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원고 A이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에서 근무 중 뇌경색이 발병하여 사용자인 피고에게 업무상 과로와 스트레스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원고 A의 부모와 국민연금공단도 관련 손해배상 및 구상금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사용자의 과실이나 안전배려의무 위반이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고, 원고 A이 통상적인 범위를 벗어나 과로했다는 사실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원고 A은 피고가 운영하는 반도체장비 부품 제조업체에서 2015년 4월부터 MCT 정밀가공 업무를 담당하다 2016년 4월 퇴직 후 같은 해 6월 재입사했습니다. 재입사 후 약 2개월 10일이 지난 2016년 8월 23일 오전 6시 30분경 회사 인근 기숙사에서 출근 준비 중 쓰러져 뇌경색증 진단을 받았습니다. 이로 인해 원고 A은 좌측 편마비 등 상병을 얻어 노동능력의 56%를 상실하고 장해등급 일반 제5급 판정을 받았습니다.
원고 A은 2017년 4월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른 요양급여 및 휴업급여를 신청했고, 근로복지공단은 2017년 10월 27일 원고 A의 상병이 업무상 과로 및 스트레스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하여 급여를 지급했습니다. 또한, 원고 A은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장애연금을 지급받았습니다.
원고 A과 그의 부모인 원고 B, C은 피고가 근로자에게 적절한 휴식시간과 근무 여건을 보장하지 않아 과도한 신체적 피로 및 정신적 스트레스로 뇌경색이 발병했다며, 피고에게 불법행위 내지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일실수입, 향후치료비, 보조구 구입비용, 위자료)을 청구했습니다. 국민연금공단은 원고 A에게 지급한 장애연금 중 구상받지 못한 4,862,840원을 대위취득한 손해배상청구권으로 피고에게 지급할 것을 주장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피고가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 보호의무 또는 안전배려의무를 위반하여 원고 A에게 뇌경색 등 상병이 발생하게 되었는지 여부.
원고 A의 뇌경색 등 상병 발병이 업무상 과로 및 스트레스와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는지 여부.
근로복지공단의 요양급여 등 지급결정이 민사소송에서 업무상 질병과 업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증명하는 결정적인 증거가 될 수 있는지 여부.
법원은 원고들 및 원고 A의 승계참가인인 국민연금공단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소송비용 중 승계참가로 인한 부분은 국민연금공단이, 나머지 부분은 원고들이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피고가 원고 A에게 이 사건 각 상병이 발생할 것을 예상하였거나 원고 A의 과로가 건강에 상당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음을 예측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회피하기 위한 별다른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원고 A이 이 사건 근무기간 동안 통상적인 범위를 벗어나 과로를 했다고 인정할 만한 객관적인 증거가 부족하며, 원고 A의 평소 건강 상태(조절되지 않은 고혈압 및 고지혈증)와 과도한 음주 습관 등이 뇌경색 발병의 주요 원인이 되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근로복지공단의 요양급여 지급결정은 행정처분으로서 민사소송에서의 기판력을 인정할 수 없으므로, 법원은 해당 결정의 기초가 되는 사실관계(업무와 질병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독자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에 따라 피고가 고의 또는 과실로 원고 A에 대한 보호의무 또는 안전배려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 사건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법령과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사용자의 보호의무 또는 안전배려의무 (민법 제750조, 근로계약상의 신의칙):
산재보험법상의 산업재해보상과 민법상 손해배상책임의 차이:
행정처분의 확정력과 민사소송에서의 독립적 판단 (행정소송법 제2조 제1항):
비슷한 상황에 처한 경우 다음과 같은 점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객관적인 증거 확보: 과로와 스트레스로 인한 질병임을 주장할 때는 실제 근무시간, 업무 강도, 업무량, 휴식 시간, 동료 증언 등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자료를 최대한 많이 확보해야 합니다. 출퇴근 기록기에 찍힌 시간만으로는 실제 근무시간을 모두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으며, 휴식시간이나 대기시간 등이 반영된 실질적인 근로시간을 입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업무 특성 분석: 담당 업무가 고강도의 육체적 부담을 주거나, 높은 긴장도를 요구하는지 등 업무의 내용과 특성을 상세히 설명하고 입증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단순 반복 작업이나 자동화된 공정에서는 과로를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개인의 건강 상태 및 생활 습관: 기왕증(기존 질병), 가족력, 음주나 흡연 등 생활 습관이 질병 발생에 미친 영향을 고려할 수 있으므로, 평소 건강 관리 기록이나 생활 습관에 대한 증거가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음을 인지해야 합니다.
산재 인정과 민사소송의 차이: 근로복지공단에서 산재로 인정받았다고 하더라도, 민사소송에서 사용자의 과실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별도로 사용자의 안전배려의무 위반 및 질병과의 인과관계를 충분히 증명해야 합니다. 산재 인정 결정은 민사소송에서 참고자료가 될 수는 있으나, 법원을 구속하는 기판력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