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
에어컨 설치기사가 전동드릴을 사용하여 에어컨 실외기를 설치하던 중, 전동드릴에서 발생한 불꽃이 건물 외벽 내부의 단열재(종이골판지)에 옮겨 붙어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이 사건으로 기소된 설치기사는 항소심에서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과 화재 발생의 예견 가능성은 인정되었으나, 원심에서 인정한 구체적인 손해배상액은 과장된 것으로 판단되어 재산상 손해 정도가 불분명하다고 보아 벌금 200만 원에 집행유예 1년이 선고되었습니다.
2018년 7월 16일 오전 7시 50분경, 에어컨 설치기사인 피고인 A는 경기도 남양주시에 있는 한 건물 1층에서 에어컨 실외기 설치를 위해 전동드릴로 건물 섀시 하단에 구멍을 뚫는 작업을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전동드릴의 열과 불꽃이 건물 외벽 내부에 있던 종이골판지 단열재에 옮겨 붙어 화재가 발생했고, 이로 인해 건물 외벽이 손상되었습니다. 검찰은 이 화재로 약 4,982만 원 상당의 수리비용이 발생했다고 주장하며 피고인을 업무상실화죄로 기소했습니다.
에어컨 설치기사에게 화재 예방을 위한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는지, 화재 발생을 미리 알 수 있었는지(예견가능성), 그리고 화재로 인한 건물 소훼 정도가 공소사실에 기재된 금액만큼인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항소심 법원은 피고인의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과 화재 예견 가능성을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원심에서 인정한 화재로 인한 건물 수리비용 약 4,982만 원은 피해자가 보험회사로부터 받은 보험금을 기준으로 산정되었고, 이 금액에 건물 수리와 무관한 가구 구입비, 운반비, 병원비 등이 포함되어 있어 정확한 건물 수리비용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결론적으로 피고인에게 벌금 200만 원을 선고하되, 1년간 형의 집행을 유예했습니다. (벌금을 납입하지 않을 경우 10만 원을 1일로 환산하여 노역장에 유치)
재판부는 에어컨 설치를 위한 천공작업 시 전동드릴에서 발생하는 열과 불꽃으로 화재가 발생할 위험이 있으므로, 작업자는 사전에 위험 요소를 확인하고 필요한 화재 예방 조치를 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벽면 내부에 가연성 물질이 있을 수 있음을 예상하고 작업을 했어야 하므로 화재 예견 가능성도 인정했습니다. 다만, 피해 규모는 공소사실에 기재된 금액보다 작거나 불분명하다고 판단하여 형량을 정할 때 이를 참작했습니다. 피고인이 초범이고 과실의 정도가 비교적 중하지 않으며, 화재 발생 직후 진화를 위해 노력한 점 등이 양형에 유리한 요소로 고려되었습니다.
이 사건은 업무상실화죄(형법 제171조, 제170조 제1항)에 해당합니다.
형법 제171조(업무상실화): 업무상 과실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제166조(일반건조물 등에 대한 방화)의 죄를 범한 자는 3년 이하의 금고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합니다.
형법 제170조 제1항(실화): 과실로 인하여 제166조 또는 제167조(공용건조물 등에 대한 방화)에 기재한 물건을 소훼한 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합니다.
형법 제166조 제1항(일반건조물 등에 대한 방화): 불을 놓아 사람이 주거로 사용하거나 사람이 현존하는 건조물, 기차, 전차, 자동차, 선박, 항공기 또는 광갱을 소훼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합니다.
업무상 주의의무 및 예견가능성: 업무상실화죄가 성립하려면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과 '화재 발생의 예견가능성'이 인정되어야 합니다.
천공 작업이나 용접 등 불꽃이나 열이 발생하는 작업을 할 때는 반드시 주변에 인화성 물질이 없는지 확인하고, 혹시 모를 화재에 대비해 소화 장비를 비치하는 등 철저한 화재 예방 조치를 해야 합니다. 특히 건물 벽면 내부와 같이 보이지 않는 공간에도 가연성 물질이 있을 수 있으므로, 항상 주의를 기울이고 필요한 경우 내부 재질을 확인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피해 발생 시 손해액을 산정할 때는 실제 재산 피해 복구에 소요되는 비용만을 명확히 구분하여 산정해야 하며, 보험금 지급 내역에 포함된 다른 항목(가구 구입비, 병원비 등)은 직접적인 건물 수리 비용으로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본인 과실이 있더라도 화재 발생 직후 진화를 위해 노력하는 등 신속하게 대응하는 것이 추후 형량 결정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