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법인 가장 설립을 통한 사무장 병원 운영 및 건강보험 사기 사건

비의료인인 피고인 A와 B가 형식적으로 의료법인을 설립하고 병원을 개설하여 '사무장 병원'을 운영한 사건입니다. 이들은 의료법인 설립 시 허위 재산 출연, 법인 자산과 개인 자산의 혼용, 형식적인 이사회 및 감사의 운영 등을 통해 부당하게 병원을 운영했습니다. 이러한 방식으로 운영된 병원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요양급여비용 약 83억 원을 청구하여 편취하고, 법인 자금 약 2억 원을 무단 대여하여 횡령한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원심에서 각 징역 3년을 선고받았으며, 항소심에서도 피고인들의 주장을 모두 기각하여 원심 판결이 유지되었습니다.

관련 당사자

• 피고인 A: 이 사건 의료법인 C와 D병원의 설립 및 운영을 주도한 비의료인 이사장입니다.
• 피고인 B: 이 사건 의료법인 C와 D병원의 설립 및 운영을 주도한 비의료인 관리이사입니다.
• 의료법인 C (이 사건 재단) 및 D병원 (이 사건 병원): 피고인들이 형식적으로 설립하고 운영하며, 의료법인 명의를 빌려 사무장 병원 형태로 운영된 곳입니다.
• 국민건강보험공단: 피고인들이 의료기관 개설 자격 없이 운영한 병원에서 요양급여비용을 청구받아 지급하여 손해를 본 기관입니다.
• 이 사건 재단의 명목상 임원진 (X, Y, Z, AA, AB, AC): 피고인들과 친분 관계에 의해 선임되어 이사회 및 감사 역할이 형식적으로만 이루어진 이사 및 감사들입니다.
• 관련 기관 및 인물: I조합 (피고인 A에게 13억 원을 대출해준 조합), M (피고인 A가 설립한 개인사업체), O요양원 (피고인 A가 재단 자금으로 인수한 요양원), L (피고인 B의 아내이자 병원 총무부장), AO (피고인 B가 재단 자금으로 인수한 종합건설업 법인).

분쟁 상황

피고인 A와 B는 의료인 자격이 없음에도 의료기관을 개설하고 운영하기 위해 의료법인 C를 설립하고 D병원을 운영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피고인들은 여러 불법적인 행위를 저질렀습니다. 먼저, 의료법인 설립 당시 피고인 A는 사채업자로부터 빌린 3억 원을 하루만 예금에 넣어두고 잔액 증명서를 제출한 뒤 바로 인출하여 변제하는 방식으로 재단의 보통재산을 허위로 출연했습니다. 또한 의료법인 자산과 개인 자산을 혼용하여 피고인 A 개인 채무인 I조합 대출금 13억 원의 이자를 의료법인 자금으로 납부하고, O요양원 인수 시에도 약 7억 7천만 원에 달하는 의료법인 자금을 무단으로 사용했습니다. 피고인 A의 개인사업체인 M을 통해 병원 공사 관련 부가가치세를 환급받아 개인적으로 사용했으며, 피고인 A, B와 그 가족의 개인 신용카드 대금이나 생활비 등도 의료법인 자금으로 결제했습니다. 피고인 B는 AO라는 종합건설업 법인을 인수하면서 약 2억 2천만 원의 의료법인 자금을 무단으로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이사회 및 감사 운영 또한 형식적이었습니다. 피고인들은 자신들과 친분 있는 비의료인들을 이사와 감사로 선임하여 이사회 소집 통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고, 회의록도 허위로 작성되었으며, 이사회 및 감사의 실질적인 의견 교환이나 견제 기능은 전혀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이처럼 의료법을 위반하여 운영된 병원에서 피고인들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요양급여비용 약 83억 원을 청구하여 지급받았습니다. 피고인들은 자신들이 적법하게 병원을 운영했으며 건강보험공단에 손해가 없었다고 주장하며 원심 판결에 불복하여 항소했습니다.

핵심 쟁점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비의료인인 피고인들이 의료법인을 형식적으로 설립하여 실제로는 '사무장 병원'을 운영하여 의료법을 위반했는지 여부입니다. 둘째, 사무장 병원 운영을 통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비용을 편취하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죄가 성립하는지 여부입니다. 셋째, 의료법인 자금을 개인적으로 유용하거나 무단 대여하여 업무상횡령죄가 성립하는지 여부입니다. 마지막으로, 원심의 형량(각 징역 3년)이 부당한지 여부였습니다.

법원의 판단

피고인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합니다.

결론

법원은 피고인들이 의료법인 설립 과정에서의 허위 재산 출연, 의료법인 자산과 개인 자산의 혼용, 이사회의 형식적 운영, 법인 자금의 사적 사용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피고인들이 형식적으로만 의료법인의 외형을 갖추고 실질적으로는 비의료인의 영리 목적 사업을 영위한 '사무장 병원'을 운영한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의료법 위반과 더불어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하여 지급받은 행위가 사기죄의 기망행위에 해당하며 편취금액은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 전액인 약 83억 원이라고 보았습니다. 또한 의료법인 자금을 개인적으로 유용한 행위에 대해서도 업무상횡령죄를 인정했습니다. 결국 원심에서 선고된 각 징역 3년의 형량이 너무 무겁다는 피고인들의 양형 부당 주장 역시 받아들이지 않고 항소를 모두 기각하여 원심 판결이 유지되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사건과 관련하여 적용된 주요 법령 및 법리 해설은 다음과 같습니다.

1. 구 의료법 제33조 제2항 (의료기관 개설 자격 제한)​

   • 이 조항은 의료기관 개설 자격을 의사, 한의사 등 전문성을 가진 의료인이나 공적인 성격을 가진 자로 엄격히 제한하여 건전한 의료질서를 확립하고 영리 목적으로 의료기관을 개설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국민 건강상의 위험을 방지하고자 합니다.
   • 법원은 비의료인이 의료법인을 설립하여 그 외관만 갖추고 실제로는 개인 병원처럼 운영하며 이익을 배분받는 경우를 '사무장 병원'으로 판단하여 의료법 위반으로 봅니다. 의료법인 명의로 개설했더라도 그 법인격 배후에 비의료인의 개인 사업에 불과하거나 법률 적용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된 경우에 해당하면 의료법 위반입니다.
   • 이 사건에서 피고인들은 허위 재산 출연, 법인 자산과 개인 자산의 혼용, 형식적인 이사회 운영 등을 통해 의료법인의 공익성을 훼손하고 영리 목적의 사무장 병원을 운영한 것으로 인정되어 의료법 위반죄가 적용되었습니다.

2. 국민건강보험법 제42조 제1항 제1호 (요양급여 실시 요양기관 자격)​

   • 이 조항은 요양급여를 실시할 수 있는 요양기관을 '의료법에 따라 적법하게 개설된 의료기관'으로 한정합니다.
   • 따라서 의료법을 위반하여 개설된 의료기관은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할 자격이 없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구하여 지급받는 행위는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 하여금 착오를 일으키게 하는 '기망행위'에 해당하여 사기죄가 성립합니다.
   • 이 사건에서 피고인들이 운영한 D병원은 의료법을 위반한 사무장 병원이었으므로,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한 것은 사기죄의 기망행위로 인정되었고, 그로 인해 지급받은 약 83억 원이 편취금액으로 판단되었습니다.

3.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 (사기 등)​

   • 이 법률은 사기죄 등으로 인해 취득한 이득액이 일정 금액 이상일 경우 형량을 가중 처벌하는 규정입니다. 여기서 '이득액'은 범죄 행위로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취득하게 한 불법 영득의 대상이 된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의 가액 합계를 의미하며, 궁극적으로 그 이득이 실현되었는지 여부는 사기죄 성립에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 이 사건에서 피고인들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 약 83억 원은 이득액으로 인정되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이 적용되었습니다. 법원은 실제 의료행위가 이루어졌더라도 의료기관 개설 자격이 없는 상태에서 청구된 비용이므로 전액이 편취액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4. 형법상 업무상횡령

   • 업무상 다른 사람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그 반환을 거부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입니다.
   • 이 사건에서 피고인들이 의료법인 C의 자금을 개인적인 채무 변제, 다른 법인 인수, 개인 신용카드 대금 결제, 지인에게 무단 대여하는 등 사적으로 사용한 행위가 업무상횡령으로 인정되었습니다. 이는 의료법인 자산이 공익적 목적에 사용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사적으로 유용된 것으로 보았습니다.

5. 사기죄의 재산상 손해 및 이득액 판단 원칙

   • 사기죄는 기망으로 인한 금원 교부가 있으면 피해자의 재산 침해가 되어 바로 성립하며, 상당한 대가가 지급되었거나 피해자의 전체 재산상에 손해가 없다 하여도 사기죄 성립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불법적인 방법으로 취득한 이득은 전액이 편취금액으로 간주됩니다.
   • 이 사건에서 피고인들은 환자들에게 실제 의료행위가 이루어졌고 병원 운영에 비용이 들었으므로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실질적인 손해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의료기관 개설 자격 자체가 없었으므로 요양급여비용 전액이 불법적으로 편취된 이득으로 보아 피고인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참고 사항

의료법인은 영리 추구가 아닌 공익적 목적으로 의료기관을 운영해야 합니다. 비의료인이 의료업을 하려는 목적으로 의료법인의 외관을 빌리는 것은 의료법 위반에 해당하며, 이는 '사무장 병원'으로 간주될 수 있습니다. 의료법인 설립 시 재산 출연은 투명하게 이루어져야 하며, 일시적인 자금 유입 후 즉시 유출하는 행위는 재단의 실질을 부정하는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법인 자금과 개인 자금은 철저히 분리하여 운영해야 하며, 개인 채무 변제나 사적 사업 투자, 개인 생활비 등으로 법인 자금을 사용하는 것은 횡령이나 배임 등 중대한 범죄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사회는 법인의 핵심 의사결정 기구로서, 이사 및 감사들이 형식적인 역할에 그치거나 특정인의 독단적인 의사결정을 승인하는 구조는 법인의 공공성과 투명성을 해치는 행위로 간주됩니다. 의료법을 위반한 사무장 병원 운영은 의료법 위반은 물론,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하여 지급받는 행위가 사기죄로 인정되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에 따라 가중 처벌될 수 있습니다. 이때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 전액이 편취액으로 인정될 수 있으며, 행정처분으로 인한 환수와 형사처벌은 별개로 부과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