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도/살인
봉고Ⅲ 화물차 운전자인 피고인이 새벽 시간 어두운 고가교 1차로에서 보행 중이던 피해자를 충격하여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기소된 사건입니다. 검찰은 피고인이 전방주시 의무를 다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사고 발생 도로의 특성과 새벽 시간, 맞은편 차량들의 전조등 불빛 등 당시의 구체적인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피고인에게 사고를 예견하거나 회피할 수 있는 주의의무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2024년 3월 13일 새벽 4시 40분경, 피고인 A는 봉고Ⅲ 화물차를 운전하여 편도 4차로의 고가교 1차로를 진행 중이었습니다. 당시 주변은 매우 어두웠으며, 제한 속도 시속 50km의 넓은 도로에 인가나 상가는 없었고, 횡단보도로부터 70m 이상 떨어진 지점이었습니다. 피해자 B(70세 여성)는 초록색 상의와 검은색 하의를 입고 피고인 차량의 진행 방향과 같은 방향으로 1차로를 따라 걷고 있었는데, 피고인 차량의 전면부에 충격당했습니다. 사고 직후 피해자는 다발성 장기 손상으로 같은 날 저녁에 사망했습니다. 피고인은 사고 당시 맞은편 차량들의 전조등 불빛 때문에 시야가 제한되어 피해자를 미리 발견하지 못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운전자가 통상적으로 예견하기 어려운 이례적인 상황에서 발생한 사고에 대해 업무상 주의의무를 게을리했다고 볼 수 있는지, 그리고 전방주시 의무를 다했더라도 사고를 피할 수 있었을 것인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 되었습니다.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합니다.
법원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사고를 예견하거나 회피할 수 있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며,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사고 도로의 특성, 어두운 새벽 시간, 피해자가 통상적으로 보행하기 어려운 1차로에 있었던 점, 그리고 맞은편 차량 전조등 불빛으로 인한 시야 제한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피고인에게 통상적인 예견 범위를 넘어서는 특별한 주의의무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공소사실은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325조는 '피고사건이 범죄로 되지 아니하거나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는 판결로써 무죄를 선고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검사가 피고인의 유죄를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하지 못할 경우 법원은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해야 한다는 원칙을 명시한 것입니다.
이 판결에서는 특히 형사법상 '주의의무'의 범위와 관련하여 중요한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대법원 판례(대법원 1985. 7. 9. 선고 85도833 판결 참조)에 따르면, 자동차 운전자는 통상적으로 예견되는 사태에 대비하여 그 결과를 회피할 수 있는 정도의 주의의무를 다하면 충분하고, 통상 예견하기 어려운 이례적인 사태의 발생을 예견하여 이에 대비해야 할 주의의무까지는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새벽 시간 어두운 고가도로 1차로에 보행자가 나타나는 것은 운전자가 통상적으로 예견하기 어려운 이례적인 상황으로 판단했으며, 맞은편 차량의 전조등 불빛으로 인한 시야 제한 등 피고인의 불가피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피고인에게 사고를 예견하고 회피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는 운전자의 주의의무를 무한정 확대 해석하지 않고,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합리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법적 원칙을 따른 것입니다.
야간이나 새벽 시간, 또는 어두운 환경에서 운전할 때는 주변의 시야 확보가 어렵고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항상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운전자는 통상적으로 예견되는 상황에 대비하여 안전운전 의무를 다해야 하지만, 예측하기 어려운 이례적인 상황에까지 대비해야 할 의무는 없다는 점을 인지해야 합니다. 도로의 특성(차선 수, 중앙분리대 유무, 인가나 상가 존재 여부, 횡단보도로부터의 거리 등)과 사고 당시의 구체적인 상황(시간, 날씨, 시야 확보 정도, 주변 차량 상황 등)은 운전자의 주의의무 판단에 중요한 영향을 미칩니다. 사고 발생 시 차량 블랙박스 영상이나 한국도로교통공단 등 전문 기관의 감정 결과는 사고 당시 상황을 객관적으로 입증하는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으므로 확보하고 활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고 발생 시 운전자의 진술은 일관적이고 구체적이어야 하며, 실제 상황과 부합하는지 여부가 면밀히 검토됩니다.
이 사건은 의뢰인이 야간에 도로를 운행하다 길을 따라 걷고 있던 사람을 치어 사망케 한 사안으로서, 결과만 놓고 보면 그 자체로 실형이 불가피한 사안이었으나, 검토결과 사안 자체가 예견을 할 수 없었던 측면이 있어 이를 변론에서 부각하고 각종 과학수사 기법을 총 동원해 의뢰인에게는 이 사건에 아무런 과실이 없음을 입증하여 1심에서 99.2%가 유죄판결을 받는 우리나라 형사판결의 현실에서 ‘무죄’를 받아낸 법무법인 흥인만의 고도의 변론능력이 발휘된 사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