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부의 의붓딸 강제추행 항소심 사건

피고인 A가 의붓딸인 피해자를 강제추행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습니다. 피고인과 검사 모두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하였고 피고인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에 대한 사실오인 주장도 하였습니다. 항소심 법원은 이전 준사기죄와의 경합범 관계를 직권으로 판단하여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다시 판결했습니다. 항소심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여 피고인의 사실오인 주장을 기각하였으며 최종적으로 피고인에게 징역 3년과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습니다. 신상정보 공개·고지 및 취업제한 명령은 면제되었습니다.

관련 당사자

• 피고인 A: 피해자의 계부이며 이 사건의 가해자로 지목된 인물입니다.
• 피해자: 피고인 A의 의붓딸로 강제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인물입니다.
• 피해자 모친: 피해자의 어머니이자 피고인 A의 배우자로 피해 사실을 들었던 인물입니다.

분쟁 상황

피고인 A는 그의 의붓딸인 피해자를 강제추행한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피해자는 수사기관에서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추행 장소와 방법, 피고인의 행동, 자신의 감정 등 피해 사실의 주요 부분에 대해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진술했습니다. 다만, 범행 일시에 대해서는 '2017년 여름 불상경'에서 '2017년 봄'으로 진술을 번복했고, 피해자 어머니 역시 피해 사실을 들은 시점에 대해 다소 일관성 없는 진술을 했습니다. 피고인은 이러한 진술의 불일치와 상식에 반하는 점을 들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없으며 강제추행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피해자는 범행 직후 피고인 가족의 보복이 두려워 신고하지 못하다가 약 5년 후인 2022년에 우울증으로 상담을 받던 중 피해 사실이 떠올라 신고하게 되었다고 진술했습니다.

핵심 쟁점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피고인의 강제추행 사실 여부: 피고인은 피해자와 피해자 모친의 진술이 모순되고 상식에 반하여 신빙성이 없으며 강제추행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법원은 피해자 진술의 구체성, 일관성 및 진술 번복의 합리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할 것인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2. 양형의 적정성: 1심에서 징역 3년이 선고된 후 피고인은 형이 너무 무겁다고, 검사는 형이 너무 가볍다고 주장하며 쌍방이 양형부당을 주장했습니다.
3. 신상정보 공개·고지 및 취업제한 명령 면제 여부: 검사는 피고인의 성행에 비추어 왜곡된 성관념을 가지고 있다고 보아 신상정보 공개·고지 및 취업제한 명령을 면제한 원심이 부당하다고 주장했습니다.
4. 직권판단 사항: 항소심에서는 피고인의 이 사건 범행과 이전에 확정된 준사기죄가 형법상 경합범 관계에 있어 동시에 판결할 경우의 형평을 고려해야 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법원의 판단

항소심 법원은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습니다. 또한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습니다. 신상정보 공개·고지명령과 취업제한명령은 원심과 같이 면제되었습니다. 이는 피고인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범행하지 않았고 징역형 선고, 신상정보 등록, 치료프로그램 이수 등으로 재범 방지 효과를 거둘 수 있으며 피고인의 나이, 직업, 가족관계, 사회적 유대관계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입니다.

결론

법원은 피해자의 진술이 범행 일시 변경 경위가 자연스럽고 과거 기억력의 한계로 수긍할 수 있으며 그 외의 주요 부분은 일관되고 구체적이므로 신빙성을 인정했습니다. 또한 피해자가 뒤늦게 신고한 경위도 성폭력 피해자의 다양한 대처 양상에 비추어 부자연스럽지 않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피고인의 사실오인 주장을 배척하고 유죄를 유지했습니다. 다만 피고인의 이전 준사기죄와의 경합범 관계를 고려하여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다시 선고했으며, 형량은 징역 3년이 유지되었습니다. 피고인에게는 동종 범죄 전력이 없다는 점이 참작되었으나, 범행 부인 및 피해 회복 노력 부족이 불리한 정상으로 작용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1.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5조 제2항 (친족관계에 의한 강제추행): 친족관계에 있는 사람이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추행한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규정합니다. 이 사건은 계부와 의붓딸 사이의 범행으로 이에 해당하여 일반 강제추행보다 무거운 형이 선고될 수 있습니다.
2. 형법 제37조 후단, 제39조 제1항 (경합범): 확정판결을 거치지 않은 두 개 이상의 범죄(판결이 확정된 죄와 그 판결 확정 전에 범한 죄)가 있을 경우, 형의 선고에 있어 동시에 판결할 경우와의 형평을 고려하여 형을 감경 또는 가중할 수 있도록 합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의 준사기죄와 친족관계 강제추행죄가 여기에 해당하여 형량을 조정하는 직권파기 사유가 되었습니다.
3.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 제369조 (항소심 직권파기): 항소법원은 항소이유에 포함되지 않은 사항이라도 원심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음을 발견한 때에는 직권으로 심판할 수 있으며, 이 경우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다시 판결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경합범 관계 인정이 직권파기 사유가 되었습니다.
4. 대법원 판례 (피해자 진술 신빙성 판단): "실질적 직접심리주의 원칙에 비추어 제1심 증인이 한 진술의 신빙성 유무에 대한 제1심의 판단이 명백하게 잘못되었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있거나...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항소심으로서는 제1심 증인이 한 진술의 신빙성 유무에 대한 제1심의 판단을 함부로 뒤집어서는 안 된다" (대법원 2019도17748 판결 등). 또한, "피해자의 증언은 단편적인 부분만을 떼어서 판단할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취지를 살펴야 한다" (대법원 2020도11185 판결). 이 법리는 항소심에서 1심의 피해자 진술 신빙성 판단을 존중하는 근거가 되었습니다.
5.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6조 제2항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명령):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자에게 유죄 판결과 함께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할 수 있습니다. 이는 재범 방지를 위한 목적으로 부과됩니다.
6.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47조 제1항, 제49조 제1항, 구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49조 제1항 단서, 제50조 제1항 단서 (신상정보 공개·고지 명령 면제): 성폭력 범죄자에 대한 신상정보 공개 및 고지 명령은 원칙적으로 부과되지만, 피고인의 나이, 범행 내용, 재범 위험성, 공개·고지로 인한 불이익 등을 고려하여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면제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인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하여 면제되었습니다.
7.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56조 제1항 단서, 구 장애인복지법 제59조의3 제1항 단서 (취업제한 명령 면제):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및 장애인 관련 기관 취업제한 명령은 성범죄 재범 방지를 위한 것이나, 피고인의 연령, 가정환경, 범행의 경위와 결과, 재범 위험성, 취업제한으로 인한 불이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면 면제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에게 취업제한을 면제한 것은 이러한 법리가 적용된 것입니다.
8.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42조 제1항 (신상정보 등록 의무): 성폭력 범죄로 유죄판결이 확정된 자는 신상정보 등록대상자가 되어 관할 기관에 신상정보를 제출할 의무가 있습니다. 이는 공개·고지 명령과는 별개로 적용됩니다.

참고 사항

1.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판단: 성폭력 사건에서 피해자의 진술은 핵심적인 증거입니다. 진술의 내용이 얼마나 구체적이고 일관적인지, 그리고 경험칙에 비추어 합리적인지 여부가 중요하게 고려됩니다. 특히 피해자의 증언이 단편적이지 않고 전체적인 맥락에서 판단되어야 합니다.
2. 시간 경과에 따른 진술 불일치: 범행 시기와 신고 시점 사이에 오랜 시간이 지난 경우, 피해자의 기억력 한계로 인해 일부 진술이 다소 불일치하거나 번복될 수 있습니다. 법원은 이러한 진술 변경의 경위가 자연스럽고 납득 가능한지, 주요한 부분에서는 일관성을 유지하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합니다. 진술 번복이 무조건 신빙성을 떨어뜨리는 것은 아닙니다.
3. 피해자의 대처 양상 다양성: 성폭력 피해자가 범행 직후 즉시 신고하지 못하거나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피해자의 나이, 지능, 가해자와의 관계, 사회적 지위 등 다양한 요인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법원은 피해자의 특수하고 다양한 대처 양상을 고려하여 늦은 신고가 사회통념에 반하는지 여부를 판단합니다.
4. 친족관계 성폭력의 특수성: 친족 관계에서 발생하는 성폭력은 피해자가 더욱 고립되고 신고하기 어려운 환경에 놓일 수 있습니다. 가해자가 가족 구성원이므로 보복이나 가족 해체에 대한 두려움이 커질 수 있으며, 이는 신고 지연의 중요한 원인이 됩니다.
5. 이전 범죄와의 경합범 처리: 피고인에게 이전에 확정된 다른 범죄가 있는 경우, 해당 범죄와 이 사건 범죄가 형법상 경합범 관계에 있는지를 법원이 직권으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경합범으로 인정되면 동시에 판결할 경우의 형평을 고려하여 형량을 조정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