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망인 E의 배우자와 자녀들(원고들)은 망인이 자신이 운전하던 차량과 함께 울산항 해상으로 추락하여 사망하자, 피고 보험회사에 상해사망 보험금 지급을 청구했습니다. 피고는 망인의 사망이 고의적인 자살에 해당하여 보험금 지급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사망 사고의 '우연성'에 대한 입증책임은 보험금 청구자(원고들)에게 있다고 보았고, 망인이 유서를 남기거나 죽음을 암시하는 행동을 하지 않았다는 점만으로는 사고의 우연성을 증명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오히려 망인의 경제적 어려움, 업무와 무관한 항만 출입 정황, 비정상적인 차량 운행 행태 등을 종합할 때 사고의 우연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망인 E는 자신의 배우자(A)와 자녀들(B, C)을 수익자로 지정하여 총 4개의 상해사망 보험계약을 피고 보험회사와 체결했습니다. 2020년 5월 3일 오전 10시 15분경, 망인은 자신이 운전하던 포터 차량을 탄 채 울산항 석탄부두에서 해상으로 추락하여 사망했습니다. 이에 원고들은 망인의 사망이 보험계약상의 '상해사망'에 해당하므로 피고 보험회사는 원고 A에게 1,000만 원, 원고 B와 C에게 각각 1억 1,600만 원의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피고 보험회사는 망인이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자살)에 해당하여 보험금 지급 의무가 없다고 주장하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피보험자(망인)의 사망이 보험계약에서 정한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인한 상해사망'에 해당하는지 여부, 특히 사망 사고의 '우연성'이 인정되는지와 만약 우연성이 입증된다면 보험회사의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자살)에 해당하는지 여부 및 각 입증책임의 분배입니다.
법원은 원고들의 피고에 대한 보험금 지급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이는 피고 보험회사가 원고들에게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법원은 보험금 청구자(원고들)가 사고의 '우연성'을 입증할 책임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망인이 유서를 작성하거나 죽음을 암시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는 점만으로는 사고의 우연성이 합리적으로 수긍할 수 있을 만큼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오히려 망인이 사업상 심각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었던 점, 사고 당일 울산항에 업무와 관련 없는 목적으로 출입한 것으로 보이는 점, 차량이 정차된 후 급가속과 감속, 그리고 두 차례의 방향 전환을 반복하며 비정상적으로 해상으로 추락한 점, 차량 결함이나 졸음운전의 가능성이 낮다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볼 때, 원고들이 주장하는 우연한 사고 발생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따라서 망인의 사망이 우연한 사고로 인한 것이라는 점이 입증되지 않았으므로 보험금 지급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이 사건 각 보험계약의 보통약관에서는 '상해'를 '보험기간 중 발생한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신체에 입은 상해'로 정의하며,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를 보험금 지급을 하지 않는 사유(면책 사유)로 정하고 있습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인보험계약에서 담보되는 보험사고의 요건 중 '우연한 사고'는 피보험자가 예측할 수 없는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서 고의가 아니고 예견치 않았는데 우연히 발생하여 통상적인 과정으로는 기대할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오는 사고를 의미합니다. 이러한 사고의 우연성 내지 우발성에 대한 입증책임은 보험금 청구자(원고)에게 있습니다. 보험금 청구자는 피보험자가 예견하지 않은 우연한 기회나 기대할 수 없는 과정을 통해 사고 발생이 가능하다는 점을 합리적으로 수긍할 수 있을 정도로 증명해야 합니다. 한편, 보험 약관에서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를 면책 사유로 규정하고 있는 경우, 보험자(피고)가 보험금 지급책임을 면하기 위해서는 위 면책 사유에 해당하는 사실(자살)을 입증할 책임이 있습니다. 이 경우 자살의 의사를 밝힌 유서 등 객관적인 물증이 없더라도, 일반인의 상식에서 자살이 아닐 가능성에 대한 합리적인 의심이 들지 않을 만큼 명백한 주위 정황사실을 입증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원고들이 사고의 우연성 입증책임을 다하지 못했다고 보아, 피고의 면책 사유 입증 여부까지 판단하지 않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상해사망 보험금을 청구할 때는 사고가 '우연한 사고'였음을 명확하게 입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단순히 유서가 없거나 죽음을 암시하는 언행이 없었다는 사실만으로는 사고의 우연성을 증명하기에 부족할 수 있습니다. 사고 발생 전 피보험자의 경제적 상황, 심리 상태, 사고 당일의 행적, 통신 기록, 차량 운행 기록(블랙박스, 운행 분석 데이터 등), 사고 현장의 특성, 차량의 기계적 결함 여부 등 모든 객관적인 증거들을 수집하고 제시하여 사고의 우연성을 합리적으로 수긍할 수 있도록 증명해야 합니다. 특히, 차량의 급가속, 급감속, 방향 전환 등 비정상적인 운행 기록이 있는 경우 자살 의도가 없었음을 증명하기 매우 어려울 수 있으므로, 이러한 상황에 대한 명확한 설명을 준비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