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타 금전문제
원고 A는 자신이 소유했던 'E병원'의 부동산을 피고 B에게 매도하고, 당시 병원을 임차하여 운영 중이던 F 등에게는 임대차계약 만료일까지 'E병원' 상호를 사용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특약을 매매계약에 포함했습니다. 이후 피고 B는 F 등으로부터 'E병원'의 운영권을 양수받아 잠시 'E병원'이라는 상호를 사용하다가 'K병원'으로 변경했습니다. 이에 원고 A는 피고 B가 'E병원' 상호를 무단으로 사용하여 독점적·배타적 권리를 침해하고 부당이득을 취했으므로, 그에 대한 반환 또는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법원은 매매계약의 특약은 기존 임차인 F 등의 상호 사용을 보장하기 위한 취지였고, 원고 A는 2012년부터 해당 상호를 직접 사용하지 않았으며, 상호 사용을 허락한 이상 독점적 권리 침해나 손해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원고 A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원고 A는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아 직접 운영하던 'D신경정신과의원'을 'E병원'으로 상호 변경 후 운영하다가, 2012년경 F 등에게 임대했습니다. 2020년 11월 11일, 원고 A 등은 'E병원'이 위치한 부동산을 J에게 135억 원에 매도하기로 하는 매매계약을 체결했는데, 이때 매수인(J, 이후 피고 B로 변경)은 현 임차인의 임대차계약을 2022년 7월 29일까지 승계 및 보장하고, 'E병원' 상호는 임대차계약 만료일까지 사용 가능하며 이후에는 매도인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특약이 포함되었습니다. 이후 매수인이 J에서 피고 B로 변경되었고, 피고 B는 2021년 2월 25일 부동산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후, F 등과 'E병원' 운영권 양도양수계약을 체결하고 2021년 2월 26일 'E병원' 상호로 사업자등록을 했습니다. 피고 B는 잠시 'E병원' 상호를 사용하다가 리모델링 후 2021년 6월 14일 'K병원'으로 상호를 변경했습니다. 이에 원고 A는 피고 B가 'E병원' 상호를 무단으로 사용한 것이 특약 위반이자 독점적 권리 침해에 해당한다며, 2021년 2월 26일부터 2022년 7월 14일까지의 상호 사용에 대한 적정 임대료 해당액 229,072,823원 및 지연손해금의 부당이득 반환 또는 손해배상을 청구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피고 B가 매매계약 특약사항을 위반하여 'E병원' 상호를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원고 A의 상호 사용에 대한 독점적·배타적 권리를 침해하고 부당이득을 취했는지, 그리고 그로 인해 원고 A에게 손해가 발생했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원고 A의 청구를 전부 기각하고, 소송 비용은 원고 A가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매매계약 특약 제4항의 취지를 현 임차인 F 등이 기존 임대차계약 만료일인 2022년 7월 29일까지 'E병원' 상호를 사용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라고 해석했습니다. 원고 A는 2012년부터 'E병원' 상호를 직접 사용하여 영업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F 등에게 상호 사용을 허락했고 부동산을 매도했으므로, 적어도 2022년 7월 29일까지는 자신이 상호를 사용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보았습니다. 또한, 피고 B가 'E병원' 상호를 사용하게 된 것은 F 등과의 양도양수계약에 따른 것으로, 이는 특약의 취지에 반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원고 A에게 상호 사용에 관한 독점적·배타적 권리 침해가 있었다거나 손해가 발생했다고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므로, 부당이득반환이나 손해배상 의무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아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이 사건은 주로 민법상의 부당이득 반환 제도와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 그리고 상호 사용 권리에 대한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1. 부당이득반환 제도: 부당이득은 법률상 원인 없이 타인의 재산이나 노무로 인해 이득을 얻고 이로 인해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 그 이득을 반환하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침해부당이득의 성립 요건으로 침해자가 얻은 이익이 유상으로 부여되는 것인지, 그리고 그 이익이 권리자의 손실로 얻어진 것인지 여부를 중요하게 보았습니다 (대법원 2009다35903 판결, 2009다98706 판결 등 참조).
2. 임차물 무단 사용·수익에 따른 손해배상 및 부당이득: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임차물에 대한 사용·수익권을 설정해 주었다면, 임대차계약이 유효하게 존속하는 한 임대인은 임차인 아닌 제3자가 해당 임차물을 사용하더라도 그 제3자에게 불법점유를 이유로 한 손해배상이나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할 수 없습니다. 이는 임대인이 이미 임차인에게 사용·수익권을 주었기 때문에 본인이 해당 재산을 직접 사용·수익할 수 없게 되며, 그 대신 임차인으로부터 차임을 받을 권리만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임대인은 제3자의 사용으로 인해 자신이 입은 사용·수익권 침해에 따른 손해를 주장할 수 없습니다 (대법원 2023다296165 판결 참조).
3. 상표권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 상표권은 등록된 상표를 보호하는 권리입니다. 상표권이 침해되었다고 해서 무조건 상표권 사용료 상당액이 손해로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상표권자가 해당 상표를 실제로 영업에 사용하고 있었는데 침해가 발생했거나 구체적인 피해가 전제되어야 손해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만약 상표권자가 상표를 영업에 사용하지 않고 있거나, 다른 사람에게 전용사용권을 설정해 준 경우에는 상표권자에게 직접적인 손해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대법원 2002다33175 판결, 2014다59712, 59729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서는 상호권(병원 이름)에 이 법리가 유사하게 적용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상호나 상표 같은 무형 자산의 사용 권리는 부동산 매매나 사업 양도 시 매우 중요하므로, 계약서에 명확하게 규정해야 합니다. 특히, 기존 임차인이나 운영권자의 권리 범위와 새로운 소유자 또는 운영자의 권리 범위를 정확히 명시해야 불필요한 분쟁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부당이득 반환이나 손해배상을 청구할 때는 청구하는 측에서 실제로 손해를 입었음을 구체적으로 증명해야 합니다. 단순히 상대방이 이득을 얻었다고 해서 무조건 부당이득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며, 권리자가 해당 상호나 상표를 실제로 사용하지 않고 있었다면 손해 발생을 입증하기 더욱 어려울 수 있습니다. 또한, 계약서의 문구나 특약 사항의 해석을 두고 다툼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계약 당시의 상황과 계약 당사자들의 의사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해석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