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교사의 학생 추행 및 성희롱 의혹 사건

피고인 A 교사가 자신이 담임을 맡은 고등학교 여학생들에게 부적절한 신체 접촉 및 발언을 하여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위계등추행) 및 아동복지법 위반(아동에 대한 음행강요·매개·성희롱 등)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재판부는 피해자 J와 K에 대한 위계등추행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를 인정했으나, 피고인의 초범, 범행의 경미성, 피해자들의 처벌 불원 등을 고려하여 벌금 700만 원의 형 선고를 유예했습니다. 반면, 다른 피해 학생들(B, C, D, E, F)에 대한 위계등추행 혐의와 피해자 C에 대한 아동복지법 위반(성희롱 등)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피고인 A: H고등학교 교사, 피해자들의 담임
• 피해자 J (17세 여학생): 피고인이 담임을 맡은 학급의 학생으로, 귀, 머리카락, 손을 만지는 추행 피해를 입음
• 피해자 K (18세 여학생): 피고인이 담임을 맡은 학급의 학생으로, 팔을 만지는 추행 피해를 입음
• 무죄 판결된 피해 학생들 (B, C, D, E, F): 피고인이 담임을 맡은 학급의 여학생들로, 추행 및 성희롱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받음

분쟁 상황

피고인 A는 H고등학교 I반 담임교사로 재직하던 중, 자신이 담임을 맡은 반의 여학생들에게 다음과 같은 행동을 했습니다.

유죄로 인정된 행위:

• 피해자 J (17세): 2021년 3월경 교무실에서 피해자에게 "귀가 작네."라며 손으로 귀를 만지고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주었습니다. 며칠 후 복도에서 피해자가 "수족냉증이라서 손이 차갑다."고 하자, "내 손은 따뜻하다."라며 두 손으로 피해자의 손을 잡고, 피해자가 손을 빼려고 하자 "담임이니까 괜찮다."라며 교실까지 손을 잡고 갔습니다.
• 피해자 K (18세): 2021년 3월경 열람실에서 피해자에게 다가가 "너는 속살이 정말 뽀얗구나. 속살이 너무 하얘서 보기가 좋다."라며 입고 있던 상의 티셔츠의 팔 부분을 팔꿈치까지 걷어올린 후 손으로 팔을 쓰다듬듯이 만졌습니다.

무죄로 인정된 행위 (공소사실):

• 피해자 B (15세, 17세): 2019년 5월경 교무실에서 "외국에서 왔는데 학교생활은 힘들지 않냐."라며 한 손으로 피해자의 손을 잡고 쓰다듬었으며, 2021년 3월경 열람실에서 "상담이 더 미뤄질 것 같다."라며 양 손을 피해자의 양 어깨에 올리고 만졌습니다.
• 피해자 C (17세): 2021년 2월 26일경 복도에서 피해자와 상담을 마치고 함께 걸어가던 중 피해자에게 "자습을 해서 너무 예쁘다. 머리 파마할 생각은 없냐. 파마를 하면 참 예쁘겠다."라며 손으로 머리를 쓰다듬고 머리카락을 만졌습니다. 또한 2021년 3월 초순경 열람실 앞 복도에서 피해자를 불러 세운 뒤 양 손으로 피해자의 몸매를 표현하면서 "너는 수영을 해서 그런지 몸 선이 참 곧고 이쁘다."라고 말했습니다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
• 피해자 D (18세): 2021년 3월 10일경 열람실에서 화장실을 가는 피해자를 불러세운 뒤 "겉옷 벗으니깐 날씬해 보이네."라며 양손으로 피해자의 양팔을 잡고 만졌습니다.
• 피해자 E (17세): 2021년 3월경 교실에서 피해자의 이마에 난 여드름을 보고 "어 근데 여드름 났네."라며 손으로 이마를 문지르며 만졌습니다.
• 피해자 F (17세): 2021년 3월경 교무실에서 피해자에게 "운동하는 영상을 봤는데 화면이랑 실제 모습이 다르네. 뚱뚱하다. 너희가 입는 운동복이 노출이 좀 많다."라며 손으로 어깨와 팔 부분을 만지고, 교무실을 나가는 피해자의 등 브래지어 부분을 손으로 비비면서 만지고, 양손으로 어깨와 팔뚝을 쓰다듬듯이 만졌습니다.

핵심 쟁점

교사의 학생에 대한 신체접촉이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상 '위계등추행'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추행의 '고의'가 인정되는지 여부, 그리고 아동복지법상 '성적 학대행위' 또는 '성희롱'의 기준이 무엇인지 등이 쟁점이 되었습니다.

법원의 판단

1. 유죄 부분: 피고인 A는 피해자 J(귀, 머리카락, 손 만짐) 및 피해자 K(팔 만짐)에 대한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위반(위계등추행) 혐의에 대해 유죄로 인정되었습니다.
   • 형량: 벌금 700만 원의 형 선고를 유예합니다. (선고유예는 일정한 기간 동안 형의 선고를 미루고, 그 기간이 지나면 면소로 간주되는 제도입니다.)
   • 부가 처분: 신상정보 공개·고지명령, 수강·이수명령, 취업제한명령은 피고인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전과가 없으며 범행이 계획적이거나 악의적이지 않은 점 등 특별한 사정을 고려하여 면제되었습니다.
2. 무죄 부분:
   • 피해자 B, C, D, E, F에 대한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위반(위계등추행) 혐의는 증거 불충분 또는 사회 통념상 추행으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 피해자 C에 대한 아동복지법위반(아동에 대한 음행강요·매개·성희롱 등) 혐의 또한 해당 발언이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아동의 건강·복지 저해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 무죄 부분의 요지는 공시되지 않습니다.

결론

법원은 교사라는 특수 지위를 이용한 학생들에 대한 신체접촉 중 일부는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추행으로 판단했으나, 다른 신체접촉이나 발언에 대해서는 사회 통념상 성적 학대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유무죄를 명확히 구분했습니다. 피고인에게는 유죄 부분이 인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사건의 경미성, 초범이라는 점, 피해자들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벌금형 선고유예라는 비교적 가벼운 처분을 내렸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사건은 주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 상의 '위계등추행'과 아동복지법 상의 '성적 학대행위' 적용 여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1.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7조 제5항 (위계등추행)​:

   • "아동·청소년에 대하여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추행한 사람은 2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1천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 '위력':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한 유형적·무형적 힘을 의미합니다. 교사와 학생 관계에서는 교사의 지위 자체가 학생에게 위력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 '추행':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것을 말합니다. 성욕을 자극하거나 흥분시키거나 만족시키려는 동기나 목적이 없더라도 추행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피해자의 의사, 성별, 연령, 행위자와 피해자의 관계,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구체적 행위 태양, 주위의 객관적 상황, 시대의 성적 도덕관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합니다.
   • '고의': 범죄사실을 알면서도 저지르려는 의사를 말하며, 미필적 고의로도 충분합니다. 피고인의 경우, 피해자들의 귀, 머리카락, 손, 팔을 만지는 행위가 추행에 해당한다는 인식이 있었다면 고의가 인정됩니다. 법원은 피고인의 행동이 피해자들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고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추행행위에 해당하며, 그러한 행위에 대한 인식이 있었으므로 추행의 고의도 인정된다고 판단했습니다.

2. 아동복지법 제17조 제2호 (아동에 대한 음행강요·매개·성희롱 등 성적 학대행위)​:

   • "아동에게 음란한 행위를 시키거나 이를 매개하는 행위 또는 아동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성희롱 등의 성적 학대행위"를 금지하며, 위반 시 처벌합니다.
   • 이 법 조항에 따른 '성희롱'은 단순한 부적절한 발언을 넘어 아동의 건강·복지를 해하거나 정상적 발달이 저해될 우려가 있다고 볼 만한 상당한 정도의 성적 수치심을 주는 성희롱이어야 합니다. 법원은 피해자 C에 대한 "몸 선이 참 곧고 이쁘다"는 발언이 부적절할 수 있으나, 이 조항에서 의미하는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3. 형의 선고유예 (형법 제59조 제1항)​:

   •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자격정지 또는 벌금형을 선고할 경우, 일정한 요건(초범, 개선 가능성 등)이 충족되면 2년간 형의 선고를 유예할 수 있습니다. 유예 기간 중 죄를 범하지 않으면 면소(형벌권 소멸)된 것으로 간주됩니다. 피고인이 초범이고 범행 정도가 비교적 경미하며 피해자들이 처벌을 원치 않는 점 등이 고려되어 선고유예가 결정되었습니다.

4. 신상정보 공개·고지명령 면제 (아청법 제49조 제1항 단서, 제50조 제1항 단서)​:

   • 신상정보 공개·고지명령은 피고인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신중하게 결정해야 합니다. 법원은 피고인의 전과 없음, 범행 경위와 내용, 나이, 직업, 사회적 유대관계, 불이익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공개·고지하여서는 안 될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판단하여 면제했습니다.

5. 수강·이수명령 및 취업제한명령 미부과 (아청법 제21조 제3항, 구 아청법 제56조 제1항, 구 장애인복지법 제59조의3 제1항 등)​:

   • 이러한 명령은 일반적으로 형의 집행을 유예하거나 벌금 이상의 형을 선고할 경우에 부과됩니다. 피고인에게 형의 선고를 유예했으므로, 이 명령들은 부과되지 않았습니다.

참고 사항

• 교사의 권위와 학생의 취약성: 교사와 학생 사이에는 지위상 차이가 존재하므로, 교사의 행동이 의도와 달리 학생에게는 위력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특히 청소년은 성적 감수성이 예민하므로 신체 접촉이나 외모에 대한 언급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 '추행'의 기준: 피해자의 성별, 연령, 행위자와 피해자의 관계, 구체적 행위 양상, 주위 객관적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일반인의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행위가 '추행'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반드시 성적인 동기나 목적이 없더라도 신체 접촉 자체로 추행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 피해자 진술의 중요성: 성범죄 사건에서 피해자의 진술은 중요한 증거가 됩니다. 진술이 일관되고 구체적이며 경험칙에 반하지 않을 경우 신빙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소한 불일치나 기억의 혼동이 있더라도 전체적인 신빙성을 해치지는 않을 수 있습니다.
• 신체 부위에 따른 민감도: 귀, 손, 팔 등 신체 부위에 따라 성적 민감도가 다를 수 있지만, 어떤 신체 부위든 상대방이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면 추행으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 훈계나 격려 목적이라도 주의: 교사의 입장에서 훈계나 격려의 의미로 한 신체 접촉이나 발언도 학생의 입장에서는 성적 불쾌감을 줄 수 있습니다. 특히 신체 접촉 시에는 학생의 의사를 확인하고 동의 없이 이루어지는 불필요한 접촉은 삼가야 합니다. 공개된 장소에서의 행위라도 추행이 될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합니다.
• 무죄 판단의 이유: 모든 신체 접촉이나 외모 관련 발언이 추행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사회 통념상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유발하지 않는 수준이거나, 상황과 맥락상 친근감이나 격려의 표현으로 볼 여지가 있는 경우, 또는 증거가 부족한 경우에는 무죄가 선고될 수 있습니다. 특히 아동복지법상 성희롱은 단순한 부적절한 발언을 넘어 아동의 건강·복지를 해하거나 정상적 발달이 저해될 우려가 있을 정도여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