축했습니다. 이에 택시 운전 근로자들은 단축된 소정근로시간 합의가 최저임금법의 강행규정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로 무효라고 주장하며 미지급된 최저임금액의 지급을 청구했습니다. 법원은 단축 합의가 무효이며, 회사는 운전 근로자들에게 종전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산정한 미지급 최저임금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피고 회사는 택시운수업을 영위하며 원고들을 택시기사로 고용하여 정액사납금제를 통해 임금을 지급했습니다. 2007년 최저임금법이 개정되어 2010년 7월 1일부터 택시운전근로자의 최저임금 산정 시 생산고에 따른 임금(초과운송수입금)이 제외되게 되자, 회사는 고정급만으로 최저임금을 지급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이에 피고 회사는 2011년 노동조합과 합의하여 실제 근무 형태는 변경하지 않은 채 격일제 근무 근로자의 소정근로시간을 기존 1일 10시간에서 1일 4시간으로 단축했습니다. 그러나 원고들은 이 단축 합의가 최저임금 미달을 피하기 위한 탈법적인 행위이므로 무효라고 주장하며, 종전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계산한 미지급 최저임금액의 지급을 요구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회사가 최저임금법을 회피할 목적으로 실제 근무 형태는 유지한 채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기로 노사 합의를 한 것이 유효한지 여부와, 만약 무효라면 어떤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최저임금을 산정해야 하는지, 그리고 회사의 신의성실의 원칙 위반 주장 및 상계 항변이 받아들여질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피고 회사의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최저임금법 강행규정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로서 무효라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최저임금 산정을 위한 소정근로시간은 종전 임금협정에서 정한 1일 10시간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피고 회사의 신의성실의 원칙 위반 주장 및 상계 항변은 모두 이유 없다고 기각하고, 피고는 원고들에게 미지급 최저임금 및 청구 기간별 지연이자(2021. 11. 25.까지 연 6%,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를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이 사건 판결은 택시 운수 업계에서 관행적으로 이루어졌던 최저임금법 회피를 위한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법적으로 무효임을 명확히 하고, 근로자들의 정당한 최저임금 권리를 보장하는 중요한 선례가 되었습니다. 형식적인 노사 합의를 통해 강행법규의 취지를 무력화하려는 시도는 허용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최저임금법 제6조 제1항 및 제3항: 사용자는 최저임금액 이상의 임금을 근로자에게 지급해야 하며, 최저임금액에 미치지 못하는 임금을 정한 근로계약의 부분은 무효가 되고 최저임금액과 동일한 임금을 지급하기로 한 것으로 간주됩니다.
최저임금법 제6조 제5항 (이 사건 특례조항): 2007년 개정된 최저임금법에 따라 택시 운전 근로자의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임금의 범위에서 '생산고에 따른 임금'(초과운송수입금)이 제외되었습니다. 이 조항의 입법 취지는 택시 운전 근로자의 안정된 생활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함이므로, 형식적인 소정근로시간 단축을 통해 이를 회피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8호 및 제50조: 근로기준법은 기준근로시간(1주 40시간, 1일 8시간)을 정하고, 그 범위 내에서 근로자와 사용자가 합의한 근로시간을 소정근로시간으로 규정합니다. 그러나 그 합의가 강행법규를 잠탈할 의도로 형식에 불과하다면 효력을 부정할 수 있습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33조 제1항 및 제2항: 단체협약에 정한 근로조건에 위반하는 취업규칙이나 근로계약의 부분은 무효이며, 무효가 된 부분은 단체협약에 정한 기준에 따릅니다. 단체협약이 실효되더라도 임금, 노동시간 등 개별 노동조건에 관한 부분은 근로계약의 내용으로 남아 유효하게 적용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 2019. 4. 18. 선고 2016다2451 전원합의체 판결: 이 판결은 정액사납금제 하에서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한 고정급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것을 회피할 목적으로 실제 근무 형태나 운행 시간의 변경 없이 소정근로시간만을 단축한 합의는 강행법규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로서 무효라고 판시했습니다.
신의성실의 원칙 (신의칙): 강행규정을 위반하여 무효인 노사 합의의 무효 주장이 신의칙에 위배된다는 주장은 원칙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이는 강행규정의 입법 취지를 몰각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예외적인 경우에 한하여 인정될 수 있으나, 근로자의 최저임금 미달액 청구가 회사의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한다는 사정만으로는 신의칙을 우선 적용할 특별한 사정으로 보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민법 제138조 (무효행위의 전환 법리): 법원은 단체협약이 무효일 경우, 무효행위 전환 법리를 전제로 당사자의 가정적 의사를 해석하여 새로운 소정근로시간을 확정하는 것이 아니라, 종전 단체협약상 소정근로시간 조항이 유효하게 근로관계를 규율한다고 보았습니다. 이는 집단적 노사 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한 판단입니다.
회사가 법률 개정 등으로 인해 근로자에게 지급해야 할 임금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실제 근무 형태나 운행 시간의 변경 없이 형식적으로만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노사 합의는 강행법규(최저임금법 등)의 적용을 회피하려는 탈법행위로 간주되어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 법원은 종전의 유효했던 근로시간 합의를 기준으로 임금 및 최저임금 미달액을 산정할 수 있습니다. 또한, 회사의 경영상 어려움은 일반적으로 근로자의 최저임금 청구를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되기 어렵습니다. 근로자는 자신의 임금명세서 등을 통해 실제 받은 임금과 법정 최저임금을 비교하여 미달액이 있는지 주기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며, 의문이 있는 경우 관련 자료를 준비하여 법률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