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험
피보험자가 스스로 다량의 프로포폴을 투여하여 사망한 사건에서, 자녀들이 보험회사에 사망보험금을 청구했으나 보험회사는 사망이 보험계약에서 정한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가 아니며 피보험자의 고의 또는 범죄행위에 해당하여 면책된다고 주장했습니다. 1심 법원은 보험금 지급을 인정했지만, 항소심 법원은 피보험자가 의료 지식이 있었고 마약류인 프로포폴을 고의로 과다 투여한 행위는 보험사고의 우연성을 충족하지 못하고 면책사유인 고의 또는 범죄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보험회사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김○○은 A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와 2005년과 2009년에 두 건의 상해보험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 보험 계약들은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인한 상해나 사망 시 보험금을 지급하는 내용이었으나, 피보험자의 고의, 자해, 자살, 범죄행위로 인한 손해는 보상하지 않는다는 면책 조항을 포함하고 있었습니다. 2016년 1월 4일, 김○○은 자택에서 팔에 프로포폴을 투여하다가 프로포폴 중독으로 사망했습니다. 사망 당시 현장에서는 빈 프로포폴 병이 다수 발견되었고, 부검 결과 혈중 프로포폴 농도가 치사량을 훨씬 초과하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김○○의 자녀들인 B와 C는 법정상속인으로서 보험회사에 총 3천만원의 사망보험금을 청구했습니다. 그러나 보험회사는 김○○의 사망이 약관에서 정한 보험사고가 아니며, 고의 또는 범죄행위로 인한 면책 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습니다. 이에 보험회사는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을 제기했고, 자녀들은 보험금 지급을 구하는 반소 청구를 제기하며 법적 다툼이 시작되었습니다.
피보험자가 프로포폴을 스스로 투여하여 사망한 것이 보험계약에서 정한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에 해당하는지 여부, 그리고 보험계약 약관상의 면책사유인 ‘피보험자의 고의’ 또는 ‘범죄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이 사건의 주요 쟁점입니다.
항소심 법원은 1심 판결을 취소하고, 보험회사가 피보험자의 자녀들에게 사망보험금을 지급할 채무가 존재하지 않음을 확인했습니다. 또한, 피보험자 자녀들의 보험금 지급 청구(반소)를 기각하고, 소송과 관련된 모든 비용은 피보험자 자녀들이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피보험자가 간호조무사로서 프로포폴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었고, 치료 및 사망 농도를 훨씬 초과하는 다량의 프로포폴을 의도적으로 투여하여 사망에 이른 점을 보아 사망이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피보험자의 사망 결과가 고의 또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범죄행위로 발생한 것이므로, 보험 약관의 면책 사유에 해당하여 보험회사는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최종적으로 결론 내렸습니다.
상해보험 계약의 보험사고 요건 중 ‘우연한 사고’는 피보험자가 예측할 수 없는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고의적이지 않고 예견치 못하게 발생한 결과를 의미합니다. 이러한 사고의 우연성에 대한 입증 책임은 보험금을 청구하는 사람에게 있습니다 (대법원 2010다78491, 78507 판결 등). 이 사건에서는 사망자가 스스로 다량의 프로포폴을 투여한 행위가 예측 불가능한 우연한 사고가 아닌 의도적인 행위로 판단되어 보험사고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습니다. 보험 계약 약관에는 피보험자의 고의 또는 범죄행위로 인한 손해는 보상하지 않는다는 면책 조항이 일반적으로 포함됩니다. 본 사안에서 법원은 사망자가 간호조무사로서 프로포폴 과다 투여의 위험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으며, 치료 및 사망 농도를 초과하는 다량을 투여한 행위는 사망이라는 결과를 용인한 ‘고의적인 행위’로 보았습니다. 또한, 마약류취급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향정신성의약품인 프로포폴을 투약한 행위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범죄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약관에 ‘형법상의 범죄행위’라고 규정되어 있더라도, 이는 형법뿐만 아니라 특별법에 의해 처벌되는 범죄행위도 포함되는 것으로 확장 해석될 수 있습니다. 보험금 지급의 면책사유로 범죄행위를 두는 것은 범죄행위로 인한 보험사고의 위법성 때문에 보험제도의 기본적 성격(사고의 우연성 요구)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보험금 청구자는 보험사고가 발생했고 그 사고가 보험 계약에서 정한 보상 대상 사고임을 입증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본 사안에서는 망인의 자녀들(피고)이 프로포폴 중독 사망이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에 해당하며 면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음을 입증해야 했지만, 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보험 계약 시 상해나 사망 보험금 지급 조건과 면책 조항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의 의미와 ‘고의’, ‘범죄행위’ 등의 면책 사유에 대한 약관 내용을 꼼꼼히 확인해야 합니다. 약물 자가 투여로 인한 사망은 대부분 보험사고로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특히 전문 의료인의 지시 없이 마약류로 분류된 약물을 투여하여 사망에 이른 경우, 이는 ‘고의적인 행위’ 또는 ‘범죄행위’로 간주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고의 ‘우연성’ 입증 책임은 보험금 청구자에게 있습니다. 유사한 상황에서 보험금을 청구하려면 사고가 예측 불가능하고 고의가 없었음을 명확히 증명해야 합니다. 법률에서 정하는 ‘범죄행위’는 형법상의 범죄뿐만 아니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과 같은 특별법상의 범죄도 포함될 수 있습니다. 약관에 ‘형법상의 범죄행위’로 명시되어 있더라도 광범위하게 해석될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합니다. 피보험자가 의료 관련 지식이 있는 경우, 약물 오남용의 위험성을 인지했다고 판단되어 ‘고의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더욱 커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