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근로자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임금피크제 적용 과정에서 임금이 제대로 지급되지 않았음을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한 사건입니다. 특히 피크임금 산정 시 시간외근무수당 누락과 임금지급률 변경에 따른 소급 삭감 여부, 그리고 청구권의 소멸시효 완성 여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법원은 피크임금 재산정에 따른 추가 임금과 지연손해금의 일부를 인정하면서도, 일부 청구는 소멸시효 완성으로 기각했습니다.
원고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임금피크제를 적용받는 근로자였습니다. 2017년 7월 5일 노사합의에 따라 임금피크제 대상자의 임금지급률이 변경되었는데, 이 과정에서 피고가 2017년 7월부터 12월까지의 임금지급률을 낮게 조정한 것이 소급 삭감에 해당하는지 문제가 되었습니다. 또한 피크임금 산정 시 시간외근무수당이 제대로 포함되지 않아 임금이 누락되었다고 주장하며 재산정을 요구했습니다. 이 외에도 과거의 임금 및 퇴직금 청구에 대해 소멸시효가 지났는지 여부도 다툼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이 사건은 이전에 진행된 소송과의 기판력 저촉 여부, 임금피크제 적용에 따른 임금지급률 변경이 소급 삭감에 해당하는지 여부, 피크임금 산정 시 누락된 시간외근무수당을 포함하여 피크임금을 재산정해야 하는지 여부, 그리고 청구된 임금 채권 중 일부가 소멸시효 완성으로 소멸되었는지 여부가 주요 쟁점이었습니다.
법원은 피고(국민건강보험공단)가 원고(A)에게 625,74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2018년 7월 15일부터 2023년 7월 4일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원고의 나머지 청구는 기각되었고, 소송비용은 원고가 90%, 피고가 10%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법원은 이 사건 소송이 기존 소송과 소송물이 다르므로 기판력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임금지급률 변경이 이미 확정된 임금을 소급하여 삭감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하지만 피크임금 산정 시 누락된 시간외근무수당은 재산정하여 포함해야 한다고 판단하여, 피고는 원고에게 재산정에 따른 추가 임금 및 중간정산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다만, 일부 추가 임금 채권 및 퇴직금 채권은 발생일로부터 3년이 도과하여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는 피고의 항변을 받아들였습니다.
이 판례에서는 여러 중요한 법률적 개념이 다루어졌습니다.
기판력 (Res Judicata): 법원의 확정된 판결이 가지는 구속력으로, 동일한 사건에 대해 다시 소송을 제기할 수 없게 하는 효력입니다. 이 사건에서는 종전 소송의 '소송물'(법률적 주장의 내용)과 이 사건 소송의 소송물이 서로 양립할 수 없는 별개의 청구권이므로 기판력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이는 동일한 당사자 간의 소송이라도 그 주장의 법적 근거나 내용이 다르면 새로운 소송이 가능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임금피크제 운영 규정 해석: 임금피크제 운영 규정상 '피크임금'과 '임금지급률'의 의미를 명확히 해석했습니다. '임금지급률 75%'는 연간 총 임금이 피크임금의 75%라는 의미일 뿐, 매월 지급되는 임금이 일률적으로 피크임금 월액의 75%여야 한다는 뜻은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과거 지급액을 고려하여 특정 월의 지급률을 조정한 것을 '소급 삭감'으로 보지 않았습니다. 이는 계약이나 규정의 문언을 넘어 실제 운영 방식과 목적을 고려한 해석입니다.
피크임금 재산정 및 통상임금의 범위: 피크임금 산정 시 포함되어야 할 시간외근무수당은 정당하게 계산된 금액을 의미하며, 통상임금 범위 적용 오류로 누락된 부분이 있더라도 이를 피크임금 산정에서 제외하기로 합의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근로자에게 불리한 임금 합의는 명확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는 법원 입장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임금채권 소멸시효 (근로기준법 제49조): 임금채권은 원칙적으로 3년간 행사하지 않으면 소멸시효가 완성됩니다. 이 판례에서 법원은 피크임금 재산정에 따른 일부 추가 임금 및 퇴직금 채권이 발생일로부터 3년이 지난 시점에서 청구되었으므로 소멸시효 완성으로 소멸했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사용자의 소멸시효 항변이 권리남용에 해당하거나 시효 이익을 포기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명확히 했습니다. 따라서 근로자는 임금 등 채권을 제때 행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임금피크제나 유사한 임금 조정 제도를 적용받는 경우, 계약 내용과 운영 규정을 면밀히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피크임금'과 같은 기준이 되는 임금의 산정 방식에 모든 수당이 제대로 포함되었는지, 그리고 임금지급률 변경 등 조정이 있을 때 소급 적용 여부를 정확히 이해해야 합니다. 임금 채권의 소멸시효는 일반적으로 3년이므로, 임금 미지급 사실을 인지했다면 최대한 빨리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고 필요한 법적 절차를 밟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전에 유사한 내용으로 소송을 진행했더라도, 청구하는 법적 근거가 다르다면 새로운 소송이 기판력에 저촉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