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해 · 교통사고/도주
택시 운전사가 횡단보도에서 보행자를 충격하고도 아무런 조치 없이 현장을 이탈하여 도주치상 혐의로 기소된 사건입니다. 피고인은 사고 당시 충격을 인지하지 못했거나 고양이와 같은 작은 동물과 부딪힌 것으로 오인했다고 주장하며 도주의 미필적 고의를 부인했으나, 법원은 CCTV 영상, 피해자의 상해 정도, 사고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피고인에게 도주에 관한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하고 항소를 기각했습니다.
피고인 B는 새벽 6시경 택시를 운전하여 교차로에서 우회전하던 중, 횡단보도를 급히 건너던 20대 성인 남성 피해자를 조수석 문짝 부분으로 충격했습니다. 피해자는 충격으로 도로 바닥에 쓰러져 2분가량 고통을 호소했으며, 여러 부위의 표재성 손상, 경막상 출혈, 경추 및 어깨 관절 염좌 등의 상해를 입었습니다. 그러나 피고인은 사고 직후 택시의 속도를 줄이고 우측 백미러로 후방을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구호 조치 없이 현장을 그대로 이탈했습니다.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쿵' 소리가 났지만 고양이와 같은 동물과 부딪힌 줄 알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검사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치상) 혐의로 피고인을 기소했고, 1심 법원은 피고인에게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피고인은 이에 불복하여 사실오인(미필적 고의 부인) 및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했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피고인이 교통사고 발생 및 피해자 사상 사실을 미필적으로라도 인식하고도 구호 조치 없이 현장을 이탈하려는 '도주의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였습니다. 또한 원심에서 선고된 벌금 500만 원이 양형부당하게 무거운지에 대한 판단도 주요 쟁점이었습니다.
항소심 법원은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의 유죄 판단과 벌금 500만 원 형량을 유지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택시 운전 중 횡단보도에서 피해자를 충격했음에도 불구하고, 충돌을 감지하고도 즉시 정차하거나 내려서 확인하는 등의 구호 조치를 하지 않고 현장을 이탈한 행위에 대해 도주에 관한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고 보았습니다. 특히 사고 당시의 충격 강도, 택시 운전 경력, 현장 상황 등을 종합할 때 고양이와 부딪혔다는 피고인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양형에 있어서는 피고인이 피해자와 합의하고 초범이라는 점을 고려했으나, 죄질이 불량하고 2차 사고 위험을 초래했으며, 이전 교통범죄 전력이 있는 점 등을 종합하여 원심의 벌금 500만 원이 적정하다고 보았습니다.
이 사건은 주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3 제1항에서 규정하는 '도주치상' 죄와 관련된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이 법 조항은 사고 운전자가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에 따른 조치를 하지 않고 도주하여 피해자가 사상에 이른 경우 가중 처벌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도주'란 사고 운전자가 사고로 인해 피해자가 다쳤다는 사실을 인식했음에도 불구하고, 즉시 정차하여 구호 조치를 하지 않고 사고 현장을 떠나 사고를 낸 사람이 누구인지 알 수 없게 만드는 경우를 의미합니다. '사상 사실에 대한 인식'은 반드시 확정적일 필요는 없고 '미필적으로'라도 인식하면 충분합니다. 즉, 운전자가 사고로 사람이 다쳤을지도 모른다고 인식하면서도 그 가능성을 외면하거나, 조금만 확인했더라면 쉽게 사고 사실을 알 수 있었음에도 그러한 조치 없이 현장을 떠난 경우에도 도주의 고의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법원은 이러한 도주의 범의를 판단할 때 사고의 경위와 내용, 피해자의 상해 부위와 정도, 운전자의 과실 정도, 사고 운전자와 피해자의 나이 및 성별, 사고 후의 정황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합니다. 또한, 양형을 결정할 때는 형법 제51조에 따라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인의 연령, 성행, 환경, 범행 후의 정황 등을 종합적으로 참작합니다.
교통사고가 발생했을 때, 운전자는 충격이 경미하다고 느끼더라도 반드시 즉시 정차하여 사고 현장을 확인하고 피해자가 있는지, 있다면 구호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설령 사고로 사람이 다쳤을 가능성을 '미필적으로'라도 인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조치 없이 현장을 이탈하면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도주치상죄로 가중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차량과 무엇인가 부딪힌 소리가 들렸다면, 그것이 작은 동물인지 사람인지 명확히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며, 특히 횡단보도나 보행자 통행이 잦은 곳에서는 더욱 신중하게 대처해야 합니다. 사고 후 신속한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2차 사고의 위험이 커지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또한, 과거의 교통사고 전력이나 교통법규 위반 이력은 재판 시 양형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으므로 안전운전 습관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