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침해/특허
원고 주식회사 T는 자신이 창작한 사장교와 아치교 도안의 저작권을 피고 주식회사 W가 M건설 컨소시엄에 제출한 설계도안에 무단으로 사용했다고 주장하며 저작권 침해 중지 및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법원은 원고의 교량 도안이 창작성이 있는 건축저작물이며, 피고가 이직한 직원을 통해 원고의 도안에 의거하여 실질적으로 유사한 설계도안을 제작하여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원고가 청구한 저작권 침해 중지 및 물품 폐기 청구는 청구 취지가 불특정하여 각하하고, 손해배상액은 6,000만 원으로 산정하여 피고가 원고에게 지급하도록 판결했습니다. 이 외의 나머지 청구는 기각되었습니다.
원고 주식회사 T는 과거 N 도로건설공사 프로젝트와 P 교량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각각 독특한 주탑 형태의 사장교 도안과 S자 형상의 아치 구조를 가진 아치교 도안을 창작했습니다. 이후 원고의 직원이었던 I이 피고 주식회사 W로 이직했습니다. 피고 W사는 M건설 컨소시엄의 일원으로 R권경제자유구역청이 발주한 G지구 진입도로(H교) 건설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경관설계도안을 제출했고, 해당 컨소시엄은 공사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원고 T사는 피고 W사가 제출한 설계도안이 이직한 I을 통해 자신들의 기존 사장교 및 아치교 도안을 무단으로 복제하여 저작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침해 중지 및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피고 W사는 원고의 도안에 창작성이 없거나 저작권이 원고에게 귀속되지 않는다고 반박했으며, 저작권 침해가 인정되더라도 손해가 없거나 원고가 주장하는 손해액은 과도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원고 T사가 창작한 사장교 및 아치교 도안이 저작권법상 보호되는 '건축저작물'로서 창작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둘째, 이 사건 각 도안의 저작재산권이 원고 T사에게 귀속되는지, 아니면 용역 발주처인 주식회사 J나 실제 창작자인 I 개인에게 귀속되는지 여부입니다. 셋째, 피고 W사의 설계도안이 원고 T사의 도안과 '실질적으로 유사'하며 '의거하여' 제작되었는지, 즉 저작권을 침해했는지 여부입니다. 넷째, 저작권 침해가 인정될 경우, 원고 T사에 대한 손해배상액을 얼마로 산정할 것인지에 대한 부분이었습니다.
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결했습니다. 첫째, 원고 주식회사 T의 '별지1 목록 표시 각 도안이 포함된 설계도안의 제작, 복제, 배포, 대여, 판매, 광고, 전시, 소지, 인터넷 게재 또는 전송 금지 청구'와 '관련 물품의 폐기 청구' 부분은 청구 취지가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않아 부적법하다고 보아 각하했습니다. 둘째, 피고 주식회사 W는 원고 주식회사 T에게 6,000만 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지연손해금은 2021년 8월 13일부터 2025년 7월 3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됩니다. 셋째, 원고 주식회사 T의 나머지 청구(1억 3,400만 원 중 6,000만 원을 초과하는 부분)는 기각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소송 총비용 중 60%는 원고 주식회사 T가, 40%는 피고 주식회사 W가 각각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위 손해배상액 지급 명령은 가집행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법원은 원고 주식회사 T가 창작한 교량 도안의 창작성을 인정하고, 피고 주식회사 W가 이직한 직원을 통해 원고의 도안에 '의거'하여 실질적으로 유사한 설계도안을 제작함으로써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원고가 청구한 저작권 침해 중지 및 물품 폐기 청구는 불특정성을 이유로 각하했고, 손해배상액은 법원의 재량에 따라 6,000만 원으로 제한하여 판결했습니다. 이 판결은 저작권 침해 사실이 인정되더라도 구체적인 청구 내용의 명확성과 손해액 산정의 어려움이 법적 판단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저작권법 제2조 (정의) 제1호 및 제31호는 저작물을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로 규정하여 창작성을 요구하며, '업무상저작물'을 '법인 등의 기획 하에 법인 등의 업무에 종사하는 자가 업무상 작성하는 저작물'로 정의합니다. 여기서 창작성은 완전한 독창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적인 사상 또는 감정의 표현이 담겨 있으면 충분합니다. 저작권법 제4조 제1항 제5호는 '건축물·건축을 위한 모형 및 설계도서 그 밖의 건축저작물'을 저작물로 예시하며, 건축저작물은 기능성 저작물이지만 기능이나 실용성을 넘어 창작자의 독자적인 표현이 담겨 창조적 개성이 나타나면 보호받을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3D 도안이더라도 계획설계 단계에서 창조성이 강조되는 점 등을 고려하여 건축저작물로서의 '설계도서'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저작권법 제9조 (업무상저작물의 저작자)는 '법인 등의 명의로 공표되는 업무상저작물의 저작자는 계약 또는 근무규칙 등에 다른 정함이 없는 때에는 그 법인 등이 된다'고 규정하며, 이 사건에서는 원고 T사가 저작권을 보유한다고 판단되었습니다. 저작권 침해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대법원 판례에 따라 침해자의 저작물이 저작권자의 저작물에 '의거'하여 이용되었어야 하고, 둘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이 인정되어야 합니다. '의거관계'는 직접 증거가 없더라도 접근 기회가 있었다면 추인될 수 있으며, '실질적 유사성'은 창작적인 표현 형식만을 가지고 비교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이직한 직원을 통한 접근 기회와 두 도안의 핵심 디자인 요소에서 실질적인 유사성을 인정하여 침해를 인정했습니다. 저작권법 제123조 (침해의 정지 등 청구)에 따라 저작권자는 침해의 정지 등을 청구할 수 있으나, 민사소송법상 청구취지는 집행 단계에서 별도의 판단 없이도 명확히 적용될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특정되어야 하며, 이 사건에서는 청구 취지의 불특정성을 이유로 관련 청구 부분이 각하되었습니다. 저작권법 제125조 (손해액의 추정 등) 제4항은 '등록되어 있는 저작권을 침해한 자는 그 침해행위에 과실이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고 규정하며, 원고의 저작권 등록 이후 피고의 과실이 추정되었습니다. 또한 저작권법 제126조 (손해액의 인정)는 '손해가 발생한 사실은 인정되나 제125조의 규정에 따른 손해액을 산정하기 어려운 때에는 법원은 변론의 취지 및 증거조사의 결과를 참작하여 상당한 손해액을 인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이 사건에서 법원은 피고의 매출액, 원고의 추가 노력, 저작권 인지 여부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6,000만 원을 손해배상액으로 결정했습니다. 저작권 침해는 민법 제750조 (불법행위의 내용)에 따른 불법행위에 해당합니다.
디자인 창작물의 저작권 보호: 건축물이나 설계도안과 같은 기능성 저작물이라도 독창적인 미적 표현이 담겨 있다면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될 수 있습니다. 단순한 기능이나 일반적인 표현 방식이 아닌, 창작자의 개성이 반영된 형태, 모양, 비율, 조합 등에 주목해야 합니다. 직원의 이직과 영업비밀/저작권: 직원이 경쟁사로 이직할 때 기존 회사에서 창작한 저작물이나 영업비밀을 무단으로 가져가 사용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관련 계약서에 저작권 귀속 및 비밀유지 의무를 명확히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작권 등록의 중요성: 저작권은 창작과 동시에 발생하지만, 저작권 등록을 해두면 분쟁 발생 시 권리 행사 및 과실 추정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피고의 침해 행위에 대한 과실이 추정되는 시점이 저작권 등록일 이후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청구 내용의 구체성: 소송을 제기할 때는 저작권 침해 금지나 물품 폐기와 같은 청구 내용이 집행 단계에서 별도의 판단 없이도 명확히 적용될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특정해야 합니다. '포함된 물건'과 같은 포괄적인 표현은 각하될 수 있습니다. 손해배상액 산정의 어려움: 저작권 침해로 인한 손해액은 실제 침해로 발생한 이익이나 권리자의 손실을 입증하기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이러한 경우 법원은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상당한 손해액을 인정할 수 있습니다. 매출액 전체를 손해액으로 인정받기는 어려울 수 있으므로, 침해로 인한 손실을 객관적으로 입증할 자료를 철저히 준비해야 합니다. 계약서의 명확한 작성: 디자인 용역 계약 시 저작권 귀속, 사용 범위, 양도 여부 등을 국문 및 영문 계약서에 모두 명확하게 명시해야 합니다. 계약 내용이 불일치하거나 불분명할 경우 저작권 귀속을 둘러싼 분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랜드마크 건축물의 중요성: 대형 교량 등 지역의 상징성을 가지는 건축물은 기능적 역할과 더불어 예술적, 미적 표현이 강조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이러한 디자인의 창작성은 더욱 중요하게 보호받을 수 있습니다.