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사
건축위원회 위원인 피고인 A과 B이 아파트 건축심의 과정에서 자신들의 지위를 이용해 사업자에게 용역계약을 요구하고 대가를 취득한 배임수재 사건입니다. 피고인 A은 자신이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회사에 토목설계 용역을 맡기도록 하여 2,420만 원을, 피고인 B은 자신과 관련된 산학협력단에 경관계획 용역을 맡기도록 하여 2,640만 원을 취득했습니다. 법원은 피고인들이 묵시적인 부정한 청탁을 받고 재물을 취득한 사실을 인정하여 각 벌금 1,000만 원과 해당 금액을 추징하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D(주)와 (주)E는 울산 울주군에서 대규모 아파트 건축사업을 추진하며 C 건축위원회의 건축심의를 받아야 했습니다. 당시 건축심의위원이었던 피고인 A은 토목설계와 관련하여, 피고인 B은 경관계획과 관련하여 건축심의 과정에서 여러 문제점을 지적하며 심의 통과를 지연시켰습니다. 사업자들은 매월 수억 원에 달하는 대출금 이자를 부담하며 사업 승인을 하루라도 빨리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고, 이에 피고인들을 찾아가 원활한 심의 통과를 부탁했습니다. 피고인 A은 기존 설계업체 외에 자신이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G 엔지니어링에 의뢰하라고 요구했고, 피고인 B은 자신이 근무하는 I 산학협력단에 경관계획 용역을 맡기도록 요구했습니다. 결국 사업자들은 심의 통과를 위해 피고인들의 요구를 수용하여 G 엔지니어링과 2,420만 원의 토목설계 용역계약을 체결하고, I 산학협력단과 3,000만 원의 경관계획 용역계약을 체결하며 대금을 지급했습니다. 이후 건축위원회는 조건부 가결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건축심의위원이 자신의 지위를 이용하여 업체에 용역계약을 강요하고 대가를 받은 행위가 배임수재죄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둘째, 명시적인 청탁이 없었어도 '부정한 청탁'이 인정될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셋째, 피고인이 직접 재물을 취득하지 않고, 자신과 실질적으로 관계된 회사나 단체가 이익을 얻은 경우 이를 피고인의 재물 취득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넷째, 배임수재액 산정 시 부가가치세를 포함해야 하는지 여부입니다. 다섯째, 건축심의위원처럼 '재산상 사무'가 아닌 '비재산적 사무'를 처리하는 자도 배임수재죄의 주체가 될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여섯째, 피고인에게 부정한 청탁을 받아들인다는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입니다.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들에게 다음과 같이 판결합니다. 피고인 A과 B은 각 벌금 10,000,000원에 처합니다. 피고인들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않을 경우 50,000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노역장에 유치합니다. 피고인 A으로부터 24,200,000원을, 피고인 B으로부터 26,400,000원을 각 추징합니다. 피고인들에게 위 벌금 및 추징액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합니다.
재판부는 피고인 A과 B이 C 건축위원회 위원으로서의 지위를 이용하여 아파트 건축사업자로부터 부정한 청탁을 받고 용역 대금을 취득한 사실을 인정하며, 이는 형법상 배임수재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명시적인 청탁이 없었더라도 사업 승인을 빨리 받고자 하는 묵시적인 청탁이 있었고, 피고인들이 실질적으로 운영하거나 관여하는 회사를 통해 재물을 취득한 것은 피고인들이 직접 취득한 것과 동일하게 평가된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건축심의위원과 같이 비재산적 사무를 처리하는 자도 배임수재죄의 주체가 될 수 있으며, 수재액에는 부가가치세 상당액도 포함된다고 보아 피고인들에게 벌금과 추징을 명령했습니다. 피고인들이 임무 위반을 한 정황은 없으나, 사회적 지위를 이용한 비난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양형에 고려되었지만, 기부금 납부 등 유리한 정상이 참작되었습니다.
이 사건에 적용된 주요 법령과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형법 제357조 제1항 (배임수재):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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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한 청탁: 이 판례에서 재판부는 명시적인 부탁이 아니더라도, 사업 승인을 빨리 받기 위한 목적으로 위원들의 요구에 따라 용역 계약을 체결한 것이 사회상규나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묵시적인 부정한 청탁'으로 인정된다고 보았습니다. 청탁의 내용, 대가의 액수와 형식, 그리고 거래의 청렴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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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 취득: 피고인이 직접 돈을 받지 않고, 배우자가 대표인 회사나 자신이 관여하는 산학협력단이 용역 대금을 받은 경우에도, 실질적으로 그 이익이 피고인에게 귀속되는 관계라면 피고인이 직접 취득한 것과 동일하게 평가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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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 이 판례에서는 건축위원회 위원으로서 건축심의라는 비재산적 사무를 처리하는 자도 배임수재죄의 주체가 될 수 있다고 명확히 하였습니다. '사무'는 반드시 재산상 사무로 제한되지 않으며, 공정한 직무 처리의 청렴성을 보호법익으로 합니다.
형법 제357조 제3항 (추징): '제1항과 제2항의 경우에 취득한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은 이를 몰수하거나 추징한다.'
* 피고인들이 부정한 청탁으로 인해 얻은 용역 대금(피고인 A은 2,420만 원, 피고인 B은 2,640만 원)은
범죄수익으로 간주되어 추징되었습니다. 이때 용역 대금에 포함된 부가가치세 상당액도 수재금에 포함된다고 보았습니다.
형법 제70조, 제69조 제2항 (노역장 유치): 벌금을 납부하지 않을 경우 일정 기간 노역장에 유치하여 벌금에 갈음하도록 하는 규정입니다. 이 판결에서는 50,000원을 1일로 환산하여 노역장 유치를 명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334조 제1항 (가납명령): 판결 선고와 동시에 벌금이나 추징액에 상당하는 금액을 임시로 납부할 것을 명하는 제도입니다.
건축심의 등 공적인 인허가 과정에서 위원이나 공무원이 특정 업체를 추천하거나 특정 용역 계약을 요구하는 것은 부정한 청탁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명시적인 부탁이나 대가 약속이 없었더라도, 심의를 지연시키거나 특정 문제점을 반복적으로 지적하면서 암묵적으로 특정 업체와의 계약을 유도하는 행위는 '묵시적인 부정한 청탁'으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직접 금품을 주고받지 않고, 가족이나 지인이 운영하는 회사, 또는 자신이 관여하는 단체를 통해 용역 계약을 맺고 대가를 받는 경우에도, 실질적으로 그 금전적 이익이 당사자에게 귀속된다고 판단되면 배임수재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 부당한 용역 계약이나 금전 요구가 있을 경우, 이를 객관적인 증거(내부 결재 서류, 통화 녹취, 이메일, 계약서 등)로 남겨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배임수재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는 반드시 재산상 사무만을 의미하지 않으며, 건축심의위원처럼 공정한 심의를 해야 하는 비재산적 사무를 처리하는 자도 포함됩니다. 부정한 청탁과 관련된 금품의 액수에는 용역 대금뿐만 아니라 부가가치세 상당액도 포함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