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망인이 농업작업 중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담보하는 농업안전보험에 가입했으나, 전동삼륜차를 타고 이동 중 사고로 사망했습니다. 망인의 자녀들은 이 사고가 농업작업 중 발생한 것이므로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보험사가 농기계 운전 중 사고 시 보험금 지급이 안 되는 사실과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설명하지 않아 설명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사고 당시 이동 목적이 농업작업에 해당하지 않으며, 보험 약관의 중요 사항은 이미 법령에 정해진 내용을 반복하거나 일반적인 사항이어서 보험사의 설명의무 위반이 없다고 판단하여 보험금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사망한 망 F는 농업작업 중 재해에 대비하여 피고 보험사와 농업안전보험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2020년 10월 27일 09:00경, 망인은 전동삼륜차를 타고 충청북도 단양군 적성면 현곡본길 15 내리막길을 가던 중 연석을 충돌하고 도로 밖으로 추락하는 사고를 당해 같은 달 29일 사망했습니다. 망인의 자녀들인 원고들은 이 사고가 농업작업 중에 발생한 것이므로 피고 보험사가 유족급여금과 장례비 합계 1억 3천만 원 및 치료비 409만 570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피고 보험사는 이 사건 사고가 약관에서 정한 '농업작업'에 해당하지 않으며, 보험 가입 당시 약관 내용에 대한 설명의무를 위반한 사실도 없다고 주장하며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습니다. 이에 원고들은 피고를 상대로 보험금 지급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원고(선정당사자)의 모든 청구를 기각하고, 소송 비용은 원고(선정당사자)가 부담하도록 결정했습니다.
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첫째, 보험 약관의 명시·설명의무는 보험계약자가 예측하지 못한 불이익을 피하고자 하는 것인데, 이 사건 보험 약관의 '농업작업' 범위는 농어업인안전보험법과 시행령에 이미 규정된 내용을 되풀이하거나 부연하는 정도에 불과하며, 거래상 일반적이고 공통된 사항이어서 보험계약자가 별도의 설명 없이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내용이었습니다. 따라서 보험사는 이에 대해 설명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수 없으며,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준용 여부에 대한 설명의무도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둘째, 이 사건 사고가 '농업작업' 중 발생한 사고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약관의 '농업작업' 및 '따르는 작업' 범위는 제한적인 열거조항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사고 당시 망인의 전동삼륜차 이동 목적은 병원 진료를 위한 것이었을 뿐 농자재 구입 등 농업작업에 필요한 이동이었다는 증거가 없으며, 사고 장소도 주거, 농업작업장, 출하처 어느 곳에도 해당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전동삼륜차가 농업기계화촉진법상 '농업기계'에 해당하는지도 불분명하다고 보았습니다. 결론적으로 이 사건 사고는 보험 약관이 정하는 '농업작업' 중 발생한 사고로 볼 수 없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1. 보험 약관의 명시·설명의무 원칙: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약관의 중요한 사항은 보험계약자에게 설명해야 하지만, 거래상 일반적이거나 법령에 이미 정해진 내용을 단순히 반복하는 경우, 또는 계약자가 별도의 설명 없이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사항이라면 보험사에 설명의무가 없습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농업안전보험 약관의 '농업작업' 범위가 농어업인안전보험법 및 시행령의 내용을 되풀이하는 것이거나 일반적인 내용에 해당하므로, 보험사가 이에 대한 설명의무를 위반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2. 보험 약관 해석의 원칙: 약관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해석해야 하며, 개별 계약자의 의사보다는 일반적인 고객의 입장에서 객관적이고 획일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해석합니다. 만약 약관 조항이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 있고 그 각각이 합리적이라면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할 수 있으나, 명확하게 하나의 의미로 해석되는 경우에는 고객에게 유리하게 제한 해석할 여지가 없습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농업작업'의 범위를 규정한 약관 조항을 제한적인 열거 조항으로 보아, 망인의 전동삼륜차 이동이 약관에서 정한 '농업작업'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석했습니다.
3. 농어업인의 안전보험 및 안전재해예방에 관한 법률 (농어업인안전보험법): 이 보험의 근거 법률로서, 농업작업 중 발생하는 재해를 담보하는 정책성 보험의 성격을 가집니다. 이 법률과 그 시행령은 '농업작업 안전재해' 및 '농업작업에 따르는 행위'의 범위를 규정하고 있으며, 이 사건 약관의 '농업작업' 정의가 해당 법령의 내용과 유사하다고 보았습니다.
4. 농업기계화촉진법 제2조 제1호: 이 법률은 '농업기계'의 정의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망인이 운전한 전동삼륜차가 이 법률에서 정의하는 '농업기계'에 해당하는지 여부도 논쟁의 한 부분이었습니다. 법원은 전동삼륜차가 주로 이동이나 물건 운반용으로 사용되었고, 해당 법률상 농업기계에 해당하는지 불분명하다고 보았습니다.
농업안전보험과 같은 정책성 보험에 가입할 때는 보험 계약의 목적과 보험금이 지급되는 '작업'의 범위를 명확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약관에 명시된 '농업작업' 또는 '농업기계'의 정의를 꼼꼼히 확인하고, 본인이 수행하는 작업과 운전하는 기기가 해당 범위에 포함되는지 사전에 알아두어야 합니다. 사고 발생 시 이동 목적이 농업작업과 관련되었음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예: 농자재 구매 영수증, 농작업 계획 등)를 확보하는 것이 보험금 청구에 유리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이동 수단으로 사용하는 전동차 등이 '농업기계'로 인정되지 않을 수 있으므로, 보험 가입 시 이를 명확히 확인해야 합니다. 약관 내용이 법령의 내용을 반복하는 경우, 별도의 설명이 없더라도 그 내용에 구속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