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원고들의 어머니와 피고 보험회사 사이에 배우자를 피보험자로 하는 상해사망 보험계약이 체결되었습니다. 피보험자인 배우자가 전 부인을 살해한 후 농약을 마시고 자살하자, 자녀들인 원고들은 배우자가 정신질환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사망했으므로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배우자가 살해 후 자살하기까지 일련의 행동을 보았을 때 자유로운 의사결정 능력이 없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보험회사의 면책 주장을 받아들여 원고들의 보험금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원고들의 어머니인 망 E은 피고 보험회사와 배우자인 망 F을 피보험자로 하는 상해사망 보험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후 피보험자인 망 F은 전 배우자인 망 E을 살해한 다음 농약을 마시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이에 망 E과 망 F의 자녀들인 원고들은 망 F이 조현병 등의 정신질환으로 인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살한 것이므로, 보험계약 약관상의 면책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피고에게 상해사망 보험금 1억 2천만 원의 지급을 청구했습니다. 반면 피고 보험회사는 망 F의 사망이 보험약관에서 정한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에 해당하므로 보험금 지급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며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습니다.
피보험자의 자살이 보험약관의 면책사유('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사망 당시 피보험자가 심신상실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였는지 여부가 이 사건의 핵심 쟁점입니다.
법원은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망 F이 농약을 구입하여 마시고 사망한 것은 보험 약관에서 정한 면책사유인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원고들이 망 F이 심신상실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였다고 주장했지만, 망 F이 망 E을 살해한 후 택시를 타고 이동하여 농약을 구입하고 모텔에 투숙한 다음 농약을 마시기까지의 일련의 행동을 고려할 때 정신적 충격을 받았을 수 있더라도 자유로운 의사결정 능력이 없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망 F이 과거 정신질환으로 치료받은 기록이 있지만, 그것이 이 사건 사고와 직접적으로 관련되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하여 원고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피고인 보험회사는 원고들에게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 사건은 보험계약의 면책 조항 적용과 관련하여 피보험자의 고의성 판단 기준에 대한 법리를 따르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보험 약관은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도록 규정합니다. 그러나 대법원 판례(대법원 2015. 6. 23. 선고 2015다5378 판결 등)에 따르면, 피보험자가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사망한 경우까지 면책 조항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 피보험자의 고의에 의하지 않은 우발적 사고로 보아 보험사고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인지 여부는 사망한 사람의 나이, 성행, 육체적·정신적 상태, 정신질환의 발병 시기 및 진행 정도, 자살에 이른 시점의 구체적 증상, 주변 상황, 자살 행위의 시기 및 장소, 동기, 경위, 방법 및 태양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합니다 (대법원 2011. 4. 28. 선고 2009다97772 판결, 대법원 2024. 5. 9. 선고 2021다297352 판결 등). 이 사건에서 법원은 망 F이 살해 후 농약을 구입하고 모텔에 투숙하는 등 일련의 행동을 통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였다는 원고들의 주장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보험 가입 시에는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 등 보험금 지급이 면책되는 조항들을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피보험자가 정신질환을 앓았더라도 자살로 인해 보험금을 청구하는 경우, 사망 당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였음을 입증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는 매우 어려운 과제입니다. 법원은 정신질환의 발병 시기, 진행 경과, 자살 직전의 구체적인 행동, 자살의 동기와 경위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합니다. 단순히 정신질환 병력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면책 조항의 예외로 인정받기 어렵고, 자살 직전의 행동이 계획적이거나 합리적인 판단 능력을 보였다면 심신상실 상태로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예를 들어, 타인을 해친 후 도주, 약물 구매, 은신 등 일련의 행위는 고의성 인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