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 임금피크제 도입에 따른 미지급 임금 청구 사건

한국토지주택공사(피고)의 전문직원들(원고들)이 2015년 1월 30일 개정된 임금피크제 규정(이 사건 임금피크제 규정)이 근로조건을 불이익하게 변경하면서 적법한 동의 절차를 거치지 않아 무효이므로, 감액된 임금 차액을 지급하라고 청구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이 사건 임금피크제 규정이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에 해당한다고 보았으나, 동의 주체의 범위와 집단적 의사결정 방식에 의한 과반수 동의가 적법하게 이루어졌다고 판단하여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들(항소인): 한국토지주택공사에서 1급, 2급 직원으로 근무하다 전문직원으로 전환되어 2015년 당시 전문직원으로 근무한 1957년 내지 1958년생 직원들
• 피고(피항소인): 국민의 주거생활 향상과 국토의 효율적인 이용을 목적으로 설립된 공법인인 한국토지주택공사

분쟁 상황

한국토지주택공사는 공공기관으로서 기획재정부의 임금피크제 도입 권고와 고령자고용법에 따른 정년 60세 연장 시행(2016년 1월 1일)을 앞두고 인건비 부담 가중이 예상되었습니다. 또한, 1급과 2급 직급의 현원 초과로 인한 인건비 초과 지출로 2013년도 경영평가 C등급, 2014년도 D등급을 받아 상여금 지급액이 축소되거나 불투명해졌고, 2014년 12월분 월급의 일부를 직원들이 반납해야 하는 상황까지 발생했습니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고 경영평가 B등급 이상을 받기 위해 피고는 2015년 1월 30일 전문직원의 임금지급률을 일부 인하하는 내용으로 임금피크제 규정을 개정했습니다. 이에 대해 기존 전문직원들인 원고들은 개정된 임금피크제 규정이 근로조건을 불이익하게 변경하면서 근로기준법상 요구되는 적법한 동의 절차를 거치지 않아 무효라고 주장하며, 종전 규정에 따라 지급받았어야 할 2015년도 미지급 임금 차액을 청구했습니다.

핵심 쟁점

1. 개정된 임금피크제 규정이 근로조건을 불이익하게 변경한 취업규칙 변경에 해당하는지
2.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에 필요한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가 적법하게 이루어졌는지 (동의 주체의 범위 및 집단적 의사결정 방식의 적법성)
3. 이 사건 임금피크제 규정에 대한 근로자 동의가 퇴직 후 계약직 재채용을 전제로 한 것이며, 재채용이 무산될 경우 동의의 효력이 없는지
4.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취업규칙과 별개로 적용되는 개별 근로계약이 존재하여 임금피크제 규정이 원고들에게 적용되지 않는지

법원의 판단

원고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항소 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결론

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1.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 여부: 이 사건 임금피크제 규정은 전문직원 재고용 근거 조항을 신설했으나 재고용 여부가 피고의 재량에 따라 결정되며 감액된 임금 보전이 확정되지 않았으므로, 종전 규정보다 전문직원의 근로조건을 불이익하게 변경한 것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2. 동의 주체의 범위: 피고의 전문직원과 일반직원은 하나의 근로조건 체계 내에 있으며, 일반직원들도 장차 전문직원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으므로, 개정 당시의 전문직원뿐만 아니라 일반직원을 포함한 전체 직원이 동의 주체가 된다고 판단했습니다.
3. 집단적 의사결정 방식에 의한 과반수 동의 여부:
   • 기획재정부의 임금피크제 도입 권고, 피고의 경영평가 등급 하락 및 인건비 초과 지출 문제, 고령자고용법 개정으로 인한 정년 연장 등 복합적인 배경 속에서 전체 직원들이 임금 조정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 피고의 노동조합들은 조합원으로부터 위임을 받아 임금반납분 보전과 전문직 제도 개선을 통한 재원 마련을 요구했습니다.
   • 피고는 전문직원 및 일반직원들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개최하여 제도 개선방안을 설명하고 전문직원들의 제언사항을 일부 반영했습니다.
   • 두 노동조합은 각 지부장 회의를 통해 개정안을 논의하고 조합원들로부터 '동의권 위임장'을 제출받았으며, 노동조합원이 아닌 직원들도 개별 동의서를 제출했습니다.
   • 총 3,479명의 근로자가 동의하여 전체 직원 6,360명의 과반수(52.7%) 동의를 확보했습니다. 법원은 이러한 과정이 근로자들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른 집단적 의사결정 방식으로 이루어졌다고 보았습니다.
4. 동의가 재채용을 전제하는 것인지 여부: 이 부분은 제1심판결의 이유와 같다고 인용했으며, 재채용이 임금피크제 규정 동의의 확정적인 전제 조건은 아니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5. 개별 근로계약 존재 여부: 원고들은 입사 당시 피고의 급여 규정에 따라 임금을 정하고 이후 취업규칙 등 보수 규정 개정 내용에 따라 임금을 지급받았으므로, 임금 관련 근로조건은 이 사건 임금피크제 규정에 연동하여 변경되었다고 보았습니다. 취업규칙과 다른 내용의 개별 근로계약이 존재한다는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들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1.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사용자가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하는 경우,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과반수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본 사건에서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 규정이 전문직원들에게 불이익한 변경으로 인정되었으므로, 적법한 동의 절차를 거쳤는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법원은 동의 주체의 범위와 집단적 의사결정 방법을 판단하는 데 이 조항을 적용하여, 전체 직원 과반수의 동의가 적법하게 이루어졌다고 보았습니다.
2. 고용상 연령차별 금지 및 고령자 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고령자고용법) 제19조 (정년): 이 법률은 사업자로 하여금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하도록 규정하며, 공공기관에 대해서는 2016년 1월 1일부터 이를 시행하도록 했습니다. 한국토지주택공사는 이 법률 개정으로 정년 연장에 따른 인건비 부담이 예상되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임금피크제 규정 개정을 추진하게 되었습니다.
3.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제4조: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이 법률의 적용을 받는 공공기관임을 명시하는 조항으로, 공공기관으로서의 법적 지위와 그에 따른 각종 규제의 적용 배경을 설명합니다.
4. 민사소송법 제420조: 이 조항은 항소심에서 제1심 판결의 이유를 원용(인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절차 규정입니다. 본 사건에서 항소심은 임금피크제 규정에 대한 동의가 재채용을 전제로 하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을 제1심 판결의 이유와 같다고 인용했습니다.

참고 사항

1.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의 기준: 근로조건에 불이익한 변경인지 여부는 단순히 특정 조항만 볼 것이 아니라, 재고용 조항이나 다른 보전 방안이 실제로 감액분을 보전해 주는지 등 전반적인 내용을 고려하여 판단됩니다. 잠재적 이익이 불확실하다면 불이익 변경으로 간주될 가능성이 큽니다.
2. 동의 주체의 범위: 취업규칙 변경이 일부 근로자 집단에 직접적인 불이익을 주더라도, 장차 다른 근로자 집단에게도 적용될 가능성이 있거나 근로조건 체계가 하나로 묶여 있다면 전체 근로자 집단이 동의 주체가 될 수 있습니다. 이는 회사 전체의 상황과 연계하여 판단될 수 있습니다.
3. 집단적 동의 절차의 중요성: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은 근로자들의 집단적 의사결정 방식에 의한 동의가 필수적입니다. 이때 사용자의 부당한 개입이나 간섭이 배제된 상태에서 근로자들이 충분히 의견을 교환하고 토론하여 스스로 결정할 기회가 실질적으로 보장되었는지가 중요합니다. 단순히 설명과 홍보에 그치는 것은 허용되지만, 강요로 비칠 정도의 개입은 동의의 효력을 무효화할 수 있습니다. 노동조합이 조합원으로부터 동의권을 위임받아 동의하는 것도 적법한 절차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4. 개별 근로계약의 효력: 근로계약 내용이 임금 등 특정 근로조건에 대해 회사 내부 규정(취업규칙, 급여규정 등)에 따른다고 명시되어 있다면, 해당 내부 규정이 적법하게 변경될 경우 개별 근로계약 내용도 그에 따라 변경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별도의 개별 합의가 없는 한 취업규칙 변경의 효력이 미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