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혼
타이어 제조 공장에서 벤젠 함유 물질에 장기간 노출되어 골수형성이상증후군으로 사망한 직원의 배우자가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법원은 벤젠 사용 이력이 있는 첫 번째 회사에 대해 안전배려의무 위반을 인정하여 3천만 원의 위자료 지급을 명령했으나, 벤젠 미사용 및 안전 조치를 준수한 두 번째 회사에 대한 청구는 기각했습니다.
망인 D는 1979년부터 2000년까지 피고 B 주식회사 영등포공장에서 타이어 성형 공정을 담당하며 벤젠이 포함된 한솔에 노출되었습니다. 이후 2002년부터 2006년까지 피고 C 주식회사 시화공장에서 재생타이어 제조 공정을 담당했습니다. 2016년부터 건강 이상을 느껴 치료받다가 2018년 6월 골수형성이상증후군 진단을 받고 같은 해 9월 사망했습니다. 망인의 배우자인 원고 A는 남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라고 주장하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를 신청했고,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망인의 질병이 피고 B에서의 벤젠 노출과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정하여 유족급여 등으로 합계 184,692,120원을 지급받았습니다. 이에 원고 A는 피고 B와 피고 C 두 회사 모두에게 망인의 생명과 신체 보호를 위한 안전배려의무 위반으로 인한 정신적 손해 1억 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회사가 유해물질에 노출되는 작업 환경에서 근로자의 안전을 보호해야 할 의무를 다했는지, 그리고 그 의무 위반이 근로자의 질병 발생 및 사망의 원인이 되었는지 여부
재판부는 피고 B 주식회사가 망인 D가 약 20년간 벤젠에 노출되도록 방치하고 적절한 보호 장비 지급이나 안전 교육, 환기 시설 확보 등 안전배려의무를 소홀히 한 과실을 인정했습니다. 이 과실이 D의 질병 발병과 사망의 원인이 되었다고 보아 피고 B에 대해 3천만 원의 위자료 지급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반면 피고 C 주식회사에 대해서는 벤젠 함유 물질을 사용하지 않았고, 작업장 벤젠 수치가 노출 기준에 훨씬 미달했으며, 보호 장구 지급과 정기 건강검진 등 안전 조치를 준수했다고 판단하여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고 보아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이 사건은 고용주가 근로자의 생명, 신체,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안전배려의무' 또는 '보호의무'를 위반했는지가 핵심 쟁점이었습니다. 이는 민법 제750조의 불법행위 책임과 관련됩니다. 민법 제750조는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사용자는 근로계약에 따라 근로자의 안전과 건강을 보호할 부수적인 의무를 지는데, 이를 위반하여 근로자에게 재해가 발생하면 불법행위 책임을 지게 됩니다. 법원은 피고 B 주식회사가 벤젠이라는 유해물질을 사용하는 작업장에서 적절한 환기 시설을 갖추지 않고, 보호 장구(코팅장갑, 방독면 등)를 지급하거나 착용을 감독하지 않았으며, 유해물질의 위험성에 대한 교육을 제대로 실시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안전배려의무 위반의 '과실'을 인정했습니다. 또한, 망인이 과거 병력이 없고 다른 원인을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벤젠 노출 작업 환경에서 근무한 것이 질병 발병의 원인이 되었다는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했습니다. 특히 벤젠은 저농도에 장기간 노출되어도 질병을 유발할 수 있는 '역치효과'가 없는 발암물질이라는 점이 인과관계 인정에 중요한 근거가 되었습니다. 반면 피고 C 주식회사에 대해서는 벤젠이 포함된 물질을 사용하지 않았고, 노출 기준을 훨씬 밑도는 벤젠 수치, 적절한 방지 시설, 보호 장구 지급 및 감독, 정기 건강검진 등 안전 조치를 성실히 수행했다고 보아 과실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이는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측에서 사용자의 과실 존재를 입증해야 한다는 입증책임 원칙에 따라, 원고가 피고 C의 과실을 증명하지 못했다고 본 것입니다.
유해물질 노출로 인한 질병 발생의 경우, 해당 물질에 노출된 기간과 작업 환경의 유해성 정도를 명확히 입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벤젠과 같이 '역치효과'가 없는 발암물질은 낮은 농도에 장기간 노출되더라도 질병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과거의 작업 기록, 당시의 유해물질 사용 여부, 안전 장비 지급 여부, 환기 시설 유무, 안전 교육 실시 여부 등을 상세히 확인해야 합니다. 질병 발생 시점과 해당 유해물질 노출 시점 사이에 시간적 간격이 있더라도, 다른 특별한 질병 원인이 없는 경우 업무상 인과관계가 인정될 수 있으므로 관련 자료를 잘 보관해야 합니다. 산업재해로 인정되어 보상을 받았더라도, 회사 측의 안전배려의무 위반이 인정된다면 별도로 위자료 등 정신적 손해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