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사고 후 운전자 바꿔치기 시도와 도피 방조 사건

피고인 A는 음주 상태로 운전 중 교통사고를 내어 피해자에게 상해를 입히고 차량을 손괴했습니다. 사고 직후 A는 지인 B에게 자신이 아닌 B이 운전한 것으로 허위 진술해달라고 부탁하여 B으로 하여금 허위 진술서를 작성하게 했습니다. 피고인 B은 A의 부탁에 따라 자신이 운전자라고 허위 진술하여 A를 도피하게 한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한편 A와 함께 술을 마시고 동승했던 피고인 C와 D는 A의 음주운전을 방조하고, 사고 현장에서 경찰에게 A가 운전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허위 진술하여 A의 범인도피를 도왔다는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법원은 A에 대해 음주운전 및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치상), 범인도피교사 혐의를 인정하여 벌금 1,50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그러나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치상) 및 도로교통법위반(사고후미조치) 혐의는 사고 후 구호 조치 등을 하지 않고 도주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무죄로 보았습니다. B에 대해서는 범인도피 혐의를 인정하여 벌금 20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C와 D에 대해서는 음주운전 방조 및 범인도피 혐의 모두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음주운전 방조 혐의는 적극적으로 음주운전을 용이하게 한 행위가 없다고 보았고, 범인도피 혐의는 경찰에 대한 허위 진술이 수사기관을 기만하여 범인 발견을 곤란하게 할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피고인 A: 음주운전 중 교통사고를 일으키고 지인에게 운전자 바꿔치기를 부탁한 당사자
• 피고인 B: A의 부탁을 받아 자신이 사고 차량을 운전했다고 허위 진술한 A의 지인
• 피고인 C: A와 함께 술을 마신 후 A가 운전하는 차량에 동승한 지인 (무죄 판결)
• 피고인 D: A와 함께 술을 마신 후 A가 운전하는 차량에 동승한 지인 (무죄 판결)
• 피해자 H: A가 운전한 차량에 의해 충격당한 그랜저 승용차의 운전자

분쟁 상황

2018년 6월 1일 오전 7시 40분경, 피고인 A는 혈중알코올농도 0.107%의 술에 취한 상태로 E 그랜드카니발 승합차량을 운전하던 중 천안시 서북구 G약국 앞 도로에서 전방 주시 태만으로 피해자 H이 운전하는 I 그랜저 승용차의 뒷 범퍼를 충격했습니다. 이 사고로 피해자 H은 약 2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경추의 염좌 및 긴장 등 상해를 입었고, 그랜저 승용차는 수리비 4,076,004원이 발생할 정도로 손괴되었습니다. 사고 직후 A는 지인 B에게 전화하여 자신이 음주운전을 했으니 B이 운전했다고 허위 진술하여 보험처리를 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B은 A의 요청에 따라 사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에게 자신이 운전자라는 허위 진술서를 작성하여 제출했습니다. 한편, 사고 당시 A의 차량에 동승하고 있던 C와 D는 A와 함께 술을 마셨고, C는 술에 만취한 상태였습니다. 이들은 경찰이 A가 운전했는지 묻자 A가 운전하지 않았고 모르는 사람이라고 허위 진술했다고 기소되었습니다.

핵심 쟁점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음주운전 사고 후 운전자 A가 도주치상 또는 사고 후 미조치 혐의가 성립하는지 여부. 둘째, A의 요청으로 운전자를 바꿔치기하려 한 B의 범인도피 혐의가 성립하는지 여부. 셋째, 동승자 C와 D가 A의 음주운전을 방조하고, 사고 후 경찰에게 허위 진술함으로써 범인도피를 도왔는지 여부.

법원의 판단

법원은 피고인 A에게 벌금 1,500만 원, 피고인 B에게 벌금 200만 원을 각각 선고했습니다. 또한, 벌금을 납입하지 않을 경우 10만 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노역장에 유치할 것을 명했으며, 각 벌금에 상당하는 금액의 가납을 명했습니다. 피고인 A에 대한 도로교통법위반(사고후미조치) 혐의는 무죄로,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치상) 혐의는 무죄로 판단하되, 동일성이 인정되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치상) 혐의는 유죄로 인정했습니다. 피고인 C와 D에 대해서는 모든 공소사실(음주운전 방조, 범인도피)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결론

법원은 음주운전으로 사고를 내고 지인에게 운전자 바꿔치기를 부탁한 A와 이를 따른 B에게 유죄를 인정했으나, 사고 후 조치와 도주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하여 특가법 위반 대신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치상)으로 죄를 확정했습니다. A의 동승자 C와 D는 음주운전 방조나 범인도피에 해당하는 적극적인 행위가 없었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이 판결은 범인도피죄와 음주운전 방조죄의 성립 요건, 특히 수사기관에 대한 허위 진술의 정도와 방조 행위의 적극성을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사건과 관련된 주요 법령과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1.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치상) 및 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 (피고인 A)​

   •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제3조 제1항 및 제2항 단서 제8호: 업무상 과실 또는 중대한 과실로 사람을 다치게 한 경우 처벌하며, 음주운전으로 사고를 낸 경우에는 피해자와 합의하더라도 공소 제기가 가능하도록 예외를 둡니다.
   • 형법 제268조 (업무상과실치상)​: 업무상 과실로 사람의 신체를 상해에 이르게 한 자는 처벌됩니다. A는 음주 상태에서 전방주시를 태만히 하여 피해자에게 상해를 입혔으므로 이 법 조항이 적용되었습니다.
   •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 제2항 제2호 및 제44조 제1항: 혈중알코올농도 0.03% 이상의 술에 취한 상태로 자동차를 운전한 자를 처벌합니다. A는 혈중알코올농도 0.107% 상태에서 운전하여 이 혐의가 적용되었습니다.

2. 범인도피교사 (피고인 A) 및 범인도피 (피고인 B)​

   • 형법 제151조 제1항 (범인도피)​: 벌금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자를 은닉 또는 도피하게 한 자를 처벌합니다.
   • 형법 제31조 제1항 (교사범)​: 타인을 교사하여 죄를 범하게 한 자는 정범과 동일한 형으로 처벌합니다. A는 B에게 허위 진술을 하도록 시켰으므로 범인도피교사 혐의가 적용되었고, B는 A를 도피하게 했으므로 범인도피 혐의가 적용되었습니다.
   • 범인도피죄의 법리: 법원은 '도피하게 하는 행위'를 은닉 외에 수사, 재판, 형의 집행 등 형사사법의 작용을 곤란하게 하는 모든 행위로 봅니다. 단, 그 행위가 직접 범인을 도피시키는 행위 또는 도피를 직접적으로 용이하게 하는 행위에 한정되며, 수사기관을 적극적으로 기만하여 착오에 빠뜨려 범인 발견을 곤란하게 할 정도에 이르지 않는 단순한 묵비나 허위 진술은 범인도피죄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3.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치상) 및 도로교통법위반(사고후미조치) (피고인 A 무죄)​

   •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3 제1항 (도주치상)​: 교통사고를 일으킨 운전자가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에 따른 조치를 하지 않고 도주한 경우를 가중처벌합니다.
   •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 (사고 발생 시의 조치)​: 교통사고 발생 시 운전자는 즉시 정차하여 사상자를 구호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 '도주' 판단 기준: 이 사건에서 법원은 A가 사고 직후 피해자를 확인하고 경찰에 신고하며 현장을 완전히 이탈하지 않은 점, 피해자도 큰 부상이 아니었던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A가 도주의 고의로 사고 현장을 이탈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A는 도주치상 및 사고후미조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4. 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방조 (피고인 C, D 무죄)​

   • 형법상 방조의 법리: 형법상 방조는 정범이 범행을 한다는 사실을 알면서 그 실행 행위를 용이하게 하는 직접·간접의 모든 행위를 말합니다. 그러나 방조가 성립하려면 최소한 방조 상대방의 구체적인 범행 실행을 원조하여 용이하게 하는 행위와 그에 대한 행위자의 인식이 필요합니다. 이 사건에서 C와 D는 단순히 A의 차량에 동승했을 뿐, 적극적으로 음주운전을 용이하게 한 행위가 없다고 보아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5. 범인도피 (피고인 C, D 무죄)​

   • C와 D의 경우, 경찰의 질문에 'A가 운전하지 않았고 모르는 사람이다'라고 진술했으나, 법원은 이것이 수사기관을 적극적으로 기만하여 범인 발견을 곤란하게 할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C와 D에게는 범인도피 혐의에 대해서도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참고 사항

유사한 문제 상황에 처했을 때 다음 사항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1. 음주운전은 절대 해서는 안 됩니다. 어떠한 경우라도 술에 취한 상태에서 차량을 운전하는 것은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의 생명과 재산에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는 중대한 범죄입니다.
2. 교통사고 발생 시 즉시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사고를 낸 운전자는 즉시 정차하여 피해자의 상태를 확인하고 필요한 구호 조치를 취하며, 경찰에 신고하고 자신의 신원을 밝혀야 합니다. 이러한 조치를 이행하지 않고 현장을 이탈하면 '도주치상' 또는 '사고 후 미조치' 혐의로 더 큰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인 A가 비록 음주 상태였으나 사고 직후 피해자를 확인하고 경찰에 신고하며 현장을 완전히 이탈하지 않았다는 점이 도주치상 무죄의 근거가 되었습니다.
3. 운전자 바꿔치기나 허위 진술은 또 다른 범죄를 낳습니다. 음주운전 사실을 숨기기 위해 타인에게 운전자로 행세해 달라고 부탁하거나, 자신이 운전했다고 허위 진술하는 행위는 '범인도피교사' 또는 '범인도피'에 해당하여 추가적인 처벌을 받게 됩니다. 이는 범죄 은폐 시도로서 죄질이 좋지 않게 평가될 수 있습니다.
4. 범인도피죄의 성립 기준을 이해해야 합니다. 단순히 허위 진술을 하는 것만으로 범인도피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닙니다. 수사기관을 적극적으로 기만하여 범인의 발견이나 체포를 곤란하게 할 정도에 이르러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동승자 C와 D가 'A가 운전하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은 그러한 적극적인 기만에 이르지 않았다고 보아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5. 음주운전 방조죄 성립에 주의해야 합니다. 음주운전을 방조했다는 혐의는 음주운전자가 범행을 실행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돕거나, 범행 결의를 강화시키는 행위가 있어야 성립합니다. 단순히 음주운전 차량에 동승한 것만으로는 방조죄가 성립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만취한 운전자가 운전을 하겠다는 것을 명백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이를 말리지 않거나, 오히려 운전을 종용하는 등의 행위가 있었다면 방조 혐의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6. 자수와 합의는 양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 A와 B이 범행 후 자수하고, A가 피해자와 합의한 점은 법원이 형량을 결정하는 데 있어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되었습니다. 잘못을 인정하고 피해를 회복하려는 노력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